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 킹 교수 "한국어, 세계적 성장하려면 민족주의적 성향 벗어나야"

美 한국어마을 '숲속의호수' 설립자, '한글'의 세계적 인기비결 세종서 특강
"미국과 달리 예산 지원이 가능한 세종시와 협력 방안 고민해 나가야 할 것"

로스 킹 교수가 13일 세종시청 여민실에서 시민과 공무원 등 100여명을 대상으로 '세계 유일의 한국어 마을 숲속의 호수와 북미의 한국어 교육 이모저모' 주제의 특강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유창한 한국어로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의 실태를 소개했다. 세종시 제공

"세계어로서 한국어가 성장하려면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동시에 한류가 소멸한 후에라도 외국인 교육생을 계속 유지하려면 서둘러 장학금 제도와 교육 시설을 갖춰야 해요."

미국 미네소타주에 있는 한국어마을인 '숲속의 호수' 설립자이자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소속 로스 킹(Ross King) 교수의 제언이다.

대표적인 한글 친화적 인물로 정평이 나 있는 킹 교수가 13일 시청 여민실에서 시민과 공무원 등 100여명을 대상으로 '세계 유일의 한국어 마을 숲속의 호수와 북미의 한국어 교육 이모저모' 주제로 특강을 가졌다.

그는 이날 유창한 한국어로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의 실태를 소개했다. 세계 보편의 언어로 성장하기 위해 고쳐야 할 부분에 대해 다양한 제언도 내놨다.

킹 교수는 "북미 지역에서 한국어교육은 고등교육 프로그램이 140곳 이상에서 실시되고, 한국어 전공 과정이 개설된 대학은 40곳 이상에 이를 정도로 지난 15년간 급속히 성장했다"고 운을 뗀 후 "무엇보다 MLA(Modern Language Association) 통계로는 지난 2016-2021년 영어가 아닌 외국어 등록생 수가 16.6% 감소한 가운데 한국어 교육생 수는 38.3% 늘어나는 현상을 보였다"고 했다.

킹 교수는 이처럼 코로나 대유행 시기를 거치며 외국어 교육 인구수가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한국어 교육생만 늘어난 배경으로 한류 문화의 확산을 지목했다.

그는 "한류 문화 확산으로 인한 외국인 교육생의 증가라는 성과에만 도취될 게 아니라, 신규 교육생을 지속적으로 유입시키는 체계를 만드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그가 특히 주목한 것은 한국어를 우리 민족어로 바라보고 해외 한국어 교육을 자국어 보급 정책적 관점이나 민족주의적 접근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킹 교수는 "해외 한국어 보급을 위해서는 탈민족어·탈국어 중심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하고, 한류 열기를 한국어 전공자 확대로 이어주기 위한 지원 체계, 즉 파이프라인 구축이 절실하다"는 지론을 소개했다.

그가 말한 파이프라인은 한국어에 관심을 가진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이 대학과 대학원에서 한국어 전공자로 성장하는 체계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장학금 제도와 교육 시설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지난 7월 하순, 미국 미네소타주에 있는 한국어마을 '숲속의 호수'에서 만난 로스 킹 교수(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가 기자에게 한글과 K-문화에 대한 현지의 관심도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최태영 기자.

이 가운데서도 교육 시설 마련이 중요하다는 킹 교수의 주장은 세종시 4기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글문화글로벌센터' 조성 사업에 부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시 직원들의 시각이다.

그는 특히 "한국어 교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취업 등 경제적 관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대상과 언어문화적 관점에서 흥미를 갖고 접근하는 대상을 구분해 서로 다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에 있는 숲속의 마을과 달리 한국에서, 특히 세종시가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학습하는 공간으로 조성을 추진하는 '한글문화글로벌센터'는 접근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그는 "교포 위주의 한국어 교육은 외국인을 배제함으로 인해 일종의 반향실 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실패하지 않으려면 민족주의 시각을 걷어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국내와 국외는 환경이 다른 만큼 한국어 방법론도 달라져야 한다"면서 "비영리 단체인 콩코디아 언어마을(숲속의 호수)과 달리 예산 지원이 가능한 세종시와 협력 방안을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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