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방탄’ 광풍 노림수와 시민의 도리[포럼]

2024. 11. 1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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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조선왕조 몰락 원인의 하나로 지목돼 온 당파싸움의 잔영이라 할 만한 모습이 현대 대한민국 국민 대표기관 국회에서도 어른거려 걱정스럽다.

무엇보다도 몇 가지 형사사건 피의자로 지목돼 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위한 이른바 '방탄'이나 겨우 하는 국회의 모습 같아 그렇다.

대한민국 정부의 국민 대표기관이자 최고입법기관인 국회도 그런 다짐 위에서 당당하고 성스럽게 건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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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권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헌법학

500년 조선왕조 몰락 원인의 하나로 지목돼 온 당파싸움의 잔영이라 할 만한 모습이 현대 대한민국 국민 대표기관 국회에서도 어른거려 걱정스럽다. 무엇보다도 몇 가지 형사사건 피의자로 지목돼 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위한 이른바 ‘방탄’이나 겨우 하는 국회의 모습 같아 그렇다. 장외집회를 열고 있는 민노총 등의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은 방탄 국회를 응원하는 옛 만인소(萬人疏) 모습 같다. 8·15해방과 함께 온 남북 분단의 아픔, 뒤이은 6·25전쟁의 파괴와 살육, 폐허가 된 땅을 딛고 일어서서 피땀 흘려 일군 산업화, 부패와 군사독재 및 권위주의 독재, 북녘의 끊임없는 무력 도발, 온갖 시련을 거쳐 이룩한 민주화, 그런 모든 과정을 잘 넘기고 이제는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서의 번영을 누리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부국강병의 기적을 만들어낸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그리고 그 주권자인 대한민국 국민의 얼굴을 부끄럽게 만든다.

더구나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헌법 전문을 통해 ‘안으로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나라를 꾸며 나갈 것을 천명했다. 대한민국 정부의 국민 대표기관이자 최고입법기관인 국회도 그런 다짐 위에서 당당하고 성스럽게 건립됐다. 그리고 그 구성원인 국회의원에게 온갖 특권과 권위를 부여하고 예우를 누리도록 했다.

그런데 야당이 압도적 의석을 차지한 현 국회는 ‘방탄’에 몰두하고 있다. 그 목표는 이재명 대표를 앞세운 민주당의 대권 획득이다. 이 목표는 모든 것을 감아서 빨아올리는 거대한 토네이도(대형 회오리바람)를 형성하고 있다. 이 토네이도가 어렵게 어렵게 지키고 키워온 자유민주주의의 주춧돌인 사법권 독립, 그 핵심인 법의 정치로부터의 독립(the Rule of Law)을 훼손하고 붕괴시키는 위험성을 제기한다. 법의 독립, 사법권 독립이 사라지면 법이, 사법이 정치 수단이 되는 현상(Rule by Law)이 들어서게 된다. 그런 정치체제는 권위주의 독재체제(authoritarian dictatorship), 더 나아가면 사법이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부를 아우르는 전체주의 독재체제(totalitarianism)로 흐른다. 우리는 이미 1972년부터 1987년의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권위주의 독재체제 지배의 뼈아픈 체험을 해보지 않았던가. 다만, 오늘날의 경제 발전 토대를 이 권위주의 체제 속에서 쌓았다는 긍정적 체험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이러한 고난의 여러 시련 속에서 이룩한 민주화와 산업화의 토대 위에 우리나라는 오늘날 선진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었으며 자유를 전파하는 모범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 나아가 이러한 자유와 번영의 물결은 머지않은 장래에 휴전선 철책을 넘어가고, 통일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이룩하는 토대를 구축할 수 있게 되리라는 점을 의심치 않는다. 근래의 죽음을 무릅쓴 상류층 인사들까지 아우르는 탈북민 증가 현상을 보라.

이제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군주국 치하의 신민 또는 백성(subject)이 아니라, 관용과 토론의 상대로 서로를 끌어안는 평등하고 자유로운 민주시민(citizen), 자유민주공화국 주권자이자 시민으로 더욱 성숙해가야 할 때다.

최대권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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