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국은 '부양책' 대신 '지방부채 해결안'만 내놓았을까?
중국이 무역 갈등과 트럼프 당선인의 60% 관세 부과 위협에 맞서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몇 년 만에 최대 규모의 재정패키지를 최근 발표했다. 하지만 트럼프 관세에 대비하기 위해 중국이 총알을 아끼면서 재정 패키지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가 보도했다.
지난 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회의 마지막날, 란포안 재정부장(장관)은 지방정부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향후 5년간 10조위안(약 1930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란 부장은 "내년부터 5년간 지방정부 특별채권 가운데 매년 8000억위안(약 154조원)을 부채 문제 해결에 배정하겠다"고 말했다. 총 4조위안(약 772조원)으로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를 대환하겠다는 설명인데, 여기에 전인대가 승인한 6조위안(약 1158조원)의 지방정부 채무한도 증액분을 더하면 지방부채 해소 재원은 10조위안에 달하게 된다.
하지만 이날 중국 정부는 소비 및 부동산 부양책에 대한 내용을 내놓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내놓은 정책이 세계 2위 규모인 중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내년 1월 트럼프 취임 이후 중국 수출이 더 높은 관세에 직면한다면 어떻게 될지, 그리고 이번 재정패키지가 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번 재정 패키지를 내놓은 이유를 살펴보자.
중국 지방정부들은 부동산, 인프라, 기술 등에 대한 투자자금 조달을 위해 지방정부 융자플랫폼(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에 의존하고 있다. LGFV는 지방채를 발행할 수 없는 중국 지방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 목적으로 만드는 특수법인이다. LGFV가 조달한 자금은 지방정부의 대차대조표에 잡히지 않아서 '그림자 부채'로 불린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는 외딴 지역에서 고속도로·교량 건설을 추진한 구이저우성(省)처럼 고위험, 저수익 투자가 많았다. 특히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 침체가 3년 넘게 지속되면서 LGFV의 부채 부담이 갈수록 커졌고 이는 정부 재정을 약화시키고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란 부장은 이번 부채 스왑 및 채무 재조정 프로그램으로 지방정부가 해결해야 할 숨은 부채규모가 14조3000억위안(약 2760조원)에서 2028년 2조3000억위안(약 444조원)으로 줄 것이라고 밝혔다.
런타오 상하이금융·발전실험실 선임연구원은 중앙 정부가 상환부담을 전혀 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여전히 부채 부담을 안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특히 일부 지방에서는 숨겨진 부채의 압박이 여전히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IMF는 LGFV의 3분의 1이 지난 3년간 이자 비용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수익성이 낮아 '상업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상태라고 경고하면서 파산 처리 시스템을 통한 '자산 상각 및 매각'을 포함해 채무 재조정을 강화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루팅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도 "중국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의 차입을 규제하고 더 엄격한 예산 제약을 부과하기 위한 재정 개혁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부채 스왑이 소비를 거의 증가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경기 부양책에 포함시키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투자자들도 당국이 수백만 채의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가계를 직접 지원함으로써 부채 문제를 완화시키기를 희망해왔다. 씨티은행은 "성장을 위한 직접적 조치, 특히 소비 부양책이 부족한 점이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했다.
한편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트럼프의 관세 계획이 명확해질 때를 대비해 재정적 '총알'을 비축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BNP파리바의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 재클린 롱은 "관세 타격이 얼마나 될지 알기 전에 경제적 충격을 완충시키기 위한 대책을 내놓기는 어렵다"며 "모든 확장정책은 '관망 모드'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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