K리그 추춘제 전환 첫 공청회서 선수·구단·협회 열띤 논의
선수·잔디업체 추춘제 도입에 긍정적…기업 구단과 지자체 구단은 '동상이몽'
프로축구연맹, 12월∼다음해 2월 '8주간' 쉬는 추춘제 예상 시나리오 공개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프로축구 K리그 추춘제 전환 검토를 위한 첫 공청회가 열렸다.
각 분야 전문가는 추춘제 전환에 따라 예상되는 각종 장단점에 대해 열띤 논의를 이어가며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 대강당에서 K리그 추춘제 전환 검토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춘추제는 3월∼12월에 시즌을 진행하며, 현재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와 북미 등에서 시행한다.
추춘제는 8월에 시즌을 시작해 이듬해 5월 말에 마치며 유럽, 서아시아 등에서 시행 중이다. 일본 J리그는 2026-2027시즌부터 추춘제로 시즌을 치른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023-2024시즌을 기점으로 클럽대항전을 추춘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리그는 춘추제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는 추춘제로 치르면서 K리그에서 추춘제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올해 초 연합뉴스가 진행한 K리그 25개 구단 설문에 따르면 K리그1 12곳 중 8곳이 찬성했고, 기업구단 10곳 중 8곳이 찬성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사회를 맡은 서호정 기자는 K리그의 시즌제 변경은 한국 축구 전체 생태계에도 큰 변화를 미친다는 점에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날 공청회가 시즌제 변경 결론 도출을 위한 출발선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치준 프로축구연맹 구단지원팀장은 추춘제의 개요와 추춘제 전환 시 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설명했다.
안 팀장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가 추춘제로 전환하면서 K리그 구단은 선수단 구성이 변하고, 팀 전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듬해 시작하는 토너먼트에 임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의 비슷한 기후이자, 동아시아 축구계의 동반자이자 경쟁자인 J리그의 추춘제 도입 결정은 K리그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의 추춘제 전환 시나리오도 공개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12월 중순∼2월 중순에 8주 가량 '윈터 브레이크'가 필요할 걸로 나왔다.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가 12월 초중순에 끝나는 현행 시스템과 달리 12월엔 1주 더 경기를 치르고, 3월 개막보다는 2주 정도 빨리 리그 일정을 시작하게 된다.
즉 추춘제로 전환한다고 해서 K리그 경기가 진행되는 시기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게 연맹 설명이다.
다만 안 팀장은 "일본보다 추운 K리그는 트레이닝 시설, 축구전용경기장, 기존 스타디움 시설 개보수 등이 더욱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른 예산 증대도 필요할 것"이라며 "강설 지역 구단의 홈 경기 운영과 훈련 시설 구비 문제, 잔디 생육 환경, 낮은 기온으로 인한 선수 부상 위험 증가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석한 축구계 각 인사는 추춘제의 필요성은 큰 틀에서 공감하면서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적용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 했다.
울산 HD의 최정호 사무국장은 "클럽월드컵과 ACL이 추춘제로 운영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없고, 서로 다른 두 체제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게 구단 입장"이라며 추춘제 도입을 촉구했다.
반면 충북청주FC의 윤지현 사무국장은 "한국의 추춘제는 아무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혼란 수준이 아니라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 특히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는 구단들은 회계상 문제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대한축구협회의 김종윤 대회운영팀장은 "능동적인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이라며 "방향성과 시기의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 대표로 나선 안홍석 연합뉴스 기자는 "선수 수급, 잔디, 추위, 예산 등은 추춘제 시행 시 예상할 수 있는 문제점이고, 어떻게든 대응 방법은 있을 것"이라며 "반면 축구의 표준이 돼가고 있는 추춘제를 따라가지 않았을 때 한국 축구가 도태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예측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잔디관리 전문업체 왕산그린의 이강군 대표는 "초겨울, 초봄 새 잔디가 올라오는 시기의 훼손이 늘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종합적으로는 추춘제가 잔디에는 유리하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기후가 잔디 생육에 굉장히 불리한데, 인프라와 관리기술 향상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메디컬 측 전문가로 참석한 정태석 K리그 의무위원은 "혹서기엔 각종 경기 지표가 떨어진다. 혹한기엔 시설 면에서 그라운드가 딱딱해지고 운동장이 미끄러워지면 부상 관련 이슈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비교한 뒤 "개인적인 데이터로 보면 추춘제가 선수 건강 관리 측면이나 경기력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냈다.
선수 대표로 나선 포항 스틸러스의 신광훈은 "선수들을 대부분 찬성하는 분위기다. 혹서기엔 훈련 자체만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팀의 전술전략 자체도 바뀔 정도"라면서도 "다만 겨울 경기 증가로 부상은 많이 생길 것 같다. 특히 나이가 많거나 수술 경력이 있는 선수는 부상 위험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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