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만 협상해달라” 낭만의 김원중이 장발까지 자른 이유는
공들여 기른 머리 소아암 환우에 기부도...
“처음 야구 하는 마음으로 한 게임 한 게임 간절히 임할 것”
“긴 머리 때문에 말 안 나오게 더 열심히 잘하려고 했는데...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이 제일 컸습니다.”
한창 프로야구 FA(자유 계약) 시장이 달아오르던 지난 10일, 롯데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 야구 팬들을 놀라게 했다. ‘거구의 삼손’이 ‘단발 미남’이 돼서 나타난 것. 김원중은 소속팀 롯데와 4년간 총액 54억원 FA 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에 트레이드 마크와 다름없던 치렁치렁한 장발을 말끔하게 밀고 단정한 헤어스타일로 인사를 건넸다.
이날 김원중은 롯데 유튜브 채널 ‘자이언츠 TV’를 통해 이발하는 모습까지 공개하며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으로 잘랐다. 머리카락은 이제 놓아줄 때가 됐다”며 “다시 한 게임 한 게임 간절하게 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번 FA 계약을 계기로 초심을 다잡으며 공들여 기른 머리를 단번에 쳐버린 것이다.
광주 출신인 김원중은 2012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하자마자 190㎝ 넘는 큰 키와 준수한 외모로 팬들 관심을 받았다. 그러던 그가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 건 선발 투수에서 마무리 투수로 보직을 바꾼 2020 시즌부터. 머리를 기르고 덩치를 키우면서 ‘꽃미남 투수’ 김원중은 ‘삼손’ 김원중으로 변했다. 기량이 오락가락하던 선발 시절과 달리 장발 마무리 김원중은 롯데의 수호신으로 자리 잡았다. 어느덧 서른한 살이 된 김원중을 향해 젊은 여성 팬들은 익살스럽게 ‘원중 언니’라고 부르기도 했다.
김원중은 장발 중에도 중간중간 머리를 조금씩 자르긴 했다. 자른 머리는 소아암으로 투병하는 어린이들의 특수 가발 제작에 기증했다. 하지만 일부 팬은 김원중이 부진할 때마다 “머리 좀 깎으라”며 트집 잡았다.
김원중이 장발을 자른 건 야구적인 이유도 있다. 김원중은 투구 전 준비 동작이 많고 투구 시간도 긴 편인데 마운드에서 긴 머리를 수시로 정돈하는 모습도 보여 ‘다음 시즌 피치 클록에 잘 적응할지 걱정된다’는 말이 적지 않았다. 이에 구단 측도 헤어스타일을 바꾸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본인도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며 스스로 머리를 자르기로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김원중은 FA 자격을 얻었을 때 롯데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소속사가 ‘FA 대박’으로 유명한 리코스포츠에이전시였기 때문. 실제로 타 구단에서 더 많은 액수 제의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김원중은 달랐다. 소속사에 “롯데에 남고 싶으니 롯데와의 협상에 집중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제 롯데 팬들은 ‘낭만의 김원중’이라고 부른다. 그는 “롯데 자이언츠 마무리, 멋있지 않으냐. 어디 안 가겠다고 팬들에게 약속을 드렸는데 그 약속을 지킨 게 가장 뿌듯하다”고 밝혔다. 롯데 팬들은 “다음 시즌 부진하더라도 욕하지 않고 응원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그는 “아직 롯데에서 해야 할 대업이 너무 많이 남았다. 다음 시즌 더 높은 곳으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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