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결 "신기한 '마술쇼' 대신 흥미로운 '공연'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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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 때문에 '마술쇼'를 기대하고 이번 공연을 본다면 당황할지 모릅니다."
12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만난 '일루셔니스트' 이은결(43)이 자신이 연출한 공연 '멜리에스 일루션'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이은결은 "'마술쇼'가 관객이 보고 싶어하는 욕망에서 시작한 공연이라면 '멜리에스 일루션'은 제가 하고 싶은 욕망으로 시작해 최대한 대중과 타협하지 않고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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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 창시자 조르주 멜리에스 오마주
연극·마술·영상·마임·가면극 복합 예술 선보여
"마술로 삶 표현…작가주의 작업 이어갈 것"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제 이름 때문에 ‘마술쇼’를 기대하고 이번 공연을 본다면 당황할지 모릅니다.”
이은결은 한국인 최초로 국제마술대회에서 그랑프리를 거머쥐며 두각을 나타낸 마술사다. 그동안 자신의 이름을 내건 마술쇼로 대중과 만나왔다. 이와 함께 이름의 영문 이니셜을 딴 ‘EG’라는 이름으로 작가주의를 표방한 작품들도 제작해왔다. ‘멜리에스 일루션’도 그 중 하나다. 이은결은 “‘마술쇼’가 관객이 보고 싶어하는 욕망에서 시작한 공연이라면 ‘멜리에스 일루션’은 제가 하고 싶은 욕망으로 시작해 최대한 대중과 타협하지 않고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멜리에스 일루션’은 세계 최초의 공상과학(SF) 영화 ‘달세계 여행’을 탄생시킨 프랑스 마술사 겸 영화감독 조르주 멜리에스(1861~1938)의 삶과 예술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작품이다. 디지털을 통한 가상의 세계를 새로운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지금 시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이은결은 “현실이 가상이 되고 가상이 현실이 되는 공연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최초로 SF영화를 만든 멜리에스가 떠올랐다”고 밝혔다.
기존 ‘마술쇼’의 오락적인 요소는 많지 않은 작품이다. 이는 마술에 대한 이은결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이은결은 “나에게 중요한 건 ‘신기하다’가 아니라 ‘흥미롭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은결이 자신을 신기한 재주를 부리는 ‘마술사’가 아닌, 현실과 환상을 다루는 ‘일루셔니스트’로 소개하는 이유다.
“마술의 목적은 결과적으로 하나입니다. ‘마술사에게 특별한 힘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죠. 그런데 저에게 이런 결과가 흥미롭지 않아요. 제가 마술에서 재미를 느끼는 부분은 마술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거예요. 마술은 정점으로 갈수록 현실을 초월하게 되지만, 그럴수록 쉽게 휘발되죠. 저는 마술로 삶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멜리에스 일루션’은 향후 외국 공연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은결은 “외국에서는 마술이 더 다양하게 소비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앞으로 해외 공연예술 축제 등에서 ‘멜리에스 일루션’을 선보이고 싶고 기회가 되면 영화제에서도 공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제 이름도, 조르주 멜리에스에 대한 작품이라는 점도 다 잊고 그냥 무방비 상태로 공연을 봐주세요. 각자의 해석대로 즐기면 되는 공연이니까요. 물론 이은결의 재미있는 버라이어티 쇼는 계속될 겁니다. 다만 이은결도 때로는 이렇게 이상한 작업을 한다는 걸 알아주세요. 하하하.”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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