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위기 앞 조용해진 ‘핵관’, 자리 잃는 ‘실세’들

박성의 기자 2024. 11. 1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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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내 최대 계파였던 ‘친윤계’, 총선 대패 후 ‘세 약화’
장제원 불출마 후 ‘찐윤 라인’ 해체 조짐…‘탈친윤’ 기류도
실세라 불렸던 대통령실 내 ‘김건희 라인’은 쇄신 대상에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레임덕'(권력 조기 누수) 위기에 내몰리면서, 윤 대통령 측근들의 입지에도 금이 가는 모습이다. 정권 초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불렸던 당내 중진들 모두 요직에서 밀려난 가운데, 친윤(親윤석열)계의 세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핵심 참모들도 '비선 논란'에 휘말리면서 줄줄이 '인적 청산 리스트'에 오른 모습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2022년 12월7일 친윤계 공부모임 '국민공감' 첫 모임에서 '윤핵관' 장제원 전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친윤은 '스펙' 아냐"…'탈계파' 선언하는 與 의원들

윤 대통령 임기 초, 친윤계의 위세는 대단했다. '맏형'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를 필두로 장제원 의원, 이철규 의원, 윤한홍 의원 등이 친윤계 복심으로 불리며 당내 존재감을 과시했고, 초선 의원 다수가 이들을 따랐다.

반면 이들과 각을 세우면 그 즉시 '정치적 사선'으로 내몰렸다. 대선 기간 윤 대통령과 반목했던 이준석 전 대표는 중징계를 받은 뒤 당을 떠났고, 유승민 전 의원은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친윤계 초선 김은혜 의원에게 패했다. 전당대회에서 '용산'의 지원을 받지 못했던 나경원 의원은 김기현 의원을 밀었던 친윤계의 거센 반대에 출마를 포기하기도 했다. 당시 나 의원의 출마를 비판하는 '연판장'에 서명한 초선 의원만 48명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별의 순간'을 잡으며 대권을 쥐었던 윤 대통령이 갖은 구설수에 휘말리며 '레임덕 대통령'이 될 위기에 몰리자 친윤계의 세가 급격히 축소되기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 공신으로 불렸던 장제원 전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친윤 책임론'이 불거지자 불출마를 선언했다. 권성동 의원, 이철규 의원 등 친윤계 중진들은 총선에서 생환했으나, 당내 입지나 존재감은 정권 초와 비교해 크게 떨어진 모습이다.

여기에 한동훈 대표가 당권을 잡은 뒤 친한(親한동훈)계라는 '신흥 계파'가 생겨나면서, '친윤 딱지'를 떼고 친한계로 갈아타는 이들도 적지 않게 생겨났다. 현재 자천타천 친윤계로 분류되는 당내 의원들은 30명 안팎, 친한계 의원들은 20명 안팎으로 관측된다. 이 밖에 의원들은 모두 '무계파‧중립'을 강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영남권 의원실 한 보좌관은 "지난 총선 당시 후보들이 '윤석열 마케팅' 대신 '한동훈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친윤계는 더 이상 '스펙'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친한계가 당의 중심도 아니다. 당이 잘 나갈 때나 계파가 생기지, 위기에 몰리면 그 때부터 '각자도생'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2023년 7월13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폴란드의 무명용사 묘지를 방문하고 있다. ⓒ시사저널 사진자료

'실세'에서 '쇄신 대상' 된 용산의 '尹측근 그룹'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서, 그들의 측근 그룹도 덩달아 코너에 몰린 모양새다. 특히 김 여사를 향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이른바 '한남동 라인'(김건희 라인)이 쇄신 대상으로 지목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달 21일 윤 대통령과의 '81분 면담'에서 대통령실의 '김건희 라인' 정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김 여사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강기훈 국정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직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강 행정관은 지난 6월 서울 용산구의 한 도로에서 면허취소 수준을 넘는 혈중알코올농도 0.121%로 5㎞가량 음주운전을 해 경찰에 적발됐고, 지난달 16일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통령실은 이 사실이 알려진 뒤 7월에서야 강 행정관에 대해 대기발령 조처를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징계 후 강 행정관이 복귀했으나,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권 내에서도 제기됐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 행정관에 대해 "큰 틀에서 현재 인적쇄신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정리 되지 않겠느냐"고 곧 인사조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김건희 라인'에 이름을 올렸던 강훈 전 대통령실 정책홍보비서관도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지원했다가 자진 철회했다. 강 전 비서관은 윤 대통령과 대선 캠프 때부터 함께 호흡을 맞춘 핵심 참모로 꼽힌다. 최근 자신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자, 강 전 비서관은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님의 국정운영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국정쇄신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면 그 길을 걷겠다"며 사장 지원 철회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실 내 '실세 장관'들의 교체설도 확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국정 쇄신을 위한 개각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하면서다. 윤 대통령의 큰 신임을 받는 한덕수 국무총리, 윤 대통령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교체 대상으로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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