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죽음이 경고하는 ‘AI 쇼크’ 리터러시 교육 시급하다 [왜냐면]

한겨레 2024. 11. 1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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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헬싱키대학이 스타트업 민나런과 함께 시민들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인공지능 리터러시 프로그램인 ‘인공지능의 진실(Elements of AI)’.

이선종 | 청주대 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과 겸임교수·한국AI리터러시포럼(KALF) 설립 준비위원장

미국에서 인공지능(AI) 챗봇에 의존해 자살한 10대 소년의 어머니가 개발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수개월 동안 소년이 의지했던 인공지능 캐릭터는 소년과 일상을 공유하고 성적 대화까지 나누는 절친한 친구였다고 한다. 소년은 인공지능과 현실을 벗어나 함께하기를 즐겼고, 결국 인공지능의 권유로 죽음까지 선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국내 일간지에 또 다른 모습의 기사가 실렸다. 일기를 쓰면 12시간 뒤 답장을 받을 수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가 호응을 얻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마치 우리에게 닥칠 상황을 예언이라도 하는 듯한 메시지로 다가왔다.

높은 성능의 인공지능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국내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딥페이크 사건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 가운데 가해자로 의심되는 10대 청소년은 가족 모두 서둘러 이민을 갔다고 한다. 또 다른 한 청소년은 아파트 투신 소동을 벌였다. 학교에서 딥페이크 사건을 일으킨 가해 청소년은 “선생님이 예뻐서요”라고 이유를 밝혔고 퇴학 처리되었다.

이 모든 일이 불과 수개월 사이 발생했다. 문제의 발화점에는 생성 인공지능이라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이 있다. 기술적 개선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준비 부족 또한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높은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을 안전하게 다루기 위한 ‘인공지능 리터러시’(인공지능에 대한 이해와 비판적 사고 능력) 교육과 확산이 시급하다.

생성 인공지능으로 비롯한 지금의 상황에는 세 가지 중요한 측면이 작용하고 있다. 첫째는 그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기술 발전에 적정 속도가 있지 않겠지만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속도다. 마치 최초의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지만, 운전자에게 면허를 발급하는 안전 교육 과정이 없는 상황과 유사하다. 마차보다 빠르고 견고한 자동차는 미숙한 운전자로 인해 자신과 행인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자동차를 안전하게 확산시키려면 필요한 운전 기술을 숙지해야 한다. 그런데 위험한 성능의 인공지능은 누구에게나 손쉽게 노출되고 있다.

둘째, 생성 인공지능 기술은 완벽한 통제가 불가능하다. 지금의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논리적 사고 밖에서 출현했다. 딥러닝(심층 신경망)의 추상화 과정에서 발견한 기술적 업적이기 때문이다. 개발자조차도 기대하지 못한 양적(모델의 크기) 확장으로 발생한 질적(성능) 도약의 결과다. 따라서 적어도 당분간은 완벽하게 통제된 인공지능의 실현은 어려워 보인다. 기술 영역의 인공지능 문제는 기술자의 노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믿음과 인식이 문제 해결을 더디게 하고 있다. 일정 정도 충격에 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기술 외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셋째는 기존 인공지능 교육의 그릇된 방향성이다. 일반적인 인공지능 교육은 ‘디지털 전환’(DX)에 기반한 인공지능 역사와 머신러닝·코딩 기술에 치우쳐 있다. 하지만 대다수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과 인공지능의 상호작용에 관한 이해다. 인공지능이 어떻게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게 될 것이며, 어떠한 유익과 해악을 끼칠지에 대한 분별력과 비판적 시각이다. 그 가운데 윤리적 활용과 법적 문제까지 다뤄야 한다. 이러한 융합적 특성은 교육 현장에서 또 다른 어려움이 된다. 컴퓨터공학이나 교육학 어느 한쪽에서 다룰 수 없는 경계의 영역이다. 그것이 인공지능 리터러시다.

해외에서는 인공지능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빠르게 부각되고 있다. 미국 국가인공지능자문위원회(NAIAC)는 인공지능 리터러시를 ‘인공지능 도구와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활용하는 역량’으로 정의하며, 개인이 인공지능의 이점과 위험성을 이해하고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신시아 브리질 매사추세츠대(MIT) 교수는 ‘에듀케이션위크’에 게재한 글에서 “인공지능 지니는 이미 병에서 나왔다”며 인공지능이 사회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학생들이 기술을 사용할 때 인공지능 리터러시가 필수적이고, 교육 현장에서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 시대는 이미 도래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인공지능 리터러시는 호사스런 선택이 아니라 절망적인 필수일 수 있다. 정부, 교육기관, 기업 모두가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과 확산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개인 또한 급격하게 변화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적응하고, 인공지능을 도구로 활용해 자신의 삶과 사회를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공지능 리터러시는 단기간에 닥칠 인공지능 충격을 완충시킬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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