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 국가가 보호해야 할 ‘산업의 쌀’② [한양경제]

하재인기자 2024. 11. 1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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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EU는 철강 보호 위해 관세 적극 활용
철강생산 1위국 중국의 저가 공세에 정부 나서야
수소, 전기 등 철강산업 인프라는 국책사업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철강산업은 흔히 ‘산업의 쌀’로 불린다. 철강은 건설, 자동차, 전자제품 등 다양한 산업의 기초 자재로 활용되는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철강업의 경쟁력은 제조업 전반의 성장과 고용 창출에 직결되어 있어 경제적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국내 철강업체들은 저가 중국산 철강의 공세와 강화된 탄소배출 규제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해 있다.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면서, 국제 철강 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졌다. 국내 철강업계는 품질과 납기 경쟁력을 지키며 시장을 유지해왔으나, 중국산 철강의 저가 공세와 무분별한 공급이 국내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주요 국가들의 선제적 반덤핑 대책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반덤핑 관세를 적극 활용한다.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은 철강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여 자국 철강업체를 보호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 저가 철강의 수출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유럽연합은 조사 중에도 임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잠정 반덤핑 제도를 도입해 자국 시장을 보호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철강 제품의 탄소 배출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방식으로 제조된 제품에 추가 비용을 부과한다. 이는 국내 철강업체들이 기존 용광로 방식에서 친환경적 전환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탄소 규제를 충족하지 못한 한국산 철강 제품이 향후 추가 비용 부담과 함께 수출 제약을 받는다면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의 전기로. 현대제철

철강생산 1위 중국의 저가 공세

중국은 과잉 생산된 철강을 저렴하게 수출하며 한국 철강산업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관세 장벽을 피해 수출 대상을 한국 등으로 돌리면서 한국 내 철강업체들은 가격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향후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비해 수출 물량을 미리 소진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 철강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 철강업체들은 품질 경쟁력을 통해 중국산 저가 제품에 대응하고자 하지만, 가격 차이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만약 한국이 탄소배출 규제를 적절히 준비하지 않거나,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이 지체될 경우, 국제 시장에서 철강 수출 감소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과 수소환원제철 전환의 이중고

국제 사회에서 탄소중립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면서 철강업계의 탈탄소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하지만 국내 철강업체들은 기존 용광로 방식으로는 유럽과 미국의 탄소 규제를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수소환원제철 방식은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지만, 안정적인 수소 공급이 필요하다. 수소 공급이 불안정하거나 비용이 높다면 철강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 어렵다.

수소환원제철 방식은 철광석을 수소와 결합해 산소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탄소배출이 거의 없다. 현재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안정적인 수소 공급을 지원하여 빠르게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수소 인프라가 부족해 친환경 전환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환원제에 따른 철강 제조 공정 비교. 포스코

안정적인 전기공급도 선결과제

수소환원제철 방식은 전력 소모가 막대하다. 수소를 생산하고 제철 과정에서 사용하려면 전력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수소환원제철을 도입하려면 대규모 전력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지만, 한국은 송전시설 노후화로 안정적인 전기공급에 어려움이 있다. 전력 인프라 확충 없이는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은 철강업체들이 수소 제철 방식을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전력 인프라 확충에 앞장서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전력망 개선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철강업체들의 수소환원제철 도입을 저해하고 있다. 철강업체들이 안정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전력 인프라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철강산업 인프라는 국책사업으로

철강산업은 일개 산업으로서의 경제적 역할을 넘어 국가를 지탱하는 전략산업이다. 안정적인 수소공급과 전력 인프라를 갖추는 것은 기업에만 맡길 수 없는 국가 핵심사업이다. 따라서 정부는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반덤핑 제도 도입과 인프라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선언적인 탄소중립이 아닌,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한국 철강업계의 경쟁력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물론, 국내 철강업체들도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국산 저가 공세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품질 개선을 위한 기술 투자 뿐아니라, 장기적인 비용 절감 전략도 모색해야 한다. 수입업체들은 단기 이익보다는 국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경영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철강산업은 국가 경제와 고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부와 업계, 수입업체들이 긴밀히 협력해 신속한 대응책을 마련해야만 한국 철강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재인기자 hajaeinn@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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