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북한의 러시아 파병 한반도 안보에 새로운 위협”

김동민 기자 2024. 11. 1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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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참석해 축사
“트럼프 당선, 한반도·동북아 정세 중대 전환기
‘제20회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에서 축사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파병은 한반도 안보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며 “북한군의 파병은 세계 안보와 한반도 평화에 역행하는 대단히 잘못된 선택으로 강력히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제20회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통해 “전 세계가 대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기후위기로 전지구적 차원의 생존 위협에 직면해 있고,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 패권경쟁의 심화로 호혜와 협력의 국제질서가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특히 세계의 평화와 안보가 심각한 위기 국면에 처해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 등 지구촌 곳곳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고, 본격적인 신냉전시대 돌입이 우려되는 가운데 세계는 지금 2차세계대전 이후 최고의 안보불안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격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 한반도 상황은 더욱 위태롭다”고 전제한 뒤 “대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은 사라진 지 오래고, 남북관계는 파탄상태”라며 “평화의 안전핀 역할을 해온 9.19 군사합의가 파기된 가운데, 대북전단과 오물풍선, 대북확성기 같은 비군사적 충돌이 일상화되며 언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지 모르는, 6.25 전쟁 이후 최악의 위기”라고 분석했다.

문 전 대통령은 특히 “정부가 국민의 안보 불안을 부추기면서 우크라이나에 무기제공 등 군사적 지원으로 북한에 맞불을 놓으려고 하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이고 위험천만한 대응”이라며 “가뜩이나 파탄난 남북관계와 불안한 국제 안보환경으로 인해 한반도가 신냉전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불똥이 순식간에 한반도로 옮겨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한국이 스스로 한·미·일과 북·중·러 진영 대결을 강화하면서 선봉에 나서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히 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는 것은 그 전쟁의 조기 종식을 강력하게 공약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과 엇박자를 내면서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이런 가운데 문 전 대통령은 동아시아의 새로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와 관련해 “트럼프 당선자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위해 노력한다면 한국도 그에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을 현 정부에 조언하고 싶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한다”며 “미국의 입장에서도 갈수록 커져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해결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과 안전을 위한 길이며,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과 정상회담을 한 최초의 미국 정상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대화와 평화협상을 재개하는 용단을 내린다면, 하노이 노딜로 못다 이룬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며 “대화와 협상에 성공해 한반도가 항구적 평화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연 위대한 지도자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북미대화 재개를 추진할 것으로 본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원할 것”이라며 “그럴 때 지금 같은 대결주의적 남북 관계가 지속된다면 북한은 우리 정부를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고자 할 것이며, 미국도 그에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문 전 대통령은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국면에서 한국이 이른바 패싱을 당하고 뒷전으로 밀려나 소외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라며 “앞으로 도래할 수 있는 대화 국면에서 한국이 소외되지 않고 당당하게 역할 하려면 현 정부가 더 늦기 전에 대북정책의 기조를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 전 대통령은 끝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대결주의적 대북 정책을 버리고 진정성 있는 대화 추진으로 대북 정책의 기조를 바꿀 때에만 그와 같은 접근이 가능하다”며 “정부가 대결주의적 대북정책을 고수할 경우 앞으로 전개될 한반도와 동북아의 정세 변화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외톨이가 될 수 있다”고 연설을 마쳤다.

김동민 기자 zoomin03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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