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사회적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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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해 동안 감소하던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지난해에 다시 상승했다고 한다.
이러한 자살률 변화 양상은 최근 30년 동안 우리 사회가 겪은 사회변화의 부정적 결과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사회주의가 패망하고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부적응 현상을 유발했던 동유럽이 자살률이 높다.
자살은 사회적 고립감에 의해 추동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여러 이유로 절망감에 빠진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 지역사회 지지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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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해 동안 감소하던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지난해에 다시 상승했다고 한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이 2022년에 25.2명이었는데 2023년에 27.3명으로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자살률 11.1명보다 약 2.5배 수준에 달하여 다른 나라보다 월등하게 높은 수준으로 자살률 1위가 지속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10명 이하로 높지 않았다. 그런데 외환 위기 이후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고, 2011년에 31.7명으로 최고로 높아졌다가 이후 약간씩 감소하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자살률 변화 양상은 최근 30년 동안 우리 사회가 겪은 사회변화의 부정적 결과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외환 위기 이후 한국 사회는 국제적인 경쟁체제에 편입됐다.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의 원칙은 폐지됐고, 우리는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보상받고, 아니면 퇴출되거나 배제되는 생존경쟁의 사회로 변모하였다. 한편에서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서 국부를 충실하게 쌓아 선진국 수준의 국내총생산(GDP)을 자랑하게 됐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실직하거나 나쁜 일자리만 전전할 수밖에 없는 다수의 ‘실패자’를 양산했다.
경쟁이 지배원리가 되면서 이웃을 돌보고 어려움에 공감하는 가치는 외면받게 됐고, ‘경쟁 실패자’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고독사하거나 자살 충동을 받게 됐다.
물론 자살은 다양한 조건과 원인으로 발생한다. 사회주의가 패망하고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부적응 현상을 유발했던 동유럽이 자살률이 높다. 독한 술을 즐기는 북유럽에서 자살이 많다. 반면 낙천적 성향을 보이는 남유럽과 남미에서는 자살률이 매우 낮다. 우리나라도 자살률이 가장 높은 고령층 노인은 대체로 노인 빈곤과 결부돼 자살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정신장애 때문에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자살자 수로는 40대와 50대가 가장 많은데 이들은 아마도 대인관계나 직장 문제 등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개인 수준에서는 질병이나 사회적 관계 등의 문제가 자살을 선택하는 직접적 동기가 되겠지만 좀더 거시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들에게 다른 대안이나 사회적 지지 또는 공감이 부족해 결국 자살로 떠밀려간 것은 아닐까?
심각한 질병이나 극도의 갈등 관계는 단순한 개인적 차원을 넘어 일종의 사회적 고통(Social Suffering)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고통은 경쟁적 사회구조의 산물로 보인다. 따라서 그 해법은 사회적·제도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위기에 처한 개인을 구조하는 경찰이나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고 현재도 작동하고 있다. 그런데 지역사회에서 고립되고 소통하지 못하는 잠재적 자살 위험자들을 찾아서 접근하고 소통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자살은 사회적 고립감에 의해 추동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여러 이유로 절망감에 빠진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 지역사회 지지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자살시도자나 자살자 가족은 매우 취약한 상태라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자살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주변을 살펴보는 우리의 관심도 필요하다. 특히 자살이 가장 많은 5월에 조심하자.
조병희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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