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해상풍력발전 역량 탁월...30개 육박 인허가 간소화돼야” [Biz&People]
120GW 규모 신재생에너지프로젝트 진행
이중 절반 가까운 50GW가 해상풍력발전
“한국 탄탄한 공급망·지리적 조건 뛰어나
인허가 절차 개선·범정부 컨트롤타워 필요”
“코펜하겐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CIP)가 7~8년전 대만 해상풍력발전 시장에 진출했을 당시 현지에는 관련 기자재 및 부품 등을 생산할 수 있는 회사가 별로 없었다. 반면 한국은 LS전선, SK에코플랜트로 알 수 있듯이 해상풍력발전 시장에서 세계적인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다.”
토마스 위베 폴센 CIP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6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해상풍력발전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CIP는 2012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설립된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투자 개발사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지를 조성할 때 투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CIP가 운용 중인 펀드는 13개, 300억유로(약 45조원) 규모에 달한다. CIP는 15개국에서 120GW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중 해상풍력발전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약 50GW다.
CIP는 우리나라에 2018년 진출, 약 4.4GW 규모의 해상풍력 프로젝트 4개(울산 해울이, 전남 신안군 해송·해금·전남)를 추진하고 있다. 이중 전남 프로젝트의 전남1은 내년 상반기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CIP는 전남1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 E&S와 손을 잡았다.
CIP가 한국 시장의 장점으로 꼽은 것은 탄탄한 공급망이다. 한국에서 해상풍력발전 단지를 구축할 때 우리나라 기업들이 만든 뛰어난 품질의 부품 및 구조물을 쉽게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부품을 공급받으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폴센 대표는 “한국 해상풍력 시장은 이제 막 태동했지만, 한국 기업들은 해상풍력발전 단지 건설에 필요한 해저케이블, 하부구조물 등에서 수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LS전선은 유럽, 북미 등에서 해저케이블 수주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CIP가 건설하는 대만 해상풍력발전 단지에도 LS전선 해저케이블이 설치될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4월 CIP와 3900억원 규모의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상풍력발전에 최적화된 지리적 조건을 갖춘 점도 우리나라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는 “한국은 70% 이상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육상에서 대규모의 재생에너지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며 “반면, 바다로의 접근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충분한 바람 조건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인허가 절차가 개선돼야 한다고 폴센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해상풍력발전 산업이 성공적으로 육성되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간단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그런데 한국에서는 사업을 시작하고 마무리할 때까지 약 29개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허가를 승인하는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으로 얽혀 있다”며 “부처 간 이견이 발생하면 사업 진행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폴센 대표는 또 “해상풍력발전 산업을 성공적으로 키운 나라들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허가 여부를 중앙정부 주도로 진행하고 있다”며 “중앙정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면 부처 간 이견으로 갑자기 사업이 멈춰버리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복잡한 규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지만, 한국 정부가 해상풍력발전에 주목하고 있는 점에 대해 폴센 대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월 향후 2년간 7~8GW 수준의 해상풍력발전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기관들이 (규제 개선에 대해) 지속해서 고민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의 잠재성을 눈여겨 본 신재생에너지 투자 개발사들은 우리나라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CIP는 자체적으로 보유한 건설 노하우를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투자금 조달에만 집중하는 다른 투자 개발사들과 달리 CIP는 독점 파트너십을 맺은 코펜하겐 오프쇼어 파트너스(COP)를 통해 해상풍력발전 건설을 총괄 및 관리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폴센 대표는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는 굉장히 큰 규모의 사업인 만큼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리스크들이 존재한다”며 “CIP는 풍부한 사업 진행 경험을 토대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해상풍력에 대한 필요성은 인공지능(AI) 시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AI로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하나의 에너지원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며 “더욱이 한국 정부는 에너지 계획을 밝히면서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원자력 발전(이하 원전)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원전이 모든 발전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한국에서 원전과 같이 대규모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원은 해상풍력발전이 유일하다”고 부연했다.
CIP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들을 통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100만~150만톤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폴센 대표는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진행할 때 정부와 협력업체, 주민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며 “CIP는 사업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 한국에서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영대 기자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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