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탈탄소 RE100시대, 일자리가 이슈다
한국RE100협의체에서 발행하는 월간RE100동향보고서 8월호에 따르면 글로벌 RE100 가입 기업 수는 438개, 한국형RE100가입 기업 수는 605개로 매월 가입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RE100 가입 기업 수가 소비하는 전력량은 2022년 기준 독일의 한해 전력량 490TWh에 육박하고 있으며 RE100 가입 기업의 RE100 달성률은 50%를 넘어섰다.
글로벌RE100 가입 기업 중 70여개는 이미 100%를 달성했으며 RE100 달성 평균연도도 2031년으로 집계돼 있어 RE100 이행을 위한 속도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왜 이렇게 급한 것일까? 재생에너지가 아니고는 답이 없는 것일까?
무엇보다 기후위기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글로벌 컨센서스가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기상관측 174년 이래 2023년이 가장 따뜻한 한해로 기록됐으며 1985~1900년 대비 1.45℃가 상승했다.
2030년까지 1.5℃ 억제를 위해서는 9조달러의 기후금융이 필요하다고 한다. 독일의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는 기후변화로 인해 25년 뒤 전 세계 소득의 5분의 1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전세계 피해액 규모가 38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발표했다. 개발도상국일수록 감소 폭이 컸으며 선진국은 상대적으로 낮은 감소율을 보였으나 대한민국은 약 14%의 감소가 예상돼 선진국보다는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됐다.
또 하나의 이유는 기후위기 대응이 통상으로 연계되면서 기업들의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공시가 국제표준으로 자리잡았고 기업평가에 비재무적지표로 채용돼 경영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탄소감축 이슈가 급부상하면서 가장 효과적인 탄소감축 솔루션의 하나로 재생에너지활용, 즉 RE100과 직접 연계됐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이슈가 크게 되고 있는 이유는 통상 국가인 대한민국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있겠다. 내수보다 수출에 기반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는 RE100에 가입돼 있는 글로벌 기업을 판매처로 삼고 있어 그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성비에 친환경성이 추가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일례로 2021년 애플의 공급사 리스트에는 국내 대기업 그룹사를 포함해 우리 기업 23개사가 애플에 물품을 납품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부분 2030년까지 RE100이행을 권고받고 있다.
즉 기후대응에 따른 국제통상 표준에 탄소감축이 디폴트 옵션이 됐으니 시간적 촉박성과 탄소감축의 효율성에서 재생에너지가 크게 각광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RE100이니셔티브 주관사인 CDP의 올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는 RE100선언기업 164사개가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용전력은 약 60TWh에 달한다. 일본에는 205개의 RE100 선언기업이 있으며 이들이 사용하는 전력은 우리의 절반수준인 32TWh이다. 대만에는 131개사가 28TWh의 전력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전력소비가 타국에 비해 월등하게 높음을 알 수 있다.
국내 RE100 선언 기업들의 RE100달성율이 9%임에 반해 205개 기업이 있는 일본의 경우 RE100기업의 재생에너지 달성율은 25%에 달하고 있지만 최근 일본기업은 2035년에 2022년 재생에너지보급량 대비 3배 많은 363GW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정부 또한 기업 요구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우리보다 RE100가입 기업 수와 재생에너지보급율이 낮은 대만의 경우에도 정부 주도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과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탄소기반의 산업화시대 대한민국은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강도 높은 연구개발(R&D) 지원과 기업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 인프라를 제공해 왔다. 탄소기반의 사회가 탈탄소기반의 사회로 전환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해야할까?
국내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164개 RE100기업은 한국이 RE100이행을 위한 재생에너지조달 장벽이 제일 높다고 답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향후 투자처로 국내사업장을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해외 기업들 또한 RE100 달성 여부에 따라 국가별 생산량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RE100이 안되면 제품을 만들어도 수출할 수가 없고 추가적인 생산이 어려워지면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큰 물결이 한반도에 상륙하고 있고 이는 곧 쓰나미로 닥칠것이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RE100기업의 호들갑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은 경영자 입장뿐 아니라 일하는 직원 입장에서 보면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 할 수 있으며 정부입장에서 보면 국가 경쟁력 저하로 직결되는 이슈가 아니겠는가.
정부는 산업화시대 정부가 했던 것처럼 탄소 감축을 위한 기술 투자에 국가 R&D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고 재생에너지 공급을 위해 정부 주도의 확산지원 정책과 인허가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고 있는 장벽을 걷어내는데 사활을 걸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전문가의 급한 마음에 정부가 호응하기를 바란다.
정택중 한국RE100협의체 의장 tomas@koe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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