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정부, 용산 어린이정원 사업에 ‘취약 아동’ ‘청와대 운영’ 예산 끌어 썼다
취약 아동 예술활동‧靑 운영 등에서 끌어와…국회 예산 심의 ‘패싱’
문체부, 내년도 관련 예산으로 256억 편성…“합리적 산출 아냐” 제동
임오경 “문체부, 尹 ‘용산 시대 1호’ 약속 지켜주려고 예산으로 충성”
(시사저널=구민주·변문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윤석열 정부에서 조성된 용산 어린이정원 복합문화공간 조성을 위해 다른 용도로 편성돼 있던 예산들을 끌어다 쓴 것으로 확인됐다. 그 가운데 '취약계층 아동청소년 예술 활동 지원' 예산을 비롯해, 윤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국민에 개방한 '청와대 운영' 예산 등도 포함됐다.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가 최근 공개한 '2025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문체부는 용산 어린이정원 인근 복합문화공간 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업에 편성돼 있던 예산들을 끌어와 당초 취지와 다르게 집행했다. 예산 집행에 필요한 국회 심의 등 별도의 전용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복합문화공간 관련 예산은 당초 올해 예산안에 편성돼 있지 않았다. 올해 본격적인 추진 계획이 사실상 없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문체부는 지난 8월부터 해당 사업을 시급하게 추진하기 시작했다. 당시 문체부가 "우리 사회 가장 시급한 문제인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해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 재미있게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전용공간 조성이 필요하다고 판단, 신속히 추진키로 결정했다"고 추진 이유를 밝힌 게 전부였다.
자료에 따르면, 문체부는 해당 사업 추진을 위해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사업 내 '취약계층 아동청소년 예술활동 지원'과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양성' 부분에서 총 3000만원을 끌어와 집행했다. 이에 대해 예정처는 "취약계층의 예술단 활동, 문화예술교육 관련 종사자 교육 등을 지원하기 위해 편성된 예산을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조성 사업에 쓰는 건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이어 "당초 편성된 취지와 다르게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서 적절치 않은 측면이 있어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도 경고했다.
그뿐 아니라 문체부는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에게 전격 개방한 청와대 운영 예산 중 6000만원도 해당 사업에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옮긴 후 국민에 개방된 청와대 내부에 복합문화예술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당초 편성된 예산이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간사인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제출한 답변에서 "대국민 복합문화예술공간을 조성한다는 면에서 청와대 내 관련 공간 조성 사업과 유사성을 갖는다고 판단했다"며 예산을 옮긴 데 대해 해명했다. 또한 어린이정원 복합문화공간 조성에 대해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시설이 집적돼 있고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 편의성과 접근성이 우수해 '최적지'라고 판단했다"며 "2025년 4분기부터 시범운영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어린이정원 복합문화공간 조성과 관련한 문체부의 내년도(2025년) 예산 편성에 당장 제동이 걸렸다. 문체부는 해당 사업을 위해 총 256억7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합리적인 근거에 의해 산출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사업 내용에 대한 기본적인 구상도 없는 상황에서 비용이 적절한 수준인지 알 수 없으며 연내 완공 여부도 불확실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예산 심사 과정에서 삭감을 예고한 상태다.
용산 어린이정원은 주한 미군기지였던 용산공원 중 정부가 반환받은 부지 중 일부로, 지난해 5월 개방됐다. "집무실 앞마당을 어린이들에게 내주겠다"는 의미로 대통령 집무실에서 내려다보이는 공간에 마련됐다. 문체부를 비롯해 개별 부처들이 어린이 체험·관람 시설 등을 공원 내 설치 추진‧진행 중이다.
어린이정원 조성은 윤 대통령이 '용산시대'를 개막하며 내놓은 '1호 약속'이었다. 용산공원으로 이름 붙여졌던 공간은 지난해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앞둔 4월경부터 '용산 어린이정원'으로 불쑥 명명되기 시작했다.
이어 그해 5월4일 곧장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직접 참여하는 어린이정원 개방 행사를 여는 등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야당은 어린이정원이 대통령의 주요 홍보 무대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고 꾸준히 비판해왔다. 부지 내 토양 오염 문제도 꾸준히 제기됐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은 시사저널에 복합문화공간 예산 집행 관련해 "텅 빈 청와대에 2년간 56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문체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시대 1호' 약속을 지켜주려고 국민 혈세를 꼼수로 집행하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충성하기 위한 문체부의 숟가락 얹기 시도를 예산심사 과정에서 철저히 따져 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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