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오싹함이 없어서 오싹한 박신양의 오컬트 호러
아이즈 ize 이경호 기자
호기심이 예매를 하고, 관람으로 이어진다. '이 영화, 이 배우가 아니면 안돼'가 아니라면, 극장으로 향하는 결심을 신중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비싸다는 영화표가 아깝지 않아야 하니까.
"오컬트 호러"라고 해서 '어떤 영화일까?'라는 호기심을 자극한 영화가 있다. 박신양, 이민기, 이레가 주연한 '사흘'이다.
'사흘'은 장례를 치르는 3일, 죽은 딸의 심장에서 깨어나는 그것을 막기 위한 구마의식이 벌어지며 일어나는 일을 담은 오컬트 호러다. 11월 14일 개봉. 러닝타임 94분.
'사흘'은 운명, 입관, 발인 등 3장으로 나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이야기는 간단하다.
흉부외과의사 승도(박신양)는 구마의식을 통해 이상행동을 보여왔던 딸 소미(이레)를 구하려 했다. 구마의식 도중 소미는 목숨을 잃었고, 장례식장에서 승도는 죽은 딸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승도는 딸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상황.
이런 가운데, 소미가 죽기 전 구마의식을 진행했던 신부 해신(이민기)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그것의 존재를 뒤늦게 알아차린다. 해신은 승도를 만나, 죽은 딸이 깨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해신이 진행한 구마의식 후 딸이 죽었다고 여긴 승도에게 해신의 말이 통할 리는 없다. 이후 발인을 앞둔 상황에서 기묘한 일이 발생하고, 승도는 딸과 관련한 자신이 놓쳤던 사건을 추적한다.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
'사흘'은 '운명' '입관' '발인' 등 세 개의 장으로 나뉘어 주인공들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스토리가 이어진다. 장을 나누어 구성된 '사흘'은 각 장에 인물 관계를 설명한다. 오컬트 장르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점이다. 극적 긴장감, 다음 장면을 향한 호기심을 일으킨다. 그리고 하나, 둘 반복된다.
'사흘'에 가졌던 호기심은 엔딩 크레디트가 오를 때 '아차!'라는 탄식을 자아낸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 박신양이 '박수건달' 이후 11년 만에 극장에 돌아왔다는 점, 동양과 한국적 정서에 서양의 오컬트의 조합이라는 점, 관람 전 가졌던 호기심은 와르르 무너진다. 구마의식이라는 소재가 담긴 오컬트 호러 장르는 구성과 각 구성에 담긴 상황 설명이 조화를 이뤄야 보는 재미가 있다. '사흘'은 이 오컬트 장르를 즐기는데 있어 툭 던지고, 툭 빠트린다. 기승전결에서 기, 기, 기만 던진다. 박신양, 이민기, 이레의 열연은 각 장에서 따로 논다.
잘 짜여진 듯한 구성이었지만, 허술함이 가득하다. 심장 움켜쥐는 듯한, 인물과 악령의 대립도 없다. 물론, 주인공 승도와 딸, 신부 해신이 악령과 대립해야 하는 상황은 있다. 상황만 있다. '왜?'라는 질문에 상황은 답이 없다. 오컬트 장르 영화에서 느끼고 싶은 극한의 공포감도 느낄 수 없다. 단순하게는 일상에서 누군가 술자리에서 재미삼아 지어내 전하는 도시괴담 정도다. 극에 등장하는 구마, 이에 따르는 악령(악마)이 세상에 끼치는 영향력과 퇴치를 위한 도구의 등장도 밋밋하다. 난데없이 언급한 '러시아 정교회'는 주인공들과 대체 무슨 관계를 지어야 하는지 알쏭달쏭이다. 딸만 보이는 주인공 승도의 상황은 뭔가 싶다. 아내, 아들도 목숨이 위태로운데 "소미" "소미"만 부르짖고 있는 승도는 가장으로서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극 후반으로 치달으면서, 앞서 등장했던 상황 설정은 부수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의미 없는 등장인 것. 영화가 끝난 후, 극장을 나서면서 오싹함을 느끼지 못했다는 게 오히려 오싹할 정도의 오컬트 호러 '사흘'이다.
박신양의 스크린 복귀와 오컬트로 소름 돋는 공포를 느끼고 싶은 기대감을 품기보다, 박신양이 악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 이유를 찾아보고 싶다면 '사흘'을 예매하면 된다.
박신양은 앞서 12일 '사흘'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연기할 때 무서운 장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극 중 시체보관소 장면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아빠가 딸이 죽었다고 인정하지 못하고 시체 보관소에 들어가서 철제 침대 위에 올려져 있는 딸과 같이 있겠다고, 우기는 장면이었죠. 거기 관리인 내보내고 문을 닫고, 아빠가 거기서 딸과 같이 있는 장면이었다"라면서 "관리인 내보내고 문을 닫는데, 끝나는 컷이었다. 철제 침대가 드르륵 하더니, 자기 혼자 움직이는 거예요. 그래서 한순간 이게 잘못됐다라고 느꼈겠죠. 스태프들은, 저도 그렇고요. NG가 아닐까요. 바로 무슨 생각이 들었냐면,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라면 아빠는 어떻게 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뛰어 나왔어요. 철제 침대를 붙들고, 그 다음에 그 장면을 계속 이어서 찍게 됐죠. 그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 장면 촬영 끝나고 나서, 누가 이 철제 침대 밀었냐고 물어봤더니, 아무도 민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더 이상 물어볼 시간도 없고, 촬영이니까, 촬영은 촬영일 뿐이라고 지나갔는데, 인상적인 질문을 받으니까, 생각해보면, 한없이 인상적인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신양은 "누가 그랬냐 그러면, 모르겠어요. 그냥, 무슨 말인가 해야돼서 한다면, '악마야 고맙다'. 그런 장면이 벌어져서 재밌게도 이어서 찍었습니다"고 덧붙였다.
'사흘', 오컬트의 재미를 충분히 전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만 본다는 점이 아쉽다. 일각에서는 올초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파묘'를 언급하며 비교 대상에 올리기도 하는데, '파묘'를 봤다면 '사흘'의 예매는 사흘 더 고민해보길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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