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는 어쩌다 '성조기'를 흔들었나 [마켓톡톡]

한정연 기자 2024. 11. 1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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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세력 해부학 1편 일론 머스크
세 친구 머스크-트럼프-밀레이
자유기업자본주의 연대 형성
1억1800만 달러 쓴 錢主 머스크
머스크, 지난해부터 내전 등 언급

# 세계 최대 부자 일론 머스크와 세계 최고 권력자 자리에 다시 오른 도널드 트럼프의 의기투합은 이들이 가진 대중적 이미지 때문에 '브로맨스(bromance)'와 같은 가벼운 언어로 묘사됐다.

# 하지만 이제 이들의 결탁을 인터넷 밈처럼 가볍게 봐서는 곤란하다. 자신을 '시장 무정부주의자'라고 소개했던 경제학자 출신 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라는 존재 때문이다. '마가세력 해부학' 첫번째 편 일론 머스크를 열어보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실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 5일 펜실베니아주 유세장에서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일론 머스크. [사진=뉴시스]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공식적으로 가장 먼저 만날 해외 지도자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직접 혹은 전화상으로 참석할 확률이 높다.

밀레이 대통령은 오는 1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트럼프의 개인 클럽 마러라고에서 열리는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CPAC)' 포럼에 참석한다.

CPAC은 보수주의 로비단체인 미국보수연합(ACU)이 주최하는 미국 최대 보수 행사다. NBC, 포린폴리시 등 미국 주요 언론 상당수는 "2017년까지 극우 대안세력과 거리를 두던 CPAC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들로 채워지면서 점차 과격해졌다"고 분석한다. NBC는 올해 2월 "올해 CPAC 행사에서 나치는 환대받았고, 대표적인 인종차별주의자 그레그 콘테도 행사 배지를 달고 여러 모임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트럼프와 머스크, 그리고 밀레이를 이어주는 고리가 바로 CPAC 행사다. 밀레이는 지난 2월 CPAC에서 트럼프를 처음 만났다. 머스크는 CPAC 최대의 후원자다.

■ 세 친구=머스크는 트럼프 재선 이후 '그림자 내각(Shadow Cabinet·예비내각)'처럼 행동했고, 지난 12일(현지시간)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선임됐다. 머스크가 공식적으로 직함을 갖든 그렇지 않든 실세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미국 매체 엑시오스는 "지난 6일 트럼프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 일론 머스크가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직접 기자들에게 "트럼프와의 5일 전화 회담에 머스크와 그의 자녀가 참석했다"고 밝혔다.

트럼프와 밀레이, 그리고 머스크 세 사람은 지난해부터 소셜미디어에서 서로를 칭찬하다가, 올해 들어서야 처음으로 얼굴을 본 사이다. 친분이 아닌 공통의 이익이 이들을 연결해줬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지난 1월 밀레이의 다보스포럼 연설이 트럼프와 머스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머스크는 해당 연설을 SNS X(옛 트위터) 계정에서 공유했고, 트럼프는 자신의 선거운동 구호 '마가'를 변형해 밀레이에게 "아르헨티나를 더욱 위대하게(Make Argentina Great Again)"라는 극찬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 결과, 밀레이는 지난 2월 워싱턴DC에서 열린 CPAC 행사에 참석해 트럼프와 만났고, 4월에는 텍사스 테슬라공장에서 머스크와 얼굴을 맞댈 수 있었다.

하비에르 밀레이는 지난해 아르헨티나 대선 후보로 등장해서 중앙은행 해체와 통화 주권 포기를 공약으로 걸었던 경제학자이자 자유 지상주의 사상가다. 밀레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자신을 "철학가이자 시장 무정부주의자(market anarchist)"라고 소개했다.

■ 친구 전주 머스크=일론 머스크가 이번 미국 대선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 머스크는 트럼프 캠페인에 투입할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메리카 PAC(정치활동위원회·Political Action Committee)이라는 슈퍼팩(Super PAC)을 만들었다.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는 슈퍼팩을 "개인, 기업, 노동조합이나 다른 PAC으로부터 무제한 기금을 받아서 독립적으로 지출할 수 있는 위원회"라고 정의한다.

미국 연방선관위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머스크는 자신이 만든 아메리카팩에 지난 7~9월에만 72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와이어드 등 여러 매체는 머스크가 최대 1억1800만 달러를 아메리카팩에 기부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이번 대선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선거자금을 트럼프 측에 공급했다.

머스크는 단순히 돈만 내지 않았다. 그는 일시적으로 집 주소를 펜실베이니아주로 옮겼고, 매일 선거유세에 참여했다. 머스크는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권자 등록을 한 사람을 대상으로 매일 100만 달러를 경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지난해부터는 평범한 보수의 한계를 넘어서는 극우적 시각을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폭력과 백인 우월주의적 시각을 담은 머스크의 게시물은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늘어났다.

머스크는 지난해 2월 흑인을 증오집단으로 묘사하고, 인종 분리를 주장하는 듯한 스코트 애덤스의 만화를 공유하며 "미디어가 백인과 아시아인을 차별한다"며 "애덤스의 발언이 좋진 않았지만, 일부 진실은 있다"고 게시했다. 8월에는 남아프리카 진보정당 집회에 나온 노래를 지적하며 "남아공에서 공개적으로 백인 대량학살을 부추겼다"고 반격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지지 연설을 하는 일론 머스크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0월 이후 머스크는 '유대인들이 백인을 향한 증오를 조장한다'는 게시물에 동의를 나타냈고, 반유대주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진짜 진실"이라고 말해 백악관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내전을 거론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머스크가 지난해 10월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X 계정에서 '내전(civil war)' 게시물을 8회 이상 올렸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지난 8월 영국 극우세력이 거짓 정보를 바탕으로 일으킨 반이민 폭력시위를 두곤 "내전은 피할 수 없다(Civil war is inevitable)"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영국 총리가 '무슬림 공동체를 보호하겠다'는 성명을 내놓자 "당신은 모든 커뮤니티를 향한 공격을 걱정해야 하지 않나?"라고 비꼬기까지 했다.

이처럼 '친구1' 머스크는 전주錢主이자 극단주의의 선봉장 역할을 마다치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두 친구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 이 이야기는 '마가세력 해부학' 두번째 편에서 다뤄보자.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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