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에서 지방으로 재원만 바뀌는데... ‘고교무상교육 예산 삭감’으로 몰아가는 민주당
고교 무상교육 비용을 정부와 교육청과 분담하는 제도가 올해 말로 끝나는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정부가 예산을 삭감해 고교무상교육을 폐지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9000억원이었던 관련 예산을 정부가 제도 종료를 반영해 내년에는 사실상 0원으로 편성하자 ‘고교무상교육 폐지’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원을 폐지하더라도 교육청들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이 많아 재원은 충분한 상황이다. 학부모들이 학비를 내야 하는 일도 없고, 단지 사업에 쓰이는 재원만 바뀐다.
고교 무상교육은 입학금·수업료·학교운영지원비·교과서비를 모두 지원하는 제도로 2019년부터 시행됐다. 예산 중 47.5%는 정부가, 나머지 52.5%는 교육청(47.5%)과 지방자치단체(5%)가 부담한다. 문재인 정부 때 여당인 민주당이 주도한 것이다. 당시에도 교부금을 재원으로 삼아야 맞는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제도 도입 충격을 완화한다는 차원에서 올해 말까지 정부가 예산을 보조해 주기로 했다. 올해 고교 무상교육에 투입된 정부 예산은 9439억원인데, 올해를 끝으로 내년부터는 예산이 거의 투입되지 않는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내년 교부금 규모(75조원 이상)을 고려할 때 정부 지원이 일몰 되더라도 제도를 시행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본다. 올 2월 기준으로 각 교육청이 그간 쓰지 않고 쌓아둔 적립금 규모도 7조원에 달한다. 실제로 교부금이 많이 남자 일부 교육청들은 이를 교직원 무이자 대출로 쓰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고교 무상교육을 외면하는 모습에 실망감을 금치 못한다”며 지난 6일 고교 무상교육 정부 지원 기한을 3년 늘리는 지방교육교부금법 개정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또 민주당 의원들은 지역구에 ‘윤석열 정부, 고교무상교육폐지 저지’ 같은 현수막을 걸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들도 이를 찬성하고 있다.
민주당이 발의한 일몰 연장안이 통과되면 매년 9000억원 가량의 중앙정부 재원이 투입된다. 중앙정부 세수는 부족하고 교부금은 넘치는 상황에서 반대로 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돈이 나가는 주머니만 바뀔 뿐 학부모 부담이 없는 건 올해나 내년이나 마찬가지라는 걸 민주당도 안다”며 “예산안 숫자가 9000억원에서 0원이 되는 걸로 내용을 잘 모르는 학부모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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