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함 갑판서 무인기, 바다 독수리처럼 날아올랐다”…고정익 무인기 첫 ,함정 이륙 실험
해군 “무인항공전력 조기 도입…경항모 등 차기 함정 설계에 반영”
"오, 사, 삼, 이, 일. 무인기 이함(離艦)!"
경북 포항 동해 앞바다. 카운트다운 신호에 맞춰 대형 무인기가 대형수송함 독도함 갑판 활주로를 달렸다. 90m쯤 지나 바퀴가 뜨더니 바다 독수리처럼 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대형 고정익 무인기가 우리 해군 함정에서 처음 이륙한 순간이다. 이륙에 성공하자 독도함 관제소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해군은 12일 포항 인근 동해상에서 고정익 무인기 ‘모하비’ 시제기를 독도함 비행갑판을 통해 이륙시키는 전투실험을 실시했다.
갑판 아래 항공기 격납고에서 대기 중이던 모하비는 평소 블랙호크(UH-60) 헬기가 오르내리는 독도함 항공기 승강기에 올랐다.
미국 방산업체 제너럴아토믹스가 개발 중인 있는 모하비는 날개 16m, 길이 9m, 높이 3m 크기로, 독도함 승강기 규격에 겨우 맞아떨어졌다.
여유 공간이 거의 없어 승강기가 오르는 순간 긴장감이 맴돌았다. 머리에 뿔처럼 달린 풍향속계는 갑판에 오른 뒤에야 조립했다.
모하비는 이륙 후 독도함 좌현 쪽으로 방향을 틀어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크게 한 바퀴 돌아 5분 뒤 함미에서 다시 나타났다. 모하비는 랜딩기어를 내린 채 속도를 50∼70노트(시속 약 93∼129㎞)로 낮춰 독도함을 근접 비행하며 지나쳤다.
모하비는 다시 하늘로 사라지더니 5분 뒤 함미에서 나타났다. 이번엔 속도를 100노트(시속 185㎞)로 높여 빠르게 독도함 옆을 스쳐 갔다.
이는 착륙 연습 비행으로, 폭이 좁은 독도함 비행갑판에 착륙이 어려워 실제 착륙 대신 함상 착륙을 모사하는 비행으로 실험을 대체했다고 군은 설명했다.
시야에서 사라진 모하비는 이후로 약 1시간 동안 독도함, 해군항공사령부와 통신을 유지하며 동해 상공을 비행했다. 이후 통제권이 독도함에서 해군항공사령부로 전환되고 약 60㎞ 떨어진 포항 해군항공사령부 활주로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모하비는 좌우 날개가 기체에 고정된 고정익 무인기다. 고정익 무인기는 속력과 작전반경 측면에서 회전익 무인기보다 전술 능력이 뛰어나다.
대신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는 회전익 무인기와 달리 이착륙을 위해 직선 활주로가 필수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그간 함정에서 헬기, 회전익 무인기 등 수직 이착륙 기체만 운용해온 해군이 직선으로 활주하는 고정익 무인기를 이륙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투실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함정인 독도함에서 이뤄졌다. 독도함 비행갑판은 길이 199m, 너비 21m 규모로, 주로 블랙호크 헬기 등이 이착륙하는 공간이다.
전투실험에 사용된 모하비 시제기는 기존 정찰·공격형 무인기 ‘그레이 이글’(MQ-1C)을 단거리이착륙기(STOL) 방식으로 개발 중인 것이다. 활주로 70∼90m에서 이륙할 수 있다고 한다.
최대 1만 피트(약 3㎞) 고도에서 최대 속력 140노트(시속 약 259㎞)로 날 수 있다. 이 시제기는 지난해 11월 영국 항공모함에서 이·착함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해군은 이번 전투실험 결과 분석을 토대로 무인항공전력 조기 확보와 운용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관할 지역이 넓은 해군 특성상 무인기가 함정에서 즉각 출동하면 지상 출발과 비교해 작전 반응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해군은 무인기 임무를 수상 표적 식별·탐지부터 잠수함 탐색용 음파분석 장치 운용, 공격 임무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전투실험은 중장기적으로 해군이 추진하는 경항공모함 등 차세대 대형 함정의 무인기 최적화 설계를 준비하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경항모 도입과 관련, "무인기의 효용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경항모에서) 무인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까지 같이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해군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독도함뿐 아니라 경항모 등 대형 플랫폼에서 무인기 운영을 위한 설계와 건조, 소요 제기 등에 있어 교훈을 도출하는 것이 이번 실험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군은 이번 전투실험이 모하비 도입을 위한 것은 아니며, 모하비를 포함한 다양한 무인기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독도함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전투실험을 통해 무인전력의 효용성을 검증하고, 미래 전장환경 변화와 병력감소에 대비해 다양한 무인 전력을 조기에 도입·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투실험을 주관한 김병재(준장) 해군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은 "고정익 무인기 운용에 최적화된 함정 형상과 소요 기술을 도출하고, 이를 발전시켜 AI 기반 무인전투체계 중심의 첨단 과학기술군 건설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남친집서 심장 관통 흉기 사망 20대女…남친은 “스스로 찔렀다”
- “너무 예뻐, 내딸 아냐” 아내 불륜 의심한 남편의 최후
- [속보]美 “북한군, 쿠르스크서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개시” 확인…“나토 회의서 논의될 것”
- “명태균, 김 여사에 500만원 받아”…明 “尹과 통화, 경천동지할 내용”
- 후드입고 16세 연하 여배우와 밀회 야당 대표 ‘日 발칵’
- ‘해를 품은 달’ 배우 송재림 사망…“친구가 자택서 발견”
- “친딸 맞아요?”…백인 딸 낳은 흑인 엄마, DNA검사 받게 된 사연
- 유재석, 하하 결혼식 축의금 1000만원 냈다…조세호는?
- [속보]‘북한강 토막살인’ 군 장교는 38세 양광준…경찰, 머그샷 공개
- 김민전 “尹 해외선 슈퍼스타 호평…경제 90점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