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일원본동 "매물 없어요"… 재건축 추진·수서개발에 집주인들 '환호'

조은임 기자 2024. 11. 1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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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수·가람·청솔빌리지 중 매물은 단 하나
전용 75㎡ 20억원 넘어… 샘터·목련 등도 급매 소진
“중부내륙철도까지 뚫리면 수서역 대변신 예상”
일원역 가까운 삼성서울병원, 전국구 병원될수도

“지금 세 개 단지(상록수·가람·청솔빌리지) 중 매물은 단 하나뿐이에요.”(서울시 강남구 일원본동 K공인중개사무소)

“급매 나온 건 지난 주말 부로 다 팔렸어요. 이젠 샘터마을 36평(전용 101㎡)이 25억원에서 시작해요.”(일원본동 B공인중개사무소)

지난 12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일원본동의 가람아파트 단지의 모습. 1993년 준공된 아파트로 재건축 연한이 도래했다. /조은임 기자
지난 12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일원본동의 '상록수 아파트'.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이 아파트는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조은임 기자

지난 12일 오전 3호선 일원역 5번 출구로 나오자 줄지어 서 있는 노란 은행나무 너머로 5층 짜리 아파트들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 강남구 일원본동에 있는 가람 아파트(496가구)와 상록수 아파트(740가구)다. 두 아파트는 1993년에 준공돼 이제 막 재건축 연한이 도래했다. 둘 다 용적률이 109%로 낮은 편으로, 평형은 전용 75㎡, 전용 84㎡로 구성됐다. 용적률이 낮은 데다, 소형평형도 없어 재건축 시 수익성이 높은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상록수 뒤편에 위치한 청솔빌리지(291가구)는 층수가 더 낮은 3층짜리 아파트다. 이 역시 1993년 준공으로, 용적률은 무려 89%다. 이 세 아파트는 최소 15층 이상으로 지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이후부터 이 세 아파트의 매물을 찾기 어렵다는 게 주변 공인중개사무소에서 나오는 얘기였다. 특히 서울시에서 이달 들어 일원본동에서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단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 신속한 재건축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뒤부터는 매물이 완전히 잠겼다고 했다. 시는 지난 7일 수서택지개발지구(133만5246㎡)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을 열람 공고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일원본동, 수서동 등의 16개 단지가 포함된다.

지난 12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일원본동의 '청솔빌리지'의 모습. 3층짜리 저층 아파트로 용적률이 89%이다./조은임 기자

최근 가람, 상록수 아파트의 전용 75㎡는 21억~22억원, 전용 84㎡은 24억원 선에 거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원본동 K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금 나와있는 매물은 가람 아파트 전용 75㎡ 하나가 있는데, 이마저도 집을 잘 안보여 주려고 한다”면서 “이 곳은 정말 조용할 때 매물이 서너개쯤 나오는데, 수서역세권 개발 소식이 나온 뒤로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모두 거둬들였다”고 했다.

일원본동 D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가람아파트 전용 75㎡는 매물이 두 개 있었는데, 하나가 보류됐다”면서 “15층까지는 확실히 재건축이 되고, 최근에 20~25층까지 된다는 얘기가 나오자 매물이 잠겨버렸다”고 했다.

길 건너편 고층아파트인 샘터마을(628가구), 목련타운(650가구)도 급매는 다 팔리고 값이 뛴 매물만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둘은 1993~1994년 준공된 아파트로, 용적률이 249%에 이른다. 그렇지만 입지로만 보면 맞은 편 아파트들 보다 낫다는 평가가 많아 이들 아파트도 인기다. 삼성서울병원이 가까이에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향후 수서역 일대 개발이 완료되면 삼성서울병원은 전국구 수요를 흡수하는 대형병원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샘터마을은 현재 매물이 약 10개, 목련타운은 3~4개 나와 있지만 가격이 꽤 비쌌다. 샘터마을과 목련타운의 가장 작은 평형인 전용 101㎡, 전용 99㎡이 25억원선에 가격이 형성됐다.

일원본동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샘터마을의 전용 101㎡이 22억5000만원에 급매로 나와 있었는데, 이틀 전에 거래가 됐다”면서 “건너편 저층 아파트가 오르면 여기도 덩달아 오르게 돼 있다”고 했다.

지난 12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일원본동의 '목련타운'의 모습. 3호선 일원역 바로 앞에 위치한 초역세권 아파트다./조은임 기자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일원역에서 수서역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대왕중학교. 이 학교 옆에 강남구청이 '수서택지지구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안' 주민설명회를 진행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조은임 기자

일원역에서 수서역으로 이동하는 동안 이날 오후 강남구청에서 ‘수서택지지구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안’ 주민설명회를 진행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군데군데 걸려 있었다. 대왕중학교와 음식점이 늘어선 궁마을을 거쳐 도착한 수서역에 도착하자 높은 오피스 건물과 SRT 수서역이 한 눈에 들어왔다.

수서역에는 현재 서울 지하철 3호선, 수인분당선, GTX-A(수서-동탄구간)이 운행 중이었다. 2026년에는 서울역까지, 2028년이면 삼성역까지 GTX-A노선이 연결될 예정이다. 또 수서역은 향후 뚫리게 될 중부내륙고속철도의 시작 지점이기도 하다. 이 때가 되면 서울 강남구 수서에서 부산, 목포, 여수, 통영으로도 이동할 수 있게 된다. 2029년에는 SRT 수서역 뒤편으로 신세계백화점 수서역점이 생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그동안 수서·일원 일대는 서울 내에서 동남쪽에 치우쳐 입지가 저평가돼 왔다”면서 “앞으로는 철도 환승 역세권으로, 학군, 정주여건도 뛰어난, 입지가 좋은 곳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위치한 SRT 수서역의 모습./조은임 기자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위치한 SRT 수서역 내부의 모습. 출근 시간이 지났는 데도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조은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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