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플랑크톤​’ 오정세 “캐릭터 천재? 비결은 키워드”[인터뷰]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4. 11. 1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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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흥의 결말? 새드엔딩이지만 결국 해피엔딩”
“이유미·우도환과 나이차 전혀 실감 못해”
배우 오정세. 사진 I 넷플릭스
“세상 가장 밑바닥에 있는 가장 하찮은 존재인 줄 알았지만 당신은 세상을 지탱하는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소중한 존재라고 말하는 이 작품이 참 가슴 따숩습니다.”

‘천사의 재능’을 가진, 팔색조 배우 오정세(47)가 또 한 번 놀라운 연기를 펼친다. 넷플릭스 시리즈 ‘Mr. 플랑크톤’을 통해서다.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Mr. 플랑크톤’(극본 조용·연출 홍종찬)으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오정세를 인터뷰했다.

“작가님의 전작 ‘싸이코지만 괜찮아’로 많은 선물을 받았다”는 그는 “작가님의 다음 작품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고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또 ‘어흥’을 만나게 됐다. 이 따뜻한 여정에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지난 8일 공개된 ‘Mr. 플랑크톤​’은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우도환 분)의 인생 마지막 여행길에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여자 재미(이유미 분)가 강제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

‘사이코지만 괜찮아’ 조용 작가의 작품답게 큰 궤와 결이 비슷하다. ‘태생’에 얽힌 상처를 기반으로 무거운듯 가볍고 냉소적인듯 따뜻하며 우울한듯 밝다. 로드 무비의 형식을 빌려, 미스터리 대신 휴먼 드라마의 색깔을 진하게 입혔다.

이야기의 시작은 일방적이고, 언뜻 폭력적으로도 보이지만 그 알맹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독하게 인간적이다. 비호감이고 답답도 한데 짠하고 공감도 간다. 두려움으로 자포자기하다 다시 간절해지고 용기도 낸다.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이.

오정세는 “이 이야기가 지닌 색깔이, 담긴 의미가, 사람들이 다 좋았다. 여행을 떠나는 설렘을 안고 흔쾌히 출연을 결심했고, 기대보다 더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그 사람을 납치한, 적대감이 큰 인물과 함께 하면서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성장하고 결핍에 대해 이겨내는 과정이 좋았다. 다채로운 재미와 감동 코드도 섞여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오정세 스틸. 사진 I 넷플릭스
극 중 우도환은 ‘남자 고문영’을 떠올리게 하는 치명남이고, 이유미는 ‘여자 문강태’의 맑음을 품은 러블리 엉뚱녀. ‘이유미의 약혼자’로 분한 오정세는 넘사벽 하드캐리다. 짠하고 귀엽고 웃기고 멋있고 혼자 다 한다. 두 남녀 주인공보다 미친 존재감이요, 마성의 캐릭터를 완성해낸다.

“배우들과 나이로 인한 거리감은 느끼지 못했다”는 오정세는 “저는...불편함은 전혀 없었다.(웃음) 외형적인 부분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고 ‘어흥’의 정서적인 면을 세밀하게 파고 들었다. 이 만화적이고도 독특한 색깔의 인물을 보다 현실감 있게, 작품의 의도대로 쓰일 수 있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제 의지 없이 물 흐르듯이 살아왔던 사람인데 제 의지로 처음 결정했던 게 전공 선택이었다. 그게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첫 발이었는다. 어흥 역시 첫 발 없이 살아왔는데 재미라는 사람을 만나면서 사랑을 하고 첫 삶을 내딛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흥의 큰 키워드는 단연 ‘사랑’이었다”며 “매 캐릭터마다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고 정답도 없지만, 공통적인 부분은 키워드를 정하고 디테일하게 채워간다. 방법론 면에서 변주를 주면서도 이 인물이 가진 여러 갈래를 하나로 모아 완성시키려고 한다. 책을 통해 혼자 해석한 부분과 실제 촬영 현장에서 동료들과 합을 맞추고 상황에 맞는 것들을 적절하게 밸런스를 이뤄내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흥의 사랑은 어떤 것일지 다양한 형태로 고민했고, 그라는 사람 자체가 지닌 순수함, 또 고구마 같은 면, 마마보이 기질, 여러 전사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장면 장면 상황에 맞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사랑이라는 모양새를 가지고 있지만 작품이 끝났을 때는 어흥의 처음 삶에 대한 이야기이지 않을까요?”

배우 오정세. 사진 I 넷플릭스
“이 역할을 하며 가장 좋았던 건, 웅크리고 있던 사람이 세상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느끼는 그 희열이에요. 주먹을 전혀 쓰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주먹을 쓰고, 어머니에게 처음 반항도 하고, 문밖으로 스스로 나가는 그런 것들에 뿌듯함과 쾌감을 느꼈어요. 예쁜 순수함도 좋았고요.”

‘남자사용설명서’ 이승재부터 ‘극한직업’ 테트창, ‘동백꽃 필 무렵’ 노규태, ‘사이코지만 괜찮아’ 문상태, ‘악귀’ 엄해상, 이번 ‘어흥’에 이르기까지 이보다 다채롭고도 강렬한 색체는 없다. 러브라인은 기본 브로맨스, 감초 양념이 강력하다. 설정도 남다른 ‘캐릭터 부자’ 아니 ‘캐릭터 천재’다.

오정세는 “매번 여행을 떠나는 마음”이라며 “늘 좋은 풍경,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기억만 남기고 싶지만 어떤 여정을 경험할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기대보다 더 좋을 때도, 아닐 때도, 힘들 때도, 수월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일단 좋은 것만 상상하며 떠난다. 만나게 될 사람들과 최대한 잘 어우러지려고 한다. 이번 작품도 그랬고 감사하게도 모든 것이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스스로도 ‘이런 인물이 정말 있을까?’ 의심되는 역할도 가끔 와요. 실제로 그럴 땐 힘들었고요. 그러다 실제 그런 성향의 분을 만나곤 확신이 생겨 거침없이 하게 되더라고요. 그때부턴 ‘아 있을 수도 있을거야’란 확신이 커졌어요. 어흥도 제겐 그랬고요.”

그는 작품에 엔딩에 대해 “어흥의 사랑의 현 시점에서 새드엔딩이지만, 그의 삶은 결국 이로 인해 해피엔딩을 맞을 거라고 확신했다. 알에서 깨어나 첫 발을 딛었으니까. 그 엄청난 일을 해냈으니까”라며 만족해했다.

“제가 가진 어떤 이미지를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또 어떤 색깔의 캐릭터를 좋아하시는지 저도 알고 있어요. 항상 감사하고 더 잘해야겠단 생각을 하죠. 그러면서도 배우이기에 또 다른 얼굴, 완전히 새로운 것들을 늘 보여드리고 싶고 도전하고 싶어요. 두 가지를 모두 해나가려고해요. 그렇게 계속 새로운 여정을 떠나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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