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심혈관 질환에 해로운 이것?...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김동호 기자 2024. 11. 1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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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최근 건강에 이로운 것으로 알려진 우유가, 여성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해당 연구결과는 국내 풍토에는 맞지 않으며, 해외 연구결과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유는 칼슘, 단백질, 비타민D 등을 풍부하게 함유한 식품으로, 혈관 벽을 강화해서 혈압을 낮추고 심장을 건강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오히려 우유가 심혈관 질환에 도움이 된다는 국내외 연구 자료도 있어, 해당 연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스웨덴 여성과 남성을 대상으로 약 3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가 지난 11일 국내에 발표됐다. 해당 연구에서는 비발효 우유를 매일 300ml 이상 섭취하는 여성에게서 허혈성 심장질환(IHD)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됐다는 것이다. 특히 비발효 우유 섭취에 따른 ACE2 단백질의 증가와 FGF21 단백질의 감소를 심장질환과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을 특정 식품에 한정해 해석하기에 무리가 있으며 해당 결과를 그대로 국내에 적용하기 어렵다”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문화와 식습관에 따라 연구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연구의 연구자들 또한 피실험자들이 주로 스칸디나비아인들로 구성되어 있어 유전자와 유제품 섭취 문화가 다른 인구에 대입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으며,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여성의 비발효 우유 섭취와 IHD 사이의 인과 관계를 직접적으로 입증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해당 연구는 유제품 섭취 문화가 다른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일반화하기에 어렵다”며 “평소 우유 섭취량이 적은 한국인의 경우 이 결과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 식사로 섭취하는 단백질과 칼슘 양이 부족한 한국인에게는 우유에 함유된 단백질, 칼슘 등의 섭취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유 부작용을 강조하는 연구들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진행된다는 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서구권 국가는 1인당 1일 우유 섭취량이 한국의 7~10배 이상인 데다 평균 우유 섭취량 외에도 버터, 치즈 등 기타 유제품, 동물성 식품의 섭취량이 높은 특징이 있다. 한국인의 1일 평균 우유 섭취량이 대략 80ml, 한 잔의 우유도 채 되지 않는 상황을 고려하면, 우유 외 유제품과 동물성 식품의 섭취량이 기본적으로 높은 국가들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즉 한국인의 식습관을 반영하지 못한 연구로 국내 적용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임상영양 전문가인 김형미 동덕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사람은 다양한 음식을 먹기 때문에 특정 식품을 심장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며 “오히려 19세 이상의 성인은 하루 한두 잔(1잔=200g)의 우유를 꾸준히 섭취할 때 건강상 이득이 있다. 그러나 19세 이상 국민의 적정 우유 섭취량이 절대적으로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우유 섭취가 심장질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도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영국 레딩대를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대학의 공동 연구팀에서 유제품을 먹는 사람들이 우유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보다 관상동맥 심장질환의 위험이 14% 낮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 이는 영국 데이터뱅크 등 40만 명 이상이 참여한 3건의 데이터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로 ‘국제 비만 저널’에 게재됐다. 더불어, 2018년 영국의 의학 전문지 ‘랜싯’(Lancet)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35∼70세 남녀 13만 6,384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매일 2회 분량 이상의 전지방 유제품을 섭취한 사람의 심혈관 질환 발생·사망 위험이 하루에 1/2 분량 미만 섭취한 사람보다 더 낮았다.

추가로 40대 이후 우유를 주 3회 이상 마시면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나왔다. 공주대 연구팀은 2012~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40세부터 64세까지의 4,113명을 대상으로 우유·두유 섭취와 심혈관 질환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조사군을 △우유·두유 모두 마시지 않는 그룹(2,529명) △우유만 주 3회 이상 섭취한 그룹(1,072명) △두유만 주 3회 이상 섭취한 그룹(512명)으로 나눈 뒤 10년간 이들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주 3회 이상 우유를 섭취한 그룹의 심혈관 질환 위험도는 5.9%로 가장 낮았다. 특히 50~64세 여성의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53.5㎎/dL로, 미섭취 그룹(51.7㎎/dL)이나 두유 섭취 그룹(51.2㎎/dL)보다 높았다. 반면 두유 섭취 그룹의 심혈관 질환 위험도는 8%로 미섭취 그룹(7.1%)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또, 우유를 주 3회 이상 마시는 성인은 칼슘·단백질·비타민A·티아민·리보플라빈·나이아신 등 영양소 섭취 상태가 좋았지만, 두유만 섭취한 그룹에선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처럼 우유를 주 3회 이상 마시는 실험 집단은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우유나 두유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보다 높았으며, 우유를 섭취하는 사람들이 두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연구팀은 “40세 이상 한국인의 하루 우유 섭취량은 한국영양학회가 정한 성인의 우유 권장량인 하루 1컵(200mL)보다 크게 부족한 상태이며, 주 3회 우유를 마시는 비율도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이에 두유만 섭취하는 40대 이상 성인은 우유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이승호)는 “우유와 유제품과 관련된 다양한 관점의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는데 일부 연구들은 우리나라 식문화에 맞춰 해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국민들의 균형 잡힌 영양 관리를 위해 불확실한 자료를 토대로 푸드 포비아(특정 식품 공포증)가 무분별하게 양산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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