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모두 승소... '윤석열 대통령실 직원 명단' 최초 공개 임박

홍주환 2024. 11. 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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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이하 대통령실)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누구인지, 그 면면이 최초로 공개될 전망이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가 대통령실을 상대로 낸 직원 명단의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했다. 현재(11월 13일 기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뉴스타파와 정보공개센터의 승소가 최종 확정되면, 최고 권력기관인 대통령실의 직원 명단도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 대상 정보라는 첫 판례가 확립된다.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실의 인적 구성과 인사·채용 시스템에 대한 최초의 검증도 가능해진다. 

대통령비서실 직원 90% 정보는 '깜깜이'... 감시 불가능 

대통령실 직제 규정(2024.9.10.기준)에 따르면, 대통령실의 정원은 총 443명이다.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수석비서관 등 정무직 공무원이 12명, 일반직·별정직 공무원이 431명이다. 

이중 공개되는 대통령실 직원은 비서관급 이상 고위공무원 48명(2024.6.13. 공개자료 기준)뿐이다. 나머지 395명(89.2%)는 누구인 전혀 알 수 없다. 대통령실 홈페이지에는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이 공개하는 직원 이름, 소속 부서, 직위 같은 정보도 없다. 직원 90%의 정보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보니, 국정 운영의 콘트롤 타워인 대통령실의 인적 구성에 대한 기본적 감시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실은 2022년 5월 출범 직후부터 '사적 채용', '비선 채용' 등 논란에 휩싸여 왔다. 윤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극우 유튜버의 누나, 윤 대통령의 6촌 친척, 대통령 30년 지기의 아들, 대통령과 같이 일했던 검찰 수사관의 아들이 잇따라 대통령실에 채용됐다. 김건희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의 직원 2명, 김 여사의 대학원 동기도 대통령실 직원이 됐다. 이제는 이른바 '김건희 라인'까지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문제는 이렇게 사적 채용, 비선 채용 등으로 논란이 된 대통령실 인사 대다수가 비공개 직원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이들의 채용 사실도 드문드문 언론에 의해 포착됐을 뿐이다. 얼마나 많은 '문제의 인물들'이 대통령실에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직제 규정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 정원은 443명이다. 하지만 이중 공개되는 건 고위공무원에 해당하는 비서관급 이상 직원 48명뿐이다. 나머지 90%에 달하는 직원은 이름조차 알 수 없다. 

대통령실, '궤변' 늘어놓으며 직원 명단 비공개

정보공개센터와 뉴스타파는 지난 2022년 6월과 8월, 대통령실에 직원 명단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뉴스타파는 5급 이상 직원 이름과 부서, 직위, 직급, 담당 업무의 공개를 요구했고, 정보공개센터는 모든 직원의 이름과 부서, 직위, 직급, 담당 업무의 공개를 청구했다. 

대통령실은 두 청구 모두 비공개했다. 비공개 사유는 세 가지였다. ① 대통령실 직원 명단은 국가안보 관련 정보로써 공개 시 국가 이익을 현저히 해칠 수 있다. ② 대통령실 직원 명단은 인사 관리에 관한 정보로써 공개 시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준다. ③ 직원의 이름과 소속 부서 등은 개인정보로써 공개 시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 침해 우려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내놓은 3가지 비공개 사유는 사실과 다르다. 우선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정보공개운영 안내서'에 따르면, 비공개가 가능한 인사 관리 정보는 특정 공무원의 전화번호, 집 주소, 근무 성적, 징계 내역 등 매우 내밀한 정보로 한정된다. 공무원의 이름과 직위, 직급, 소속 부서와 같은 정보가 비공개 대상이라는 내용은 안내서에 없다.

또 대통령실은 직원 명단이 '공개했을 때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보공개법을 보면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직위'는 비공개 대상 개인 정보에서 예외라고 명시돼 있다.

조민지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직원 명단이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이건 대통령실의 보안 체계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다. 가장 황당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2022년,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직원 명단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직원 명단이 공개되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등 이유로 비공개 처분을 내렸다. 

소송 시작되자... '초법적 주장'까지 동원한 대통령실

대통령실의 비공개 처분에 맞서 2022년 10월, 뉴스타파는 참여연대와 협업해 대통령실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비슷한 시기, 정보공개센터도 법원에 소장을 냈다. 

소송이 시작되자 대통령실은 여러 논리로 직원 명단의 비공개를 고수했다. 두 건의 소송에서 대통령실 측이 내세운 논리는 동일했다.

먼저, 대통령실 직원 명단이 공개되면 취급하는 여러 국가 기밀이 외부에 유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실 측은 법원에 낸 서면에서 "대통령실 부속실, 의전비서관실, 홍보기획비서관실, 대외협력비서관실 등은 대통령의 일정·동선 등 국가 기밀을 인지하고 있는 바, 이들의 인적 사항이 노출되는 경우 위와 같은 국가 기밀 또는 보안 사항이 유출될 위험성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또 직원들이 공개될 경우 이들을 대상으로 '로비와 청탁도 많아져 업무 공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변론도 폈다.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될 경우, 이익단체의 로비나 청탁 또는 유·무형의 압력 등 부당한 외부의 영향력이 작용할 수 있어 대통령 또는 대통령비서실의 업무 내지 활동에 큰 지장이 초래될 수 있고 취약점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무원 자신 및 가족, 지인의 신변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사건 정보는 공개될 경우 국가 이익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그와 같은 점에서 이를 공개하지 않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 대통령비서실 측이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 / 2023.4.10.

마지막으로 대통령실은 직원 명단이 '비공개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됐고, '대통령지정기록물'로 가(假)지정 및 지정될 예정이기 때문에 공개가 불가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과 대통령의 보좌기관 등이 직무 수행과 관련, 생산·접수한 기록물이나 물품을 말한다. 따라서 대통령실 직원 명단도 대통령기록물이라는 주장 자체는 맞다.  

대통령기록물이 비공개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되면 최장 30년까지 비공개로 보호받는데, 문제는 이를 위해선 별도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실은 직원 명단과 관련해 대통령기록물 분류 절차를 거친 적이 없다. 따라서 직원 명단은 비공개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다. 

"대통령지정기록물로 가(假)지정 또는 지정될 예정이라 공개 불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가지정 혹은 지정 예정이어서 비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터무니없긴 마찬가지다.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돼 비공개 보호를 받으려면, 역시 별도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대통령실은 그리 한 적이 없다.

또 설사 지정했다고 해도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비공개 보호는 대통령 임기 종료 다음 날부터 시작된다. 대통령실 측도 이를 아는지 직원 명단이 대통령지정기록물이라고 차마 말하지 못하고, "가지정 혹은 지정 예정"이라는 법 조문 어디에도 없는 궤변을 펼쳤다. 지난해 대통령실 측은 법원에 낸 서면에서 "(직원 명단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가지정 및 지정될 예정이고,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돼 비공개될 것"이라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1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다. 

최용문 변호사(뉴스타파 측 법률 대리)는 "이미 다른 사건에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될 예정이다'는 사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할 수 없다는 판결이 있다. 대통령실의 주장은 기존 판례에 배치돼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임자운 변호사(정보공개센터 측 법률 대리)도 "이런 식으로 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는 공공기관은 국내에 없다. 초법적인 생각이다. 대통령기록물법이 대통령실 공무의 공정성을 높이고, 정보의 활용 범위를 넓히려 만든 법인데 이렇게 비공개하는 건 굉장히 악의적이다"고 말했다. 

대통령비서실 측은 '직원 명단 정보공개 소송'에서 "직원 명단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될 예정이어서 비공개 해야 한다"는 '초법적 주장'까지 펼쳤다. 대통령기록물법 어디에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될 예정인 자료'에 대한 내용은 없다. 

1·2심 모두 승소... 법원 "대통령실 직원 명단 공개는 공익에 기여"

뉴스타파와 정보공개센터는 지난해 8월과 10월, 1심 재판에서 각각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담당 재판부는 '직원별 담당 업무를 적은 자료가 대통령실 인사정보시스템에 없다'는 주장만 인정했을 뿐, 대통령실 측의 나머지 변론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대통령실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의 이름과 소속 부서, 직위, 직급을 밝히라며 '직원 명단의 공개는 국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판결했다. 

법원에서는 대통령비서실 직원 명단이 공개되는 게 국가 안보에 위협되지 않는다고 명백하게 판결했고요. 특히나 대통령실 직원들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이름 공개가 개인정보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 대통령비서실 직원의 명단이 공개될 경우 외부 로비라든지 부당한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공직기강 차원에서 해결해야지 명단을 비공개할 일은 아니라고 분명히 판시했습니다.
- 조민지 /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대통령실은 1심 판결에 불복했고, 두 건 모두 항소했다. 항소장은 기한(판결문 송달일로부터 2주 이내) 마지막 날 제출됐다. 조민지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한 번 더 법원에서 직원 명단의 공개 여부를 판단해 보겠다는 취지보다는 어떻게 해서라도 법원의 판결을 지연시키려는 악의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2심에서 대통령실은 새로운 변론을 들고 나왔다.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기관에 '직원 명단 정보공개청구가 들어오면 공개하는지'를 묻는 사실조회를 신청한 결과, 일부 기관에서 '직원 명단을 비공개하겠다'는 취지로 회신했다며, 이를 근거로 대통령실 직원 명단도 공개하지 않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또 직원의 인적 사항이 비밀인 국가정보원, 국방부 등에서 대통령실로 파견을 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대통령실 직원 명단도 비밀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2심 법원은 올해 9월과 10월, 1심에 이어 뉴스타파와 정보공개센터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사실조회 회신들은 소속 직원 명단에 대한 정보공개 요청이 있을 경우 거부하고 있다거나 거부할 것이라는 정도의 의견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규범적 판단이 별도로 이뤄지지 않은 이상, 대통령실 직원 명단이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될 순 없다"고 판시했다. 또 국정원, 국방부 파견 직원들의 정보를 가리기 위해 직원 명단 전체를 비공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설령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에 관한 정보가 비공개 대상 정보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피고는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된 위 기관 소속 공무원들만 제외한 후 공개하면 충분함에도 이와 무관한 공무원들 전체 명단마저 포괄적으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으므로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 서울고등법원 2023누56622 판결문 (뉴스타파 소송) / 2024.9.26.

또 2심 재판부는 1심과 똑같이, '대통령실 직원 명단의 공개는 공익에 부합한다'며 대통령실 직원들의 이름과 소속 부서, 직위, 직급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대통령비서실은 국정 전반에서 고도의 정책결정 업무를 담당하며 대통령의 의사결정을 직접적으로 보조하고 있어 소속 모든 공무원은 그 직무의 내용이나 영향력에 비추어 자질과 능력, 책임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따라서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 누구인지는 어느 공무원보다 더 국민의 감시와 통제가 필요한 공적 관심사안에 해당하는바, 담당 공무원의 성명·직위를 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업무 수행의 투명성을 확보하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으며, 대통령비서실 인적 구성의 투명성 확보 등 공익에 크게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 서울고등법원 2023누56622 판결문 (뉴스타파 소송) / 2024.9.26.

최용문 변호사는 "재판부가 직원 명단을 공개하라고 판결을 내린 전제는 '대통령의 직무는 항상 국민들의 감시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인정해 판시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적 채용', '비선 채용' 등 논란에 휩싸여 온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은 '직원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1·2심 법원은 모두 공개 판결을 내렸다. 특히 법원은 "직원 명단의 공개는 대통령비서실 인적 구성의 투명성 확보 등 공익에 크게 기여한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 대통령실)

대법원 판결 이후... 최초의 검증 가능해질까 

현재 대통령실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최초 정보공개청구 시점에서 2년이 넘게 흘러 이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타파는 소송 시작 때부터(2022년 10월) 대법원 판결을 앞둔 지금까지(11월 13일) 2년 동안 대통령실에 연락해 직원 명단의 비공개 처분이 합당한지, 1·2심 판결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계속 물었다. 대통령실은 한 번도 답하지 않았다. 

대법원에서 1·2심 원심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최고 권력기관인 대통령실 직원 명단도 공개 대상 정보라는 첫 판례가 확립된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실에 얼마나 많은 사적·비선 인사가 채용됐는지, 또 다른 자질 부족·함량 미달·편향 인사는 없었는지, 대통령실의 인적 구성과 인사·채용 시스템 전반에 대한 최초의 검증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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