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개구리야, 안전한 길 만들어 줄게...걱정 말고 다니려 무나"[ESG클린리더스]

김청환 2024. 11. 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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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사업장 있는 당진군 생태조사 바탕
멸종 위기종 금개구리 보호 위해
산란기 농수로 위 생태로 설치 앞장
지역 어린이는 '나도 시민 과학자'
자연 관찰·기록 등 현장 학습 활동
올해 프로그램 10회 개최 큰 호응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현대제철 임직원과 가족들이 6월 15일 충남 당진시 송산면의 한 농수로에 금개구리가 이동할 수 있는 생태로를 설치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때이른 무더위가 한창이던 6월 15일 충남 당진시 송산면 일대의 한 농수로. 푸른색 조끼를 맞춰 입은 사람들이 손에 황토색 포대처럼 생긴 뭔가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한창을 낑낑대던 이들이 완성한 것은 물이 찬 농수로 위를 가로지르는 생태로 30여 개.

이들이 구슬땀을 흘린 데는 이유가 있다. 5, 6월 산란기에 습지로 이동하는 금개구리에게 콘크리트로 지어진 농수로는 장애물이 된다. 불어난 농수로 물길에 금개구리가 휩쓸려가지 않고 안전하게 산란 터로 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 준 것. 이 생태로는 짚으로 엮은 것이다.

금개구리는 등 위 뚜렷한 두 줄의 금빛 무늬가 특징인 양서류한반도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농경지와 물속 생태계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보여주는 생물 지표종이기도 하다. 과거 서해안의 논과 농수로에서 다수 서식했다. 하지만 농약·비료 사용이 늘면서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금개구리는 1998년 법정 보호종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2020년엔 환경부 멸종 위기 야생 생물로 지정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도 금개구리를 취약종에 포함시켰다.

이날 농수로에서 땀 흘린 이들은 당진시에 사업장이 있는 현대제철의 임직원과 가족들이었다. 이들은 온종일 일하면서도 물길에 휩쓸려 농수로에 갇히는 금개구리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란 생각에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인근에서 플로깅(걷거나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동)에도 열심이었다.

현대제철과 이 같은 활동을 기획하고 참여한 시민단체 월드비전의 윤새롬 기업파트너팀 책임은 "기업이 생산 시설 인근의 환경을 보전하는 것은 사업을 영위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밑바탕"이라며 "현대제철은 이런 차원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활동으로 금개구리 보전 활동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여기에는 한국생태관광협회, 시민환경연구소 등도 참여했다.

현대제철은 '우리는 모두의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행동합니다(We Do in Sustainable H-ways)'를 지속가능경영 슬로건으로 삼고 있다. 사업장 인근의 순환 생태계 지속을 위한 멸종위기종 보호를 중요하게 여겨 이 같은 사업에 공을 들였다. 이 회사는 미래 세대가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생물 다양성 및 산림보호 증진 계획도 2025년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참여 환경단체 생태조사서 금개구리 발견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인근 습지에서 발견된 금개구리. 현대제철 제공

금개구리 보전 활동을 위해 사전 준비도 철저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활동에 참여한 환경단체 엔에스생태연구소가 현대제철 사업장이 있는 충남 당진시와 전남 순천시에서 벌인 동식물상 조사 결과가 활동의 밑바탕이 됐다. 이 조사를 통해 △현대제철 당진 사업장 인근 습지의 금개구리 알 △순천 사업장 인근 습지의 수달, 저어새의 발자국, 배설물, 이동통로 등 서식 흔적 등을 발견했다. 현대제철은 이를 바탕으로 서식 여건 개선 여지가 큰 멸종위기종 보호 활동을 살펴보고 금개구리 보전 활동을 먼저 하기로 결정했다.

과학적 조사를 근거로 활동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니 보전 활동에 참여 열기도 뜨거웠다. 6월 금개구리 보전 활동에 참여한 임직원과 가족은 100여 명에 이른다. 생태 사다리 설치 효과와 방법 등을 사전 교육하자 참가자들의 눈빛부터 달라졌다고 한다.

현대제철은 당진시 지역 어린이 스무 명을 대상으로 지역사회의 자연과 멸종위기종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현장학습 활동 '나도 시민과학자' 프로그램을 4~6월에도 열 차례 벌여 호응을 얻었다. 이 활동에는 당진환경운동연합, 당진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생태환경교육연구소, 우리씨앗연구소 등 환경 단체도 참여해 어린이를 교육했다. 현대제철은 "이 프로그램은 아동 청소년들이 주체가 돼 지역사회의 환경 보전 활동 실천과 모니터링 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미래 세대가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고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과 참여 시민단체들은 앞으로도 이 어린이들이 펼칠 지역사회 환경 보전 활동을 꾸준히 뒷받침할 예정이다. 나도 시민과학자 활동 기록과 계획은 웹사이트(https://citizenscience.imweb.me)에 올려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멸종위기종 보전, 지역사회와 다양하게"

충남 당진시 지역 어린이들이 5월 12일 현대제철 사업장 인근 음성포구에서 열린 '나도 시민과학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은 임직원뿐 아니라 지역사회 참여를 바탕으로 환경 보전 활동의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현대제철 측은 "생물 다양성 보전의 가장 큰 적은 무관심이란 말이 있다"며 "관련 활동에 기업과 지역 시민 모두가 함께 참여해야 지속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제철 임직원뿐만 아니라 주민을 대상으로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고 멸종위기종을 보전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제철 기업 이미지(CI). 현대제철 제공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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