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기밀 빼내 특허소송’…법원, 안승호 전 부사장 보석으로 석방

미국서 특허침해소송 제기했지만 기각

(시사저널=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삼성전자 내부 직원과 공모해 중요 기밀자료를 빼돌린 혐의를 받는 안승호 전 삼성전자 부사장(IP센터장)이 지난 5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승호(64) 전 삼성전자 부사장(IP센터장)이 법원의 보석 허가로 풀려난다. 안 전 부사장은 회사 내부에서 빼낸 기밀 자료를 이용해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한대균 부장판사)는 보증금 3000만원, 주거 제한, 사건 관계인에 대한 위해 또는 접근 금지를 석방 조건으로안 전 부사장의 보석 청구를 13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공판 출석 의무 등도 보석 지정 조건으로 부과했다. 출국하거나 3일 이상 여행하는 경우에도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안 전 부사장은 엔지니어 출신 특허변호사로 삼성전자 IP센터의 초대 센터장을 지내며 10년간 특허 방어 업무를 총괄했다. 2019년 삼성전자를 퇴사한 직후 특허관리기업(NPE)을 설립한 뒤 삼성전자 내부 직원과 공모해 빼돌린 중요 기밀자료를 이용해 미국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로 구속기소됐다.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은 안 전 부사장이 자료를 부당하게 빼돌려 소송에 이용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소송을 기각했다.

안 전 부사장 측은 삼성전자 직원으로부터 내부 보고서를 건네받은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전 부사장 측은 지난 5일 열린 보석심문에서 "구치소 안에서는 재판 준비가 어려우니 나가서 준비할 수 있도록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안 전 부사장 변호인은 "사실관계를 다투기보다 평가가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에 도주나 증거 인멸 염려가 없다"며 보석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