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간 한국을 기록한 구와바라 시세이의 ‘다시 돌아본 한국’
1964년부터 60년이 흐른 지금까지 한국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해온 일본 사진작가가 있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북한·사할린·베트남 등 한국과 관련된 곳이면 멀다 않고 찾아가 사진을 남겼다. 일본에선 미나마타 수은 공해병을 50년 동안 추적해 온 사진가로 알려진 그의 이름은 구와바라 시세이다.
196년 이후 그는 지금까지 100회가 넘게 한국을 찾았다. 2015년에는 연평도와 팽목항을 취재하기도 했다. 이렇게 한국을 기록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사진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갤러리 인덱스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전의 제목은 “다시 돌아본 한국”
이번 전시는 그가 촬영한 한국 사진 가운데 대표작이라 할 만한 흑백사진 40여 점이 선보인다. 한일회담 반대데모(1965), 베트남 파병, 청계천, 팀 스프릿 한미연합군사훈련, 주한미군 기지촌, 농어촌 사람들 등 한국이 민주화와 경제발전의 노정에서 겪었던 일들을 기록한 사진들을 엄선했다. 전시작은 작가가 직접 젤라틴 실버 프린트 방식으로 프린트한 것 가운데 그의 사진집을 줄곧 출판해온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가 맡아 선정했다. 이번 전시에 맞춰 오랫동안 품절돼 있던 사진집 [격동한국 50년]을 재발행해 그의 한국 사진 전부를 볼 수 있게 했다.
90을 바라보는 그는 요즘도 한국에 오면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달라진 점이라면 다리가 좀 불편해졌다는 것 하나뿐이다. 한 외국인 사진가가 오랜 세월 걸으며 기록한 우리의 숨겨진 모습을 볼 수 있는 전시다.
이하 글은 전시를 여는 구와바라 시세이 사진가의 말이다.
“내가 한국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것은 1964년 7월 14일로 기억한다. 일본항공 콘베어 880 제트기로 내려선 김포공항은 바로 한강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최초의 해외여행으로 그때 내 나이 27살이었다. 입국 수속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나는 전신이 긴장감으로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국교가 단절된 그 당시로서는 예측할 수 없는 내 운명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 온 때문이다. 공항에서 서울 시내로 향하는 도로는 포장되지 않아 차창에서는 뿌옇게 흙먼지가 일고 있었다. 국교가 수복된 것은 다음해 1965년이다. 그로부터 이웃나라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지 어느덧 50년이란 세월이 흘러 반세기가 넘었다. 보도사진가로서의 취재 테마 「한국」은 60년대 수년간으로 종료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분단국가인 한국은 포토저널리스트라는 직분에게는 취재욕을 불지르는 최대급의 소재들로 가득 차 있었고 역사와 문화, 대륙적 풍토마저 나를 매료하여 사진기록자의 혼을 사로잡기에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이후로 단속적이긴 하나 「한국」을 일생의 테마로 마음에 정하고 취재를 지속하게 된 것이다.
1960년대까지의 한국은 동란 이후로 경제가 피폐해 있었고 내가 목격한 1965년은 일본과의 국교회담을 굴욕외교라 외치며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격렬한 반일데모가 수도권에서 이어졌었다. 또 그해 가을에는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이 실시되었다. 1970년대부터는 급속한 경제의 고도성장이 이뤄지면서 노동쟁의가 빈발했고 격렬한 민주화 운동이 전개되었다.
나의 한국 취재는 단속적인 사진 기록에 불과하나 분단국가인 한국은 오랜 세월을 피땀과 눈물로 갈등하며 걸어온 장렬한 반세기였다고 생각한다.”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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