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에게 퇴장은 없다, 은퇴공연 하지 않을 것" 이문세의 뚝심 [ST종합]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가수 이문세가 한 명의 관객만 남아있더라도 계속 노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문세는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정규 17집 관련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문세는 2025년 완성을 목표로 정규 17집을 작업 중인 가운데, 이미 선공개곡 'Warm is better than hot'이 공개된 데 이어 이날 수록곡 '이별에도 사랑이' '마이 블루스' 두 곡을 공개한다.
이날 이문세는 "이번 주가 바쁘다. TV 출연도 몇 년 만에 처음 했다. 제작발표회도 16집에 이어 17집도 완성된 게 아닌데 하게 됐다. 라디오 프로그램도 얼마 전에 새로 복귀를 해서 매일매일 재밌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그게 겹치는 주가 이번 주라서 이번 주가 제일 바쁘다"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지난 주에 녹화했는데 이번 주에 방영된다"고 근황을 전했다.
정규 17집에 대해선 "사실 오늘까지 포함해서 3곡이 선공개되는데 창작의 고통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다. 뭣도 모르고 음악을 만들고 씩씩하게 해왔었던 때하고는 다르게 이제는 좀 더 면밀하게 세심하게 분석하고 곡의 완성도, 지금 이 시기에 이런 음악이 맞나. 여러 생각이 꽉 차 있으니까 오히려 예전에 비해서 새 음악을 만들기가 녹록치가 않다. 그래서 더뎌지고 늦춰진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17집을 준비하면서 중간에 음원을 발표하는 이유는 이 시점에는 이 음악이 어울리겠구나. 내년 여름에는 더 활기차고 더위를 잊을 만한 곡들이 만들어지면 그때 또 발표를 하고. 제 계획은 내년에는 17집이 다 차서 새로운 앨범이 이제 만들어졌습니다 하는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겠다. 공연하면서 음악 작업도 게을리 하지 않고 그때 다시 한 번 짠 하고 나타나겠다"고 말했다.
'이별에도 사랑이'는 싱어송라이터 헨(HEN)과 'Warm is better than hot'에 이어 함께 작업한 두 번째 곡이다. 연인과의 이별을 넘어서,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들과의 다양한 이별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다.
이문세는 "헨은 최근에 만난 음악인 중 가장 천재성이 있다. 트렌디하면서도 고전적인 걸 놓지 않는, 현대와 과거를 넘나드는 그런 멜로디 진행과 노랫말로 저의 마음을 먼저 움직였기 때문에 제가 그 음악을 선택했을 거다. 너무 멋있는 뮤지션이다. 저는 처음에 드라마 OST로 만났다. (헨이) '나의 해방일지' 음악을 담당했는데 무심히 음악을 듣다가 누가 쓴 멜로디일까. 이렇게 덤덤하게 힘 하나도 주지 않고 하고 싶은 얘기는 다 하고. 대범한 뮤지션이 나타났다 했다. 저한테 준 곡들은 누가 만들어준 곡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제가 선택했다. 근데 만들어준 이가 헨이었다는 거다. 블라인드 선택이었는데 헨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음악을 듣는 이들은 함께 모여서 들으면 객관적이 되는데 1대1로 들으면 주관적인 평가가 나오지 않나. 제 예전 음악들을 쭉 돌이켜보면 '옛사랑' 음반에 담겨져 있었던 그 음반, '옛사랑'이 7집 앨범에 있었는데 객관적으론 타이틀곡이 다른 곡이었다. '옛사랑' 같은 곡은 나 혼자 듣고 싶은 음악이었고 큰 반향을 일으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쉽게 얘기하면 훅이 없고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곡이 아니고 그냥 독백하듯이 하는 곡이지 않나. '이별에도 사랑이'도 그런 맥락으로 따지면 '옛사랑'하고는 다른 결이지만 그렇게 다같이 합창합시다 하는 곡은 아니고 혼자 조용히 사랑이 무엇이었을까. 내게 찾아온 사랑을 끝내거나 돌려보냈을 때 어떤 감정이었을까 되새겨볼 수 있는 그런 노래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끝마무리에는 이별이 오히려 고마웠다는 표현을 한다. 정상적이라면 후회를 하고 탓을 하고 슬퍼하고 고독하고 그런 거지만 이별이 과연 고마울 수 있었을까. 어떤 사랑이었길래. 그 후유증은 어떻게 치유했길래. 다시 한 번 자기 사랑과 이별에 대해서 한 번 정도 짚어볼 수 있는 그런 노래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에는 윤계상이 열연했다. 이문세는 "제가 한 4년 만 어렸어도 윤계상 씨 역할을 했을 텐데"라고 했고, 박경림은 "여기는 그런 얘기를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문세는 계속해서 "연기가 참 좋다. 3분 몇 초 만에 이런 연기가 나오다니. 물론 몇 시간 찍었겠죠"라고 했고, 박경림은 재차 "그런 얘기도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문세는 "윤계상 씨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고 했다.
또 다른 곡 '마이 블루스'는 이문세가 직접 작사, 작곡한 곡이다. 가수로 긴 시간을 살아오며 느낀 감정과 상황들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이문세는 "제가 항상 사석에서 하는 얘기가 '잘 놀다 잘 가자'다. 여러 가지가 함축돼 있는 말이다. 잘 살기가 쉽지가 않은 세상이다. 정말 후회 없이 잘 살았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럴까. 잘 가자는 것도 쉽지가 않다. 시간도 아껴써야 하고 우리 하루하루 너무 소중한 시간들이다. 이 땅에 함께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충고와 용기와 위안을 주고 싶었다. 선배는 이렇게 살아왔고 이렇게 흘러가고 있어. 누구나 다 올 수 있는 길이니까 거기에 대비하면서 잘 살렴. 그 격려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노래는 고통스럽게 창작해내려고 한 곡이 아니고 집에서 연습삼아 하다가 갑자기 시작된 곡이다. 노래와 멜로디가 같이 나온 곡이다. 그렇다고 천재적이라는 건 아니다"라고 덧댔다.
이에 박경림은 본인의 라디오에서 두 곡 중 한 곡만 틀 수 있다면 무엇을 틀겠냐고 물었고, 이문세는 "속마음은 상관 없고 방송에 내보내고 싶은 곡은 '이별에도 사랑이'다. 제가 DJ니까. 이 계절에 잘 어울리고 이문세다운, 이문세도 사랑이란 걸 해봤고 이런 사랑에도 이런 감사함과 고마움이 있었어요. 아름다운 왈츠 3/4 박자 리듬에 실은 제 마음을 툭툭 던지고 싶었다. 가을 하늘에 툭 던지고 싶은 노래가 '이별에도 사랑이'다"라고 답했다.
지금까지의 활동을 돌아보며 이문세는 "마이크 잡고 대중들 앞에서 노래한지 40년이 넘었다. 그 얘기는 중간에 힘든 과정도 있었고 넘어야 할 강과 산과 무릉도원도 있었고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40년 이상 박수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외면 받지 않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앨범을 만들 때마다 대중을 의식하고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고, 물론 히트곡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이 음악이 과연 먹힐까 아닐까. 트렌디 할까 아닐까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이문세가 던지고 싶은 음악에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면 고맙지만 아니면 할 수 없다. 제 앨범, 16집 앨범까지 냈을 때 회자되는 음반이 몇 장 정도밖에 안 된다. 히트곡이 몰려 있거나 몇 장은 사랑받았지만 어떤 곡은 이문세의 작품발표회겠거니 점수를 낮게 받은 앨범도 없지 않아 있다. 그렇다면 당장 그만둬야지. 별 반응 없으니까 그만할테야도 할 수 있지만 제가 마이크를 잡고 박수를 받았던 원동력은 음반뿐만 아니라 공연에서도 힘과 에너지를 얻었고 전반적으로 음악인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선 "저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왔다. 이를테면 오늘 기자간담회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면 됐다. 그럼 내일은 뭐하지? 내일은 라디오 하나 있고 동사무서에 가서 할 게 있다. 그런 잡일들도 저한테는 중요한 일이다. 이미 짜여져 있는 계획들, 공연에 대한 계획이 장기적으로 내년까지 차 있다. 그게 제가 해야 할 숙제들이다"라고 밝혔다.
이문세는 은퇴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그는 "공연 끝나고 관객들이 저를 만나고 돌아가면서 악수라도 한 번 하면 '앞으로 30년은 끄떡 없겠어요' 저한테 가장 찬사를 보내는 표현들이다. '화이팅하시고 10년은 문제 없으시죠?' 30년, 20년, 10년 점점 줄어들긴 하는데 10년이면 70대다. 내가 음악 생활을 오랫동안 했던 걸 잠시 잊고 살았던 거다. 그래서 선배님들이 은퇴를 합니다 하면 제가 가슴이 아프다. 저도 그 수순을 밟아야 될 것 같아서. 그래서 '은퇴 공연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개인적으로 간절하게 바란다. 은퇴라는 자체가 쓸쓸히 퇴장한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추억으로 생각하시고 저는 퇴장합니다인데 저는 아티스트에게 퇴장은 없다고 생각한다. 걸어나올 수 없으면 휠체어를 타고 나와서 인삿말이라도 하고 나가더라도 박수를 쳐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 객석에 앉아있더라도 그 한 사람을 위해서 마이크를 잡아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에서 저는 은퇴 공연을 하지 않겠다는 제 스스로의 약속이다"라고 했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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