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트럼프’…미 공화당, 백악관 상·하원 모두 장악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원에 이어 사실상 하원까지 차지하며 ‘트라이펙타’를 완성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 기간 강조했던 주요 정책에 날개가 달릴 것으로 관측되지만 고율 관세 등 몇몇 이슈에선 공화당 내에도 이견이 있고, 민주당이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활용해 막을 수도 있기 때문에 모든 트럼프표 정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진 않을 거로 보인다. 최근 트럼프 당선자가 공화당 하원의원 당선자 2명을 행정부로 빼가면서 ‘박빙 다수’인 하원에서의 법안처리가 원활치 않을 거라는 우려도 공화당 내에서 나온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12일(현지시각) 공화당 지도부 의원들과 함께 의회 앞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계획대로 민주당 의석을 공화당 의석으로 바꿨으며, 과반(218석)을 유지했다. 지난 선거 때보다 의석을 더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승리를 기정사실로 했다. 현재 공화당은 220석을 가진 하원 다수당인데, 의석수가 더 늘어날 거라는 뜻이다. 전날 ‘공화당이 하원 과반인 218석 이상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미국 선거 결과 분석 기관인 디시전 데스크 에이치큐는 13일 오후 3시(한국시각) 현재 공화당이 219석, 민주당이 211석을 확보했고, 5석은 개표 중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 공화당이 상·하원과 연방 정부 전권을 쥐게 되면서 ‘트럼프 표’ 정책엔 일단 힘이 실릴 거로 보인다. 세금 감면 연장 및 확대, 이민 및 기후 정책,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중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정책은 공화당 내 이견이 적거나 대통령 행정명령만으로 상당 부분 추진이 가능하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이들 정책 범주 내에서도 ‘팁에 대한 세금 감면’의 경우 연방 정부 부채 증가를 우려하는 일부 공화당 의원의 반대가 있을 수 있으며 고율 관세에 대해서도 일부 공화당 의원과 보복 관세를 우려하는 기업인들 반대가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로 막아설 수도 있다. 감세 연장 등 예산과 세제 변경안은 상·하원에서 단순 과반수만으로 통과될 수 있다. 하지만 그외 법안들은 법제화되기 위해 상원의 필리버스터, 즉 60표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민주당이 상원에서 이민 단속법이나 ‘오바마케어’로 알려진 건강보험 개혁법 폐지 법안 등을 필리버스터를 통해 저지할 수 있다”며 “공화당이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려는 극단적 조처를 하지 않는 한 상원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원에선 아슬아슬한 과반 의석이 공화당의 위험요소다. 최근 트럼프 당선자는 엘리스 스터파닉 하원의원(공화당·뉴욕)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마이크 월츠 하원의원(공화당·플로리다)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행정부 직책을 맡으려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현재 공화당은 최대 222석을 얻을 거로 전망된다. 2석이 공석이 되면 ‘과반 +2’인 220석으로 하원을 운영해야 한다. 더 적은 수의 이탈만으로도 법안 통과가 위험해질 수 있다. 공석을 채우는 보궐선거까지는 몇달이 더 필요하다.
존슨 하원의장은 공개적으로 ‘추가 의원 지명 반대’를 표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단 한 표도 중요하다. 아프거나 교통사고가 나거나 비행기가 연착되면 본회의 표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당선자가 의회의 숫자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추가로 하원의원들이 행정부에 합류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원 다수당 원내대표인 스티브 스컬리스(공화당·루이지애나) 또한 “당선자가 하원에서 더 많은 인물을 선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공화당에선 의원들이 종종 (지도부와) 반대 입장을 보여 입법 활동을 지연시키곤 한다. 두 표 상실은 통과 가능한 법안 목록을 바꿀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샘 그레이브스 하원의원(공화당·미주리)은 교통부 장관, 글렌 톰슨 하원의원(공화당·펜실베이니아)은 농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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