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보다 비싼데 굳이"…제주 외면하는 사람들, 상가도 '텅텅'[르포]
[편집자주] 제주 경제가 심상치 않다. '바가지 논란'에 내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기후변화로 농수산물 생산 또한 크게 줄었다. 코로나19 때 과잉 투자한 후유증으로 부동산 경기 또한 침체를 겪고 있다. 제주의 현 상황을 진단한다.
지난 7일 정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일출봉 인근 식당가는 점심 식사가 한창일 시간인데 적막이 감돌았다. 30분간 골목을 지나간 국내 관광객은 어린 자녀 2명을 데리고 와플을 구매하러 온 젊은 부부뿐이었다. 상가 곳곳은 '임대 문의' 문구를 내건 채 텅 비어있었다.
불과 2년 전 내국인 관광객 최다 방문 기록을 경신하며 '역대급 호황'을 누린 제주의 경제가 급변했다. 올해 들어 내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기다시피 해서다. 국민들은 제주 여행을 떠나지 않는 이유로 △고물가 △낮은 가심비 △바가지 등 서비스 불만족 등을 언급했다.
13일 사단법인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은 1000만4548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3%(67만4784명) 적은 기록이다.
월별로 △1월- 6.2% △2월 -13.2% △3월 -19.5% △4월 -5.3% △5월 -4.5%, △6월 -8.1% △7월 -2.0% △8월 -0.6% △9월 -7.3% 등 감소세를 보였다.
머니투데이 취재진이 최근 국내·외 여행을 다녀온 이들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제주를 찾지 않는 이유로 비싼 물가와 비용 대비 낮은 만족도, 불친절한 서비스 등을 꼽았다.
지난달 일본 오키나와를 다녀온 직장인 임모씨(30)는 "오키나와에서는 5성급 호텔 디너 코스를 10만원 이내에 먹을 수 있는데 이 가격과 품질의 음식을 제주에서 찾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직장인 장모씨(25)는 중국 상해와 비교해 제주 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했다. 그는 "중국에서 대학 동기들과 택시로 이동하고 고급 호텔 바도 이용하며 부자처럼 지냈다. 제주에서 고심해서 소비한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제주는 국내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부담된다"고 말했다.
이달 5박 6일 일정으로 일본 도쿄에 다녀온 직장인 김모씨(33)는 "국내에서 25만원에 판매하는 운동화를 일본에서 19만원에 구매했고 국내에서 15만원 하는 위스키도 7만원에 사 왔다"며 "앞서 제주를 2번 다녀왔는데 볼 만큼 다 봤다는 생각이 들어 제주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질 때쯤 다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사이트가 지난달 14일 발표한 '연례 여름휴가 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제주는 16개 광역시도 중 '가심비' 부분 최하위를 기록했다. 가심비란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뜻한다.
제주 1일 여행 평균 경비는 전국 평균 8.8만원의 1.5배인 13만4000원으로 조사됐다. 해당 기관은 2016년 이후 매년 9월마다 2만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같은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제주는 2022년까지 7년 연속 국내 여름휴가 여행지 만족도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2년 만에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바가지 등 서비스에 대한 불만족도 제주 여행을 망설이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장씨는 "제주 여행 후기를 조금만 찾아봐도 관광객에게 덤터기를 씌운다는 내용이 많아서 굳이 피곤한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제주 상인들은 국내 관광객 감소를 체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성산일출봉 인근 기념품 가게 점원으로 일하는 김모씨(28)는 "코로나19(COVID-19) 규제가 완화된 후 국내 관광객도 줄고 매출도 반토막 났다"며 "성산일출봉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나 외국인들이 대부분이고 순수 국내 관광객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성산일출봉 일대에서 약 30년간 기념품을 판매했다는 50대 김모씨는 "국내 여행객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데 가게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지난달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이라며 "SNS(소셜미디어)를 보면 각종 논란으로 제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이들이 많이 보여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패키지여행 가이드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도-섭지코지-성산일출봉 등이 제주 동쪽 필수 방문 코스였는데 성산일출봉 입장료가 오르면서 성산일출봉을 제외하고 일정을 짜는 곳도 있다고 한다"며 "방문객이 없으니 인근에 있던 화장품 로드샵과 각종 프렌차이즈 식당들도 6개월 정도 버티고 나갔다"고 덧붙였다.
제주=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제주=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이혜수 기자 esc@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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