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가족 명의 윤 부부 비난글에 친윤-친한 또 ‘으르렁’

국민의힘 당사. 연합뉴스국힘 당원 게시판 ‘윤 대통령 부부 비방 글’…갈등 새 ‘불씨’ 되나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가족의 이름으로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다수의 비난 글이 당내 계파 간 갈등의 새로운 불씨로 떠오르고 있다. 친한동훈계 쪽에선 “그런 비방 글을 한 대표가 실명으로 올렸겠냐”며 의혹 차단에 나섰지만, 당내 친윤석열계는 한 대표 쪽의 ‘댓글팀’ 운영 가능성을 의심하며 당무 감사 등 신속한 조사를 촉구했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13일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나와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난 글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당에서는 ‘한 대표가 쓴 글이 아니다’라고 넘어가려고 하는데 그렇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며 당 차원의 조사를 촉구했다. 김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 작성자 중에) 한 대표와 그 가족의 이름으로 된 당원도 있다”며 “이게 전부 실명인증을 통해서 글을 게재할 수 있기 때문에 가공 인물은 아니고 동명이인인지 아닌지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대표가 쓴 글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 한동훈 당원’은 반드시 당에서 쫓아내야 하고, 또 한동훈 대표의 가족(의 이름)으로 글 쓴 사람들도 반드시 색출해서 당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의원도 “(당원 게시판에) 한 대표에 대한 욕설이 있었다고 하면 당 지도부가 이렇게 미온적으로 대처했겠나”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이날 채널에이(A) 유튜브 인터뷰에서 “(논란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소문과 추측이 더해지면서 당내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한 대표 입장에서는 본인이 떳떳하기 위해서라도 이 부분을 빨리 밝히는 것이 맞다. 당무감사를 빨리해서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반면 친한계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같은 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그런 비방의 글을 올리려면 한동훈 대표 실명으로 하기야 했겠나”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앞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의 이름으로 윤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이 여러 건 올라온 사실이 공개되면서, 보수 유튜브를 중심으로 해킹 가능성과 한 대표 쪽에서 윤 대통령을 비방하기 위한 댓글팀을 운영했을 가능성 등이 제기됐다. 당원 게시판은 본래 작성자의 실명이 공개되지 않는데, 최근 전산 오류로 검색창에 이름을 검색하면 익명으로 작성한 글이 노출되면서 이런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게시판에 여러 이해하기 어려운 게시글들이 올라와 있다”며 “많은 당원이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철저히 조사하고, 의문점을 빨리 해소하는 게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당내 진상조사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의 고발에 따라 이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