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정지 내린' 문체부, 이기흥 3선 길 열어준 대한체육회에 '재정' 칼질 예고

'셀프 연임 심사' 불공정 지적
'정관 위반' 기준도 시정 요구
연임 심의기구 별도에 맡기고
체육계 임원 징계관할권 상향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MHN스포츠 이준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내린 이기흥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에 가처분을 신청하고, 이기흥 회장의 3선 연임의 길을 열어준 대한체육회에 대해 문체부가 재정적 조치를 예고했다.

지난 12일 문체부는 같은날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이 회장의 3선 도전을 허가한 것에 대해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에 더 이상 공정성과 자정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우선, 체육단체 임원의 연임 심의를 별도 기구에 맡기고 체육단체 임원의 징계관할권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법적,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불공정한 대한체육회에 상응하는 행, 재정적 조치도 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체육회 경영공시에 따르면, 올해 체육회가 국민체육진흥기금 형식으로 지원받은 금액은 약 4670억 원이다. 정부 지원이 아닌 기타사업수입은 약 79억 원이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장이 임명한 스포츠공정위원회가 본인의 연임 여부를 심의하는 것이 이른바 '셀프 연임 심사'로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면서 "위원회의 임원 연임 허용 심사 기준이 대한체육회의 정관에 위반된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정관에는 심사 기준으로 '해당 임원이 단체를 위해 얼마나 재정적 기여를 했는지', '주요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 얼마나 기여했는지, '단체가 외부기관의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계량화해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현재 심사 기준은 임원의 이사회 출석율, 임원의 징계 이력 및 범죄 사실 여부, 임원의 포상 경력(체육과 무관한 분야의 포상도 인정), 임원의 대체 불가 정도 등 심사 지표의 약 70%가 정관과 무관하거나 관련성이 거의 없다"며 지적했다.

앞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은 지난 10일 대한체육회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이 회장의 '딸 친구의 부정 채용 지시', '후원 물품 사적 사용', '물품 후원요구' 등 혐의가 드러났다. 

체육회의 감독기관인 문체부는 법률 상의 이유로 11일 이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를 내렸으나, 체육회는 서울행정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며 불응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