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교육, 좌파 광신도에 넘어가” 교육부 해체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내각과 백악관 요직에 강경 성향의 충성파 인선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교육 분야의 이념과 가치관을 놓고서도 ‘문화 전쟁(culture war)’에 나설 태세다. 대선 유세 내내 교육부 폐지를 공언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성소수자 관련 교육 등 진보 진영의 정책을 없애고 보수화의 고삐를 바짝 죌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번째 임기 때도 교육부 통폐합 등을 추진했다가 의회에 가로막혔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더 적극적으로 관련 정책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수 인사들을 교육 분야에 대거 기용하고, 진보적인 대학의 자금을 옥죄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 트럼프 “공교육, 극좌파 광신도에 넘어가”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연방 교육부 폐지를 수차례 언급했다. 교육 예산과 규제를 연방이 아닌 주(州)와 지역이 관할해야 한다는 것. 그는 9월에도 “교육부는 자녀들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온갖 것을 세뇌하는데 세금을 낭비한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은 12일 전했다.
특히 대선 막바지에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4월 개정한 교내 성차별 금지법 ‘타이틀 9’를 집중 공격했다. 이 법은 성소수자 학생을 보호 대상으로 명시하고 트렌스젠더 학생이 성적(性的) 지향에 맞춰 탈의실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공립학교는 급진 좌파 광신도에게 넘어갔다”고 비판한 트럼프 당선인은 타이틀9를 언급하며 ‘학교가 부모 동의 없이 아이들의 성전환 수술을 해준다’는 근거 없는 주장도 펼쳤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도 ‘좌파의 보루’로 여기며 대대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던 학자금 대출금 탕감 정책을 폐기 △대학 기부금에 대한 과세 확대 △영리 목적 대학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교육협의회(ACE)의 테드 미첼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자금을 이용해 대학들에게 이념적 순응을 강요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테네시대 로버트 켈첸 교육학 교수는 “공화당이 대학 총장들을 수시로 의회 청문회에 세우는 등 ‘괴롭힘’ 전략을 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하원은 ‘가자 전쟁’ 발발 2달 뒤인 지난해 12월 아이비리그 총장들을 청문회에 불러 ‘학내 반(反)유대주의 대처 방안’을 추궁한 바 있다.
● 극우 성향 교육부 장관 발탁할 수도
트럼프 당선인이 교육부 폐지를 추진하더라도 의회 표결을 거쳐야하는 사안인 만큼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첫 임기 때도 교육부를 노동부와 통합하려 했지만,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했다. CNN은 “저소득층 학생 지원금 등 교육부의 핵심 사업은 비교적 양당 모두에 인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일각에선 교육부에 우파 인사들을 적극 기용해 보수 정책을 촉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고 13일 보도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문화 전쟁을 수행할 차기 교육부 장관으로는 라이언 월터스 오클라호마주 교육감과 케이드 브럼리 루이지애나주 교육감 등이 거론된다.
월터스 교육감은 오클라호마주의 모든 공립학교 교실에 성경 배치를 의무화해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 교육전문매체 에듀케이션위크는 “연방 교육부의 영향력을 가장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보수 인사”라고 평했다. 브럼리 교육감은 수학과 과학, 독서 등에 초점을 맞춰 ‘기본으로 돌아가자’ 노선을 강조하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보수 인사다.
치열한 이념 대립이 예고된 상황에서 누가 교육부 장관으로 발탁되든 의회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측된다. 2017년 트럼프 1기의 첫 교육장관으로 지명된 벳시 디보스는 당시 상원 인준 표결에서 찬반표가 동수로 나와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의 캐스팅보트 행사로 겨우 인준에 성공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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