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으로 시작한 마약, 평생 트라우마 남을 것” ‘마약동아리 학생’의 마지막 진술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일명 '대학가 마약 동아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동아리 학생 20대 남성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검찰은 동아리 회장인 주범 염아무개씨를 비롯한 동아리 학생뿐 아니라 의사와 기업 임원 등을 마약 투약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마약하는 이들과 범행 나아가" 질책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장성훈)는 13일 오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동아리 회장 염씨, 동아리 학생인 20대 여성 이아무개씨와 20대 남성 홍아무개씨 등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홍씨의 결심공판은 분리돼 이뤄졌다. 검찰은 홍씨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101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 측은 양형 이유에 대해 "홍씨는 구속 이후 범행을 모두 자백했고 아는 선에서 수사에 협조했다"며 "마약사범들이 공적을 세우기 위한 수사 협조가 아니라 본인이 아는 선에서 객관적으로 검증해 협조했고 이는 거짓말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홍씨가 마약을 전문적으로 공급·유통하지 않은 점도 유리한 양형 요소로 봤다.
다만 홍씨가 이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를 제시하며 "홍씨가 단순히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마약에 어쩔 수 없이 손을 댔다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홍씨가 다른 범죄로 누범인 상황이라는 사실을 특히 상기시키며 "학업에 정진하고 사회에 도움되는 사람으로 거듭나지 못할망정, 주변에 마약을 하는 이들과 어울리며 계속해서 범행에 나아간 것은 쉽게 용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울먹인 홍씨 "소중한 인생 마약으로 놓치기 싫다"
홍씨는 그러나 최후진술에서 관용을 베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가족을 거론할 때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감정을 드러냈다. 마약 문제에 대해선 "호기심에 마약에 손을 댔지만 이번 사건은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홍씨는 앞선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수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날 연두색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선 홍씨는 "그동안 잘못된 삶을 살았다"며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으면 괜찮겠지'라는 잘못된 생각으로 마약에 접했다"고 말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저를 믿은 부모께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남겼고, 부모님의 눈물을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고도 했다.
"더이상 가족과 소중한 제 인생을 마약으로 놓치기 싫다"고 말한 홍씨는 "호기심으로 시작한 마약은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잘못을 잘 알고 있기에 실형을 받을 각오가 돼 있다"면서도 "선처를 바라는 건 염치가 없지만 제 마음을 헤아려 주시라. 사회에 도움되고 성실한 사람이 되겠다"고 호소했다.
홍씨는 "마약은 저와 제 가족, 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고도 강조했다. 홍씨를 대리하는 변호인은 홍씨가 동아리 내 직책을 맡지 않은 데다, 마약 전과가 없는 사실을 고려해 달라고 설명했다. 홍씨의 1심 선고 결과는 12월11일 나올 예정이다.
대학가 동아리 회원 외 의사, 상장사 임원 등도 기소
이번 '대학가 마약 동아리' 사건은 지난 여름 검찰 수사 결과로 공개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남수연)가 지난 8월5일 수도권 대학 연합 동아리 '깐부'를 이용해 마약이 유통된 사실을 발표하면서다.
검찰 수사 결과, 일부 동아리 회원 등은 실제로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동아리 회장인 주범 염씨가 과거 저지른 다른 마약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중 이번 사건이 새롭게 수사 선상에 오른 것이 주효했다.
이후 수사 대상이 확대되면서 대형병원 의사와 기업 임원 등도 적발됐다. 동아리와 무관한 직장인 등도 사건에 연루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9월26일 이들과 염씨 등 7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단순 투약 혐의를 받는 회사원은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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