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에 소령 출신 '깜짝 발탁'…CIA 국장엔 '러 개입설' 차단해준 래트클리프

이상은 2024. 11. 1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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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내정자, 존 래트클리프 CIA 국장 내정자, 빌 맥긴리 백악관 고문 내정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2일(현지시간) 차기 정부의 국방·안보 및 중동지역 메신저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국방장관 자리에는 육군 주방위군 출신으로 폭스뉴스에서 8년간 진행자 역할을 맡아 온 피트 헤그세스(44)가 깜짝 발탁됐다. 중앙정보국(CIA) 국장 자리에는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맡아 대선에서 러시아 개입 사실이 없었다고 확인해 준 존 래트클리프가 내정됐다.  

 ○‘트럼프 찬가’ 헤그세스 발탁

이날 트럼프 인선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헤그세스 국방장관 내정자다. 통상 예비역 장성을 임명하는 국방장관 공식을 깨고 소령 출신이 등용됐다. 

그는 관타나모 기지에서 미네소타 주방위군 소대장을 맡았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도 자원해 복무해 두 차례 훈장을 받은 인물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트루스소셜에서 “8년간 폭스뉴스 진행자로서 이 플랫폼을 군과 예비역을 위해 싸우는 데 사용했다”고 그를 소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정부에서도 그를 보훈부 장관에 임명하려 했으나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이를 철회한 적 있다. 

헤그세스는 2020년 발간한 ‘미국의 십자군’이라는 책에서 트럼프의 2016년 대통령 당선이 “미국이 다시 태어나는 신호”이며 “사회주의, 세계화, 세속주의, 엘리트주의를 요구하는 좌파들에게 굴복해 온 이 나라가 최종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적을 정도로 트럼프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내정자가 2020년 발간한 '미국의 십자군' 책.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 철수를 주장해 온 그가 임명된 것은 미군의 위상 축소를 의미한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세상을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다면 그가 원하는 것을 주자”고 발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트루스소셜에서 그가 “미국 우선주의에 진심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군 고위직을 맡아 전략적 판단을 해 본 적 없는 그가 국방장관 역할을 수행하는 데 데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인수위원회는 현직 장군들을 평가해 군 지도부에서 내쫓기 위한 작업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퇴역 장군 등으로 구성한 '전사 위원회(warrior board)'가 현직 3~4성 장군을 평가할 수 있게 하는 행정명령 초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대통령은 군 장성을 해임할 권한이 있으나 이런 권한을 행사하는 일이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동안 군에서 다양성을 언급하는 워크(woke) 장군을 해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이 발언은 흑인으로서 인종차별 철폐 시위에 관해 언급했던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 등을 겨냥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차기정부의 초대 CIA 국장으로 내정된 래트클리프 전 DNI 국장은 2016년 대선에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을 위해 개입했다는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공개해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하원 의원으로 재직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장남 헌터 바이든에 대한 수사를 지원했다. 현재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에서 미국 안보센터의 공동 의장으로 일하고 있다. DNI 국장 자리에는 크리스 스튜어트 전 하원의원이 거론되고 있다고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이스라엘 대사 내정자 “팔레스타인은 없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 내정자,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내정자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중동지역에 미국의 의중을 전달할 두 명의 메신저도 뽑았다. 중동특사로 임명된 스티브 위트코프는 트럼프의 오랜 골프 친구이자 위트코프그룹을 거느린 부동산 재벌이다. 지난 9월 트럼프가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골프장에서 암살시도에 노출되었을 때 함께 라운딩을 즐기고 있었다.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로 지명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개신교 목사 출신으로 1996년부터 2007년까지 아칸소 주지사로 일했다. 현재 아칸소 주지사인 새라 허커비 샌더스는 그의 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마이크는 다년간 훌륭한 공무원이자 주지사, 신앙의 리더였다”고 했다.

두 사람은 모두 강경한 시온주의자다. 향후 미국의 중동정책이 한층 ‘매파적’으로 운영될 것을 예고한 인선이다. 특히 허커비 내정자는 과거 “팔레스타인이라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서 땅을 빼앗기 위한 정치적 도구”라고 했다. 또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공존을 주장하는) 두 국가 해법에 대해 “비이성적이고 실행 불가능하다”고 한 적 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은 빌 맥긴리 공화당 전국상원위원회(NRSC)의 법률 고문을 지낸 빌 맥긴리 변호사를 백악관 법률고문으로 지명했다. 

전날 주요 매체가 일제히 보도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국무장관 내정은 이날 발표되지 않았다. NBC방송 등 외신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강성 지지세력(MAGA)이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릭 그레넬 독일 대사를 밀고 있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루비오 의원은 비교적 공화당 주류에 가깝고 민주당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데, 바로 이런 이유로 지지자들은 트럼프 색깔이 약한 그를 꺼린다는 해석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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