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와 인간, 6000년 이상 이어온 유대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관광 상품화 통해 장엄한 유산 계승 발전
몽골의 광활한 평원과 알타이산맥을 배경으로 펼쳐진 독수리 사냥은 전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문화유산으로 손꼽힌다. 이 고대 전통은 약 6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뒤로 몽골의 카자흐족 유목민들 사이에서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이어져 왔다. 돌궐시대 유적과 석상에 남아 있는 독수리 사냥의 흔적이나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기록을 보면, 그 강렬한 전통을 엿볼 수 있다.
프랑스 사절 루브룩은 1253년에서 1255년 사이 몽골제국을 방문한 뒤에 “유목민들은 송골매와 같은 맹금류를 오른손에 태우고 눈가리개를 씌워 다녔다”고 기록했고, 마르코 폴로는 “대황제는 1만 명의 신하와 함께 500마리의 송골매를 데리고 사냥하러 나갔다”고 했다. 이처럼 독수리와 송골매는 유목민 사회에서 단순한 사냥 도구가 아니라 권력과 위엄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특히 징기스칸의 깃발에는 흰 송골매가 그려져 있어서 그의 기백과 용맹을 상징했다고 한다.
▮유네스코의 보호와 독수리 사냥 전통의 가치
몽골 카자흐족의 독수리 사냥 전통은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며 그 가치와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유네스코는 독수리 사냥을 단순한 사냥 기술로 보지 않고, 유목민 사회의 독특한 생활 방식과 자연과의 조화를 상징하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했다.
독수리 사냥은 몽골의 알타이 산맥에서 이루어지며, 험준한 자연을 이겨내며 사냥하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사냥꾼과 독수리가 강한 유대를 맺으며 함께 사냥하는 과정은 단순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넘어서는 고유한 유산으로 여겨지며, 현대 사회에서도 자연과 공존하는 지혜와 삶의 철학을 전해준다.
▮참독수리의 생물학적 특징과 몽골의 독수리
몽골에는 독수리과에 속하는 맹금류가 총 16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중 가장 잘 알려진 종이 참독수리이다. 이들은 알타이 산맥과 타이가 지역의 해발 800m에서 3000m 고지대의 절벽에서 산다. 번식은 3, 4세부터 시작해 45일간 알을 품으며, 강한 생태적 생존력을 가진다. 주로 쥐 토끼 너구리 같은 작은 동물을 사냥하지만, 어린 염소나 송골매의 새끼까지 잡아먹는 뛰어난 사냥꾼으로 유명하다. 바얀-울기 지역에서 사육되고 있는 독수리의 70%는 1~4세이며, 5·6세가 되면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이렇게 돌려보내는 것은 다시 번식하고 개체 수를 늘리는 데 필요하다. 참독수리는 전 세계적으로 약 4만 마리가 분포하며, 유럽 아시아 북미에 널리 서식한다. 몽골에서는 알타이 항가이 홉스굴 헨티 산악 지역의 절벽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독수리 사냥의 황금기와 쇠퇴, 그리고 부활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몽골 바얀-울기 지역에는 120명 이상의 독수리 사냥꾼이 있었는데, 2002년 30명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독수리 사냥 전통이 잊혀질 위기에 처했지만, 최근 다시 관심이 생기면서 몽골을 찾는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이 전통을 보러 오고 있다. 바얀-울기 지역의 ‘몽골 참독수리 사회’라는 단체는 독수리 사냥을 보존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돼 2002년 이후 현재까지 38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 단체는 독수리 사냥꾼의 전통을 지키며 독수리 깃털을 팔아 수익을 창출하는 등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이 전통은 특히 카자흐족의 남성들 사이에서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여겨지며, 바얀-울기 지역의 사냥꾼들은 보통 암컷 독수리를 선호한다. 암컷이 수컷보다 크고 더 강한 사냥 능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성체가 되면 더 온순해져서 사냥에 쉽게 적응한다고 알려져 있다.
▮독수리와의 유대, 세대를 거쳐 전해지는 전통
대부분의 독수리 사냥꾼들은 30세에서 70세 사이인데, 이들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사냥법을 배워왔다. 특히 이 중 170명은 아버지에게, 50명은 친척에게, 20명은 친구에게서 사냥 기술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사그사이 지역의 유명한 사냥꾼 M. 예센은 20년 동안 활동하며 110마리의 독수리를 길렀고, 톨보 지역의 A. 벡템르는 55년 동안 50마리의 독수리를 훈련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듯 사냥꾼들의 이야기는 세대를 거쳐 전해지는 가족의 전통이기도 하며, 그들의 삶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독수리 사냥의 미래와 현대적 접근
독수리 사냥 전통의 부활을 위해서는 해결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특히 독수리 개체 수를 유지하면서도 이 전통을 지속하기 위해선 독수리의 털과 사냥에서 얻는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 ‘몽골 참독수리 사회’는 일본 전통 활 쏘기 협회와 협력해 독수리의 털을 활 장식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경제적 자립은 독수리 사냥 문화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매년 독수리 개체 수와 방생된 독수리 수를 기록하면서 자연 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과학적 접근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전통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독수리와 함께하는 사냥은 단순한 생업을 넘어서 몽골 유목민들이 자연과 맺는 깊은 유대의 상징이다. 고대부터 이어져 온 이 장엄한 유산은 지금도 몽골의 알타이 산맥과 바얀-울기 의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으며, 독수리와 인간이 함께 만들어 가는 위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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