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성장률 전망 낮추고 또 낮추는데…“괜찮다”는 정부
내년 성장률은 ‘2.0%’…尹대통령 “경제, 기지개 펴고 있어”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IB)에 이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 잡았고, 한국은행도 하향 조정을 예고했다. 설상가상 내년 성장률은 2%대를 하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으로 무역장벽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잠재성장률 2.0%도 위태로운 한국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잇따라 하향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지난 12일 경제전망(2024년 하반기)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내렸다. 지난 5월과 8월 각각 0.1%포인트 하향조정한 데 이어 이번엔 더 큰 폭으로 내렸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올해 성장률을 조정한 것은 내수 회복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간소비가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미약한 증가세에 머무르고 건설투자 부진이 심화하고 있단 설명이다.
KDI는 한국은행도 직격했다. 정 실장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금리 인하가 생각보다 늦었다"며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지난 8월에도 "물가가 진정된 상황에서도 고금리를 계속 유지한다면, (내수) 상황이 계속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KDI의 '금리 인하 실기론'을 꾸준히 반박해 온 한국은행 역시 오는 28일 발표할 경제전망에서 전망치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달 24일 '2024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을 발표하며 "4분기에 (전기대비) 1.2% 성장해야 올해 경제 성장률이 2.4%가 된다"며 "3분기 전망 등과 비교했을 때 산술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올해 3분기 성장률은 지난 8월 한은 전망치인 0.5%를 훨씬 밑도는 0.1%를 기록했다. 2분기 성장률은 –0.2%였다. 앞서 한은은 지난 8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4%로 내렸으나, 추가 하향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요 해외 IB들은 이미 지난달 올해 전망치를 내렸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IB 8곳은 지난 9월 말 2.5%였던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10월 말 2.3%로 하향 조정했다.
문제는 내년 전망이 더 암울하다는 점이다. KDI는 내년 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수준인 2.0%로 전망했다. 지난 8월 전망(2.1%) 대비 0.1%p 하향 조정됐다. 이는 금융연구원(2.0%)과 같고 한은(2.1%)보다는 0.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지난 10월말 주요 IB 8곳이 밝힌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0%다. 특히 HSBC(1.9%), 노무라(1.9%), 바클레이즈(1.8%), 씨티(1.8%), JP모건(1.8%) 등 5개 IB는 2%를 밑도는 성장률을 내다봤다.
관세 전쟁 시작하면 내년 1%대 추락 가능성
여기에 불확실한 요인이 추가됐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7일 공개한 '트럼프 노믹스 2.0과 한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2차 관세 전쟁'의 수준에 따라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최대 1.14%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1%대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셈이다.
비관적인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잠재성장률 2.0%는 충분히 상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올초 전망한 경제성장률(2.6%)보다 한참 못 미치는 수치임에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국정브리핑에선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도약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재부의 행보도 비판받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11일 '윤석열 정부, 반환점을 맞아 경제 성과 점검' 자료를 발표하며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 물가상승세 안정화와 높은 수출증가율로 대외충격을 최소화했고, 역대 최고 국가 신용등급을 유지했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수출은 2022년 역대 연간 최고 수출액을 넘어설 것이라 봤고, 32개월 연속 역대 최고 고용률을 비롯해 가계부채·국가채무도 연착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가 자랑하는 물가상승률 안정 역시 기저효과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고, 체감 경기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물가로 인한 '대파 논란', '금사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제 사령탑은 큰 고비는 넘겼다는 입장이다. 지난 12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체감 경기가 어렵다는 지적에 "기본적으로 수출 관련 경제 지표와 실제 체감과의 괴리에 있다"며 "위기 상황이나 불안한 상황은 지나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대한 빨리 (경기 회복을) 체감할 수 있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리는 게 현재는 답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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