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신문도 기업과 주주 위한 기사 썼으면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미디어오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이를 전하는 서울경제 1면 톱 기사는 <트럼프 감세 속도전, 불구경하는 한국>이었다. 이 기사를 보면 윤석열 정부는 엄청 억울할 것 같다. 윤석열 정부는 남부럽지 않은 감세 정책으로 일관했다.
기획재정부가 밝힌 윤 정부의 세수 감소효과만 따지더라도 윤석열 정부 5년간 약 84조 원의 세금을 줄였다. 법인세율을 내렸을뿐만 아니라 R&D 투자 세액공제율을 20%에서 30%로 늘리고, 설비투자 세액공제율도 6%에서 15%로 크게 확대했다. 그 결과 지난 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 국세수입 규모 396조 원에서 2024년 올해 국세수입규모는 338조 원으로 불과 2년 동안 국세 수입이 무려 58조원(-14.7%) 줄었다. 정부는 '글로벌 복합위기' 탓으로 변명 하지만 코로나 위기(-2.7%), 금융 위기(-2.8%), IMF 위기(-3%) 때보다도 감소한 국세 수입에 감세가 영향이 없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차기 정부의 세금 감면액이 100조 원이라는 것이다. 이번 정부 감세 효과는 차기 정부에 더 크게 작용한다. 그러나 이것도 기재부가 과소 추계한 주장일뿐이다. 기재부가 추산한 감세 효과보다 실제 줄어드는 세수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추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3년간 발표한 감세 규모가 10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서울경제 <美, 친기업으로 경기 활성화… 韓은 상법 개정으로 '옥죄기'> 기사를 보면 주식투자자들은 엄청 억울할 것 같다. 상법 개정의 핵심 내용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주주와 회사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이사가 회사와 주주에 손해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불공정 합병이나 분할을 방지하는 방안은 기업을 옥죄는 방안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불공정한 비율로 합병을 했다. 삼성물산의 주주는 물론 삼성물산이라는 기업가치도 크게 훼손되었다. 이재용 회장을 위해 주주와 회사 가치가 손해본 것이다. 또한,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가 독립하여 LG에너지솔루션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세계 최고수준의 배터리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인 LG화학 주주는 졸지에 패트병 회사 주주가 되었다는 푸념이 있었다. LG화학의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한 것은 물론이다.
이런 불공정 행위를 막아야 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기업 가치가 증대된다. 즉, 상법 개정안은 기업을 옥죄는 것이 아니라 기업 가치를 하락시키고 주주에 피해를 주는 경영인들의 불법 행위를 옥죄는 방안이다. 경영인의 불법행동을 옥죄는 것은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 가치를 높이는 친시장적이고 친기업적인 방안이다.
친시장, 친기업, 친경영인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시장 참여자는 기업도 있지만 노동자, 소비자, 지역사회 등 다양하다.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친시장이다. 진정한 시장주의자라면 기업, 노동자, 지역사회 등 어느 한쪽이 지나친 권한을 행사하여 시장 구성요소들의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시장의 핵심 원리는 경쟁이다. 그러나 기업의 속성은 경쟁을 회피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다. 독점을 형성하여 경쟁 없이 시장의 달콤한 열매만 먹고 싶은 것이 기업들의 꿈이다. 기업은 속성상 반시장적인(경쟁 제한적인) 꿈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기업을 적절히 규제하는 것은 친시장적인 정책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이해관계와 경영인의 이해관계도 다르다. 친기업은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상장회사라면 기업가치는 주식가격에 반영된다고 믿는 것이 시장주의자들의 생각이다. 반면, 경영인의 꿈은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 보다 보수를 더 많이 가져가거나 내가 지배력을 더 획득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업 및 주주의 이해관계와 경영인의 이해 상충을 주인-대리인 이론 또는 '참호 구축효과(entrenchment effect)'등의 이론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요는 기업과 주주를 위해서 경영인을 적절히 규제하는 것은 친기업적인 정책이라는 것이다.
경영인을 적절하게 규제하는 수단이 바로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것이다. 경영인이 사리사욕만을 쫓지 않고 기업과 주주를 위해 경영을 하고 정당한 성과를 얻게 하는 것은 친기업적, 친시장적인 조치이다.
그런데 서울경제, 한국경제 등 일부 경제지들은 상법 개정안을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고 표현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상법개정안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안이 아니라 경영인을 감시하여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우리나라 경제지도 경영인이 아니라 기업과 주주를 위한 기사를 쓰기를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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