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비’ 꿈꾸는 ‘리빙 레전드’ 이문세 [종합]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가수 이문세가 ‘리빙 레전드’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활동 계획을 전했다.
이문세의 정규 17집 관련 기자간담회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스탠포드호텔코리아 2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행사 진행은 방송인 박경림이 맡았다.
이문세는 이날 오후 6시 정규 17집 수록곡 ‘이별에도 사랑이’와 ‘마이 블루스’ 두 곡을 선공개한다. 이 곡들을 시작으로 내년 정규 17집 발매를 예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시점에 대해서는 “세 곡도 창작의 고통이 만만치 않았다. 예전에는 뭣도 모르고 했었는데 요즘엔 세심하게 분석하고 곡의 완성도도 많이 따진다. 이 시기에 이 음악이 맞나 하는 생각이 꽉 차있다 보니 오히려 예전에 비해 새 음악을 만들기가 녹록지 않다. 그래서 더뎌지고 늦춰진 건데 빨리해야 좋을 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별에도 사랑이’는 싱어송라이터 헨(HEN)과 작업한 곡으로 템포 루바토를 극대화해 섬세하고 강렬한 이별의 감정을 표현한 발라드 곡이다. 연인과의 이별을 넘어서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들과의 다양한 이별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다.
‘마이 블루스’는 이문세가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이다. 가수로 긴 시간을 살아오며 느낀 감정과 상황들을 솔직하게 담아낸 곡으로 이문세가 집에서 기타를 치다 멜로디와 가사를 동시에 떠올려 쓰게 된 곡이라고 했다.
이문세는 정규 앨범 작업 외에도 시즌제 콘서트 ‘씨어터 이문세 시즌4’ 투어를 내년까지 이어간다. 최근 라디오 DJ로 복귀해 MBC 라디오 ‘안녕하세요 이문세입니다’로 매일 오전 11시에 청취자를 만나고 있다.
◆ 정규 17집
이문세는 이날 정규 17집에 대해 이야기하며 “지난 열여섯 장을 어떻게 내놨는지 생각이 안 날 정도”라고 했다.
그는 “1집 앨범을 만났을 때는 내가 스무 장 내는 가수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주어진 환경에서 만들어서 그때그때 낸 게 쌓여 열여섯 번째 앨범을 냈던 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열일곱 번째 앨범을 완성시키기 위해선 그 안에서 켜켜이 쌓아 완성이 돼야 열일곱 번째 앨범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흘러가는 대로 앨범을 완성해 대중에 내보일 것이라고 했다.
선공개곡 중 ‘웜 이즈 베터 댄 핫’(Warm is better than hot)과 ‘이별에도 사랑이’를 함께 작업한 헨에 대해서는 “최근 만난 뮤지션 중 가장 천재성이 곁들여진 음악인”이라고 평가했다. 트렌디하면서도 고전적인 것을 놓지 않는, 현대와 과거를 넘나드는 멜로디 진행과 노랫말로 자신을 움직였다며 블라인드 선택을 통해 ‘이별에도 사랑이’를 골랐는데 그 곡을 쓴 사람이 헨이었다고도 덧붙였다.
뮤직비디오에서 연기해준 윤계상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4년만 어렸어도 내가 윤계상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다가도 3분 몇 초 만에 보여준 윤계상의 연기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지난 앨범을 통해 선우정아, 다이나믹듀오 개코, 헤이즈 등 후배 뮤지션들과 협업을 했던 이문세는 정규 17집에도 이런 컬래버레이션이 있을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문세는 “강제로 하자고 했던 것은 아니고 선배로서 나를 존중하고 선배가 좋은 음악의 자세를 갖고 가니 본인들도 잘 따라갈 수 있다는 그런 액션들을 취해줘서 나도 거침없이 그분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했다. 정말 좋은 음반을 만들었고, 이후에도 그분들과의 관계가 너무 좋다. 이번 새 앨범이 아직 다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분들과 다시 협업을 해야할지 밝힐 수 없지만 진행 중”이라고 해 기대를 모았다.
◆ 라디오 DJ 복귀, ‘안녕하세요 이문세입니다’
이문세는 이날 라디오 DJ로서의 삶에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과거 존재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 과거 ‘별이 빛나는 밤에’ DJ를 할 때에도 많은 것들을 포기하면서 그 자리를 지켰었다고 했다.
그는 “‘별밤’을 할 때 수많은 TV 프로그램에서 제안이 들어오고 클럽에서 거액을 줄테니 노래를 해달라는 제안이 왔었다. 하지만 다 뿌리쳤다. 나는 별밤지기니까.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가치는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6개월 전 라디오에 복귀하게 된 계기도 전했다. 그는 “이문세라는 이름하고 라디오라는 세 글자는 뗄 수 없는 함수 관계란 생각이 든다. 나는 그 정도로 라디오를 통해 성장했고, 라디오를 통해 꽃을 피웠고, 수많은 청취자들과의 교감을 통해 지금도 박수를 받고 있다”라고 했다.
공연과 앨범 작업, 여행 등을 위해 라디오를 그만 둔지 13년 정도가 됐다는 그는 “수많은 질문을 받았다. 라디오 복귀를 할 생각이 없는지. 그 때마다 언젠가는 돌아간다라고 했다. 때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자연스러운 내 고향이 TV 프로그램 보단 라디오 프로그램인 것이 내 정서에서 느껴진다”라고 했다.
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와서 많은 사람들을 다시 만나려면 라디오로 돌아가는 것밖에 없어 이번에 과감히 복귀하게 됐다”라며 “6개월 정도 됐는데 매일 매일이 너무 행복하다. 그리고 매일 매일이 너무 힘들다. 버겁다. 시간은 한 시간 짜린데 그 한 시간을 준비하기 위해 모든 스태프가 두 시간 이상씩 매일 회의를 한다. 예전에는 그 정도까지 라디오에 목숨을 걸고 집착하지 않아도 사랑을 받았는데 복귀하면서 마음 자세가 달라졌다. 더 사랑스럽고 귀하고 자하고 싶고 욕심이 난다. 그래서 투자를 많이 하게 됐다. 예전 이문세의 영광을 되찾는다는 욕심을 부리고 싶지는 않지만 사랑을 받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14일 오전, 라디오에서 틀고픈 선공개 곡으로는 ‘이별에도 사랑이’를 꼽았다. 직접 쓴 ‘마이 블루스’도 좋지만 ‘이별에도 사랑이’가 이 계절, 가을에 정말 잘 어울리는 곡이라며 틀 수 있다면 이 곡을 선곡하고 싶다고 했다.
◆ ‘씨어터 이문세’ ing
이문세는 팬들의 추가 공연 요청을 받아들여 시즌제 콘서트 ‘씨어터 이문세 시즌4’ 투어를 내년까지로 연장하기도 했다.
여는 공연이 꾸준히 매진 세례를 기록할 정도로 롱런하는 비결로는 ‘팀 이문세’의 힘을 꼽았다. 플레이어로 나서는 자신뿐 아니라 구성, 기획, 마케팅 등이 모두 절대적으로 압도적이게 훌륭하기 때문에 이룰 수 있는 결과라고 했다.
이문세는 “시즌4를 하며, 시즌1부터 4까지 한 번도 겹치는 구성이 없었다. 무대도 연출도. 모든 것이 새롭다. 진짜 새 작품을 백지 상태에서 만들어 갔다고 생각했고 나는 주어진 환경에서 내 노래를 최선을 다해서 했다. 그 외에 밴드, 뮤지컬, 음향, 조명, 무대 디자인 이런 분들이 각기 유닛으로 각자의 역할을 최선을 다해서 해줬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태프들이 다 모여 붙들어서 만들어 가니까 안 될 수 없다라고 생각한다”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이문세는 그럼 노래라도 잘해야 하지 않나. 몸짓이나 진행 이런 것들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 몸 관리를 하는 거다. 몸 관리가 제대로 돼야 노래를 온전하게 할 수 있다. 60대의 비가 나처럼 건강할 수 있겠나”라며 “춤은 못 추지만 체력의 안배 이런 것들을 후배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줘야 하는 선배여야 하니까 나름대로 루틴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자신했다.
은퇴 공연이 없을 것이란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선배인 조용필이 최근 정규 20집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조용필 선배 등이 앞장서 가시니 내가 뒷짐을 지고 갈 수 있는 거다. 용필이 형은 은퇴 공연은 안 하시면 좋겠다. 무대에 있는 게 가장 존경스럽다. 쓸쓸한 은퇴 공연은 안 하셨으면 한다. 언젠가 못 하게 될 수는 있겠지만 내 스스로 ‘마지막이야’란 단어를 남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뒤에서 묵묵히 쫓아가는 후배들에 대한 일종의 용기, 위안이 될 수 있으니”라고 말했다.
또 이문세는 “대부분의 관객들이 날 만나고 돌아가면서 악수라도 한 번 하면 ‘앞으로 30년은 끄떡없겠네요’라고 한다. 나에겐 찬사다. ‘20년은 끄떡’이다가 요즘엔 ‘앞으로 10년만 더 해주세요’라고 한다. 난 20년 더 하고 싶은데 70대 중반, 그때까지만 하란 이야기인가? 내가 내 나이와 음악 생활을 오래 했단 것을 잊고 살았나 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문세는 “선배들이 은퇴한다고 하며 내가 가슴이 아프다. 나도 그 수순을 밟아야 할 것 같아 은퇴 공연을 하지 말아 달라고 간절히 바라는 것”이라며 “은퇴는 쓸쓸히 퇴장한단 이야기다. 지금까지를 추억으로 생각하시고 난 이제 퇴장하겠습니다인데 뮤지션, 아티스트들에게 퇴장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걸어나올 수 없으면 휠체어 타고라도 나와 인사말이라도 하고 들어가더라도 박수를 쳐주는 사람 단 한 명이 객석에 있더라도 마이크를 잡아야 하는 운명이 아닌가 싶어서 은퇴 공연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나도 하지 않겠다란 스스로에 대한 약속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기자]
이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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