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 대응·복구…디지털 행정 체질 개선 속 과감한 투자 절실

송신용 2024. 11. 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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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관제 체계 마련·대상 확대한 범정부 통합모니터링 도입
다른 시스템으로부터 장애 확산 차단하는 위험 분산형 구조 적용
정보시스템 중요도 따라 등급제 개편… 불편 최소화해 신뢰 높여
인프라 복원력 강화 위한 노후장비 교체·전산장비 이중화 급선무
OECD 디지털 정부 2회 연속 1위… 서비스 안정성 기반 다져야
행안부 세종청사. [연합뉴스]

행정전산망 장애 발생 1년 후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면 뉴스가 된다. K-디지털로 세계에 이름을 알려온 대한민국은 꼭 1년 전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로 국민들이 민원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지구촌에서 날고 긴다는 디지털 역량을 과시하면서 글로벌의 부러움을 사던 우리로서는 충격이었다. 한편으론 디지털정부 서비스의 안정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1년 뒤 어떻게 변하고, 무엇이 달라졌을까.

◇발 빠른 대응 속 투자 필요성 인식 확산 계기

초연결 사회에서 국회와 예산당국이 디지털 서비스 안정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투자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 것은 그나마 위안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2019년부터 추진해왔던 '차세대 지방행정공통시스템' 사업도 지난 8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사용하는 시도·새올시스템이 18년 만에 개편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원숭이가 다시 나무에서 떨어지는 일은 없을까. 행안부는 '노우'라고 단호하게 답한다. 먼저 위험징후 상시 감시를 강화해 장애를 사전에 방지하고 초동대응 시간을 단축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부 주요 정보시스템을 운영하는 대전·광주·대구센터의 관제를 통합하고 징후 알림 기준을 하향해 효율적이면서도 기민하게 작동하는 24시간 상시 관제 체계를 마련했고, 대상 범위를 확대해 범정부 통합모니터링을 도입했다.

다른 시스템으로의 장애 확산을 차단하는 위험 분산형 구조를 적용한 것도 두드러진다. 현재 네트워크 영역과 통합 저장장치의 구조를 개선하는 '장애 격벽' 구축이 진행 중이다. 장애 전이 방지와 유연한 대처가 가능한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반 디지털정부 혁신전략을 수립하고, 전환 대상을 선정해 국토교통부 국가대중교통정보 시스템 등 23개 주요 정보시스템을 대상으로 컨설팅 사업을 추진 중인 것도 성과를 기대하게 한다.

기관이나 사업마다 편차가 있던 예방점검을 체계화해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정보시스템 사이의 연계 현황등록과 영향도 분석을 의무화해 위험관리를 강화한 대목도 눈에 띈다. 특히 한정된 운영·관리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정보시스템 중요도에 따라 등급제를 개편해 등급별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애등급을 신설했다. 이는 디지털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도 잦은 피해… 디지털 행정 체질 개선

사실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든 사고는 발생하는 법이다. 다른 선진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 7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같은 빅테크의 서비스도 예기치 못한 장애로 전세계 동시다발적 피해를 초래했던 게 대표적이다.

그래서 행안부의 후속 대책 중 핵심은 신속한 대응·복구로 중단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이버장애지원단을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신설해 아키텍처·소스코드 분석과 성능점검 등 안정성 진단과 관련한 기술지원을 확대하고, 정부24와 우편정보시스템 등 23건의 지원을 수행 중이다.

여기에 정보시스템 장애를 재난 법령상 재난과 사고 유형에 명시해 장애 대응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고,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을 만들어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응에 나선다. 나아가 디지털안전상황실을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신설해 범정부 1·2등급 정보시스템의 장애 상황을 통합 관리하며, 비상연락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

또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행정·민원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1등급 시스템에 대해 '행정 및 민원 업무연속성 계획'을 연내 수립할 방침이다. 단 하나라도 국민 불편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다.

디지털 행정 체질 개선에도 주력한다. 정보시스템 운영 방식을 개편해 3등급 이하 정보시스템은 관리 효율 향상을 위한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정보시스템 강화 차원에서 전문인력 채용 연봉상한을 폐지해 IT 전문가를 뽑고, 유지관리 사업구조를 개편한다.

특히 범정부적 협업이 주목된다. 최근 해외 디도스 공격도 유관기관 간 공조를 통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기정통부는 공공정보화사업의 참여 여건 개선을 위해 '설계·기획 사업'과 700억원 이상의 '대형사업'에 대해선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SW진흥법'을 개정 중이다. 조달청은 공공정보화사업 수행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시범 추진해 대한민국의 디지털 역량이 더욱 탄탄해지리라는 기대감을 키운다.

◇노후장비 교체·복구시스템 구축 등 과제

과제도 없지 않다.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이룬 것을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가 절실하다. 인프라 복원력 강화를 위한 노후장비 교체와 전산장비 이중화,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등이 급선무라서다. 특히 재해·재난 뿐만 아니라 장애 상황에서 작동하도록 액티브(Active)-액티브 방식의 멀티리전 재해복구시스템(DR) 구축 가능성을 검토해 2025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시범 구축한 뒤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한다면 세계 최고의 디지털정부에 걸맞은 안정성 기반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디지털정부 평가에서 2회 연속으로 종합 1위를 달성했다. 우리 디지털정부가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번 행정전산망 장애 이후 국민의 신뢰와 안정성이라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 꼭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디지털행정서비스 안정성 강화 대책의 철저한 추진으로 이뤄지고 있는 변화가 중요한 이유이다.

서비스 안정성에 대한 일시적인 관심과 단발적인 조치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위한 혁신과 장기적인 투자, 기술 발전의 노력을 동반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전문가들은 특히 일상 속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들이 서로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초연결 사회에서 서비스 안정성은 필수사항이 됐다고 강조한다. 국민 권익과 정부 신뢰성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 세계 수준의 민간기업을 비롯해 국내외 전문가 그룹과 칸막이 없이 협력해 디지털정부 서비스의 안정적 제공 환경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권헌영 디지털정부혁신위원장(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정부의 대응체계와 디지털 혁신 추진체계를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맞게 정비하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며 "정부 밖으로는 민간 기업이나 외국을 비롯한 민간 역량과 학연 전문가 그룹, 정부 내부로는 예산 구조·조직 및 인력구조·기술 전문 지원 체계의 혁신으로, 끊임없이 변하는 기술 환경과 국민의 기대를 정부가 올바르게 인식하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송신용기자 ssyso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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