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하게 '쿵쾅' 뛰는 심장…얼린 풍선으로 혈관 막자 벌어진 일

박정렬 기자 2024. 11. 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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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의료 현장에 '냉동요법' 적용 반경이 확대되고 있다. 불규칙하게 뛰는 심장을 차가운 풍선을 이용해 가라앉히고 인위적으로 동상(凍傷)을 유발해 난치성 흉터를 치료한다.
심방세동에 '냉각풍선절제술' 효과 입증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오일영 교수 연구팀은 최근 심방세동 환자들을 대상으로 냉각풍선절제술의 장기적인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대한심장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코리안 서큘레이션 저널(Korean Circulation Journal)'에 발표했다.

심방세동은 심방 내 여러 곳에서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가 발생해 불규칙한 박동을 일으키는 부정맥의 한 종류다. 초기에는 짧게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발작성 심방세동'으로 나타나다가 시간이 지나면 장기간 지속되는 '지속성 심방세동'으로 진행한다.

냉각풍선절제술은 심방과 연결된 폐정맥 입구를 영하 89도 이하의 온도로 얼린 풍선으로 막아 심방세동을 유발하는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를 차단해 정상적인 심장 박동으로 회복시키는 치료다. 시술 시간이 비교적 짧고, 합병증 발생률이 낮아 널리 시행되지만, 아시아 지역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냉각풍선절제술의 장기 효과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었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오일영 교수


이에, 오일영 교수 연구팀은 한국인 심방세동 환자 299명(발작성 심방세동 환자 150명,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 149명)을 2년간 추적 관찰해 냉각풍선절제술 이후 심방세동 재발률, 증상 개선 및 삶의 질 향상 정도와 재발 위험 요인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의 71.9%, 지속성 심장세동 환자의 49.3%가 냉각풍선절제술 후 2년 동안 심방세동이 재발하지 않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술 후 심방세동으로 인한 증상이 감소하고, 환자들의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 시술 전에는 75.5%의 환자가 가슴 두근거림, 피로, 어지러움 등 증상을 호소했지만, 시술 후 2년이 지난 시점에는 10.5%로 눈에 띄게 줄었다.

연구팀은 냉각풍선절제술의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첫째, 심방세동 진단 후 시술까지의 기간을 제시했다. 심방세동 진단 후 냉각풍선절제술을 시행하기까지 기간이 길어질수록 심방세동 재발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심방세동이 장기간 지속될수록 심장의 구조가 변형돼 재발 위험이 커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둘째, 이번 연구에서는 좌심방이 큰 환자일수록 시술 후 재발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좌심방의 직경이 클수록 심장의 전기 신호가 불안정해져 재발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오일영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의 표준화된 심방세동 치료 방침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심방세동 환자들을 위한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 앞장서 많은 환자가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난치성 켈로이드 흉터도 '냉동치료' 적용
난치성 켈로이드 흉터 치료에도 회복 기간을 줄이는 데 냉동 요법이 효과적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오병호, 정진웅 교수 연구팀은 난치성 켈로이드 흉터 치료에서 켈로이드 펀치절제 후 즉시 냉동요법을 시행하면 1회 치료 후 흉터 점수가 절반 이하가 된다고 13일 밝혔다. 기존 치료인 중심절제술 후 냉동치료와 비교해 상처 회복 기간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것.

켈로이드는 과도한 섬유화에 의해 기존 피부 손상 부위를 넘어 확장되는 돌출성 흉터다. 일반적인 흉터와 달리 지속해서 커지고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주사 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증상을 다스릴 수 있지만 병변이 너무 딱딱해질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다만, 수술 이후에도 물리적 힘에 대한 과도한 피부 반응을 일으키는 켈로이드의 특성으로 재발하거나, 크기가 오히려 커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화상 환자에게서는 켈로이드 흉터가 발생하지만, 동상 환자에게서는 나타나지 않는 점에 착안해 켈로이드 치료에 냉동치료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왔다. 냉동치료 방법 중 피부 표면에 시행하는 방법은 치료 효과가 작아, 켈로이드의 중심 부위를 절제하고 즉시 냉동치료를 시행하는 방법이 효과적임을 지난 2월 '미국 피부외과학회지'(Dermatologic Surgery)에 보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치료법은 치료 효과는 좋지만 치유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한계가 따라 연구팀은 후속 연구에 돌입했다. 켈로이드의 전체 병변을 제거하지 않고 피부조직검사 시 사용하는 펀치(Punch)를 이용해 켈로이드에 여러 개의 구멍을 만든 뒤 액화 질소 냉매를 분사하는 방식으로 냉동치료를 새롭게 적용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22명의 난치성 켈로이드 환자를 대상으로 후향적 분석 연구를 진행해 치료 방법에 따른 효과를 분석한 결과, 중심절제술 후 즉시 냉동치료를 시행한 군(16명)과 펀치절제 후 냉동치료를 시행한 군(6명)을 비교했더니 흉터 점수는 비슷한데 상처가 아무는 회복 기간은 펀치절제 군이 훨씬 짧았다.

구체적으로 흉터 점수는 중심절제술군이 치료 전 8.13±1.05에서 치료 후 4.00±1.00, 펀치절제군은 7.83±0.37에서 3.67±0.94로 모두 유의하게 감소했다. 반면 치료 이후 상처가 아무는 회복 기간은 전자가 63.87±29.80일, B그룹은 43.5±14.93일로 펀치절제군이 30% 이상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병호 교수는 "난치성 켈로이드 환자 치료에서 흉터 완화는 물론 회복 기간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치료 방법"이라며 "더 많은 환자에게 양질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치료 방법 표준화를 위해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피부외과학회지'(Dermatologic Surgery)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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