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영의 시대정신] 〈28〉자서전을 망설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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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각, 정신, 신념, 이념, 철학 등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 사람은 가장 최신의 기억만 정확한 상태로 남아 있다.
자서전은 자신을 주제로 하는 글쓰기의 가장 좋은 분야(장르)가 된다.
자신이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를 그간 잊고 있다가도 자서전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된다.
자서전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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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각, 정신, 신념, 이념, 철학 등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 사람은 가장 최신의 기억만 정확한 상태로 남아 있다. 기억은 날로 무뎌진다. 머릿 속의 뇌는 고기 덩어리로 되어 있다. 기억은 상태에 따라 변질되기도 하고 때로는 날아가 버리기도 한다. 기억은 머릿 속에 남아 있는데 찾을 길이 없어 무용지물인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옳다고 보는 것 등만 찾을 수 있다. 아군만 머릿 속에 남는다. 날이 지날수록 추상화 수준은 높아만 간다. 그만큼 상세함은 줄어 든다. 정교함도 함께 사라진다.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결국 조리 있게 말하는 습관이 점점 예전 같지 않아진다. 논리적이기 보다는 감정적일 수 있다. 협의보다는 상대적 우위에 있는 무엇을 이용해 독선을 관철하고자 한다.
자서전은 자신을 주제로 하는 글쓰기의 가장 좋은 분야(장르)가 된다. 자신에게 질문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답한다. 이러한 과정과 이벤트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긴다. 이런 것이 모여 자서전이 된다.
자서전의 첫판(버전)에는 감추고 싶은 것은 감춘다. 두 번째 개정판에서는 감출 필요가 없겠다는 판단이 서면 과감하게 노출시킨다. 자신감이 더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을 알아보려는 시도 중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지신이 지금껏 지나온 행적을 되돌아 보는 것이다. 자서전을 써보는 것이다. 자신이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를 그간 잊고 있다가도 자서전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된다. 사소한 관심사도 되살릴 수 있다. 자신의 관심 영역 안으로 소환할 수 있다. 인생사에 있어 몇 번에 걸쳐 실수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실수하게 된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앞으로 이런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자서전은 돌아가기 직전에 쓰는 것이 아니다. 미리 쓰는 것이다. 돌아가기 한참 전에 쓰는 것이다. 더 나은 삶의 진로를 스스로에 묻고 싶을 때 자서전은 훌륭한 가이드와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자서전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는 것이다. 자신의 삶의 궤적을 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사소했던 일생사도 기록을 통해 재해석되고 의미가 재탄생하게 된다. 사소했던 일도 기록을 통해 평가해보게 된다. 자신의 가치평가기준(크라이테리아)은 무엇이었는지, 또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되돌아 보게 된다. 삶의 가치기준을 발견하게되는 계기가 된다.
자서전을 통해 자신이 보다 더 진솔 해 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혀지는 과거의 사실을 자신의 인생 자산으로 승화 시킬 수 있다.
자서전을 완성한 다음, 다음 속편을 준비할 수 있는 밑거름이 완성된 것이다. 완벽에 가까운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보충 가능하다. 글이란 그만큼 항상 미완성 상태인 것이다. 약간은 불완전 상태인 것이다. 좀 더 보완할 수 있다. 인생의 깊이를 더할수록 보완할 꺼리는 더 많아진다. 글을 다듬고 개량해 나가면서 느끼는 것은, 그간 인생의 족적이 얼마나 느슨하고 허술 했는가를 되돌아 보게 된다.
자서전의 효과는 자신의 과거를 한번 되돌아 봤다는 후련함을 가지게 된다. 완성도가 어떤가를 따지기 전에 자서전이 현 단계에서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뿌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목표에 도달하는 인생사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자서전의 완성은 스스로에게 큰 성과임을 인식시켜 줄 것이다. 한 때의 허울을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이후 그 허울은 자신으로부터 탈각해 두 번 다시 더 이상의 허울로 남지 않게 된다.
여호영 지아이에스 대표 yeohy_g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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