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이재성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모바일 플랫폼으로 당원 주권 강화"
"사원부터 대표이사까지, 직장인으로서 기업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은 충분히 했습니다. 50대에 접어들고서는 특정 주주보다는 국민을 위한 일을 하며 성공 사례를 남기고 싶었어요."
이재성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진행한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더 이상 평론의 시대가 아니다"라며 "지금 정치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다 알고 있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시점에서 창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지난 4·10 총선 당시 민주당의 두 번째 영입 인재로 정계에 입문한 이 위원장은 정보기술(IT)·게임 업계에서 굵직한 이력을 쌓아왔다. 부산에서 태어나 포항공과대 물리학과와 부산 고신의대 등을 거쳤고 마지막으로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이동통신회사 한솔PCS에 공채로 입사했다. 이후 넷마블로 자리를 옮겨 단기간에 이사로 승진했고 엔씨소프트에서도 전무, 자율주행 스타트업 새솔테크 대표 등 임원직을 두루 거쳤다. 임원으로서 근무한 기간만 18년이다.
이 위원장은 이제 정치인으로서 '하나의 사례'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영입 인재 2호임에도 비례대표가 아닌 민주당 험지로 꼽히는 부산에서 출마를 결심한 배경도 그 일환이다. 이 위원장은 4·10 총선에서 부산 사하구을에 출마했으나 아쉽게도 낙선했다. 하지만 낙담하지는 않았다. 약 두 달 만에 부산시당위원장 출마 의사를 내비치며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섰다. 그 결과 이 위원장은 4명의 후보 가운데 경선 1위를 차지하며 부산시당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이 역시 정치 신인으로서는 흔치 않은 행보다. 처음 정치권에 발을 내디딜 때부터 남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왔던 만큼 이 위원장은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다음 목표는 IT 전문가로서의 강점을 살려 모바일 정당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성공적으로 당에 안착시키는 일이다. 이 위원장은 앞서 부산시당위원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원 주권 시대, 모바일 정당 플랫폼 설계·구현'을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인공지능(AI)이 전 세계를 강타했지만 정치는 유독 IT 바람이 덜 부는 곳으로 여겨진다. 여야 할 것 없이 IT 출신 업계 인물들이 정치에 관련 시스템을 도입하고 활용하려고 했지만 성공한 사례는 드물었다. 이 위원장은 차별화된 모바일 정당 플랫폼을 설계해 당원 민주주의로의 시대를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민주당 홈페이지는 꽤 오래전부터 운영돼 오고 있고 앱 형태를 띠고 있는 것도 있지만 새로운 앱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정치권에 들어와 보니 9할이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을 사용하고 있더라. 그런데 이와 같은 앱들로 정치인과 당원, 시민들이 소통하기는 힘들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정치권은 또 대부분 사문화 형태로 당원들이 부여받은 권리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며 "게다가 문자를 보내거나 ARS(자동응답시스템)로 투표하는 방식은 건당 비용이 발생하지 않나. 당원 주권 시대에 걸맞은 모바일 기반의 정당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진화하는 IT 기술이 정치 영역에도 들어와야 한다는 게 이 위원장의 판단이다.
이 위원장이 그리는 모바일 정당 플랫폼은 이미 기획 단계에 들어갔다. 이 위원장은 "내년 여름쯤에는 1차 버전을 출시하려고 계획 중"이라며 "가칭은 '더불어민주당 플러스'로 추후 당원들에게 이름을 추천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1차적인 핵심은 투표 접근성을 높이는 데 있다. 중앙 정치인뿐 아니라 당의 풀뿌리인 구의원들과도 직접 당원들이 앱에서 소통할 수 있게끔 할 예정이다. 이를 구현하면 정치인들도 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커뮤니티 기능도 활성화한다. 민주당은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권리당원이 100만명을 넘어선지 오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주변인들과 정치 이야기를 하기에는 민감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위원장은 "예컨대 위치 기반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으로서 해당 플랫폼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온라인 공간에서 혹은 자신이 속해 있는 지역위원회 사람들과 만나 하나의 주제를 놓고 편하게 정치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정치도 생활정치 시대로 접어들지 않았나"라며 "정치 자체를 위해서 만난다기보다는 정치 이야기도 편하게 할 수 있는 시대가 돼야 한다고 보고 민주당 철학에 가장 동의하는 사람들끼리 고품격 커뮤니티를 담보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이 밖에 동영상 시대인 만큼 양질의 콘텐츠로 당원들과 정치인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도 꾸릴 방침이다.
이 모든 것을 통해 결과적으로,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건 시민들이 정치를 가까이하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저야 운이 좋아서 영입 인재 2호라는 타이틀의 힘을 빌렸지만 정치는 결국 국민들이 하는 것"이라며 "가령 '정치가 이래서는 안된다, 정치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한 게 사실"이라고 짚었다. 이어 "모바일 정당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새로운 인물들을 접하기도 쉽고 소통도 원활히 할 수 있다고 본다"며 "그렇게 되면 당에서 생각하는 인재를 찾을 수 있는 공간도 자연스럽게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현 정치에도 스타트업 정신이 필요하다"며 "스타트업은 혁신, 창의, 실행 등의 키워드를 나타내지 않나. 정치도 마찬가지로 창의적인 방법으로 혁신하고 실행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부산시당위원장 출마 당시 '제가 도와줄 수 없는 거 아시죠?'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을 듣고 정치는 공과 사가 명확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며 "오로지 국민만 보고 가야 한다는 입장에서, 그래서 더 열심히 뛰었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뛰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덧붙였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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