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친자' 송연화 감독의 이토록 뜨거운 열정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한석규의 MBC 복귀로 관심을 모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대본과 연출도 그에 못지않았다. '작감배'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이제 완벽한 결말만을 앞두고 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시작부터 끝까지 그 완성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송연화 감독의 뜨거운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연출 송연화·극본 한아영, 이하 '이친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심연 속의 진실을 쫓는 부녀 스릴러 작품이다.
한아영 작가의 탄탄한 대본을 바탕으로 배우들의 연기력과 송연화 감독의 연출력이 더해진 '이친자'는 시청자들의 입소문을 타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종화까지 단 1화를 남겨둔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송연화 감독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송연화 감독은 "개인적으로 작업이 다 끝나서 후련하다"는 소감과 함께 작품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친자'는 MBC 20기 공채 탤런트 출신 한석규가 '호텔' 이후 29년 만에 MBC에 복귀하는 작품으로 관심을 받았다. 송연화 감독은 한석규의 캐스팅에 대해 "작품의 시작이 되는 첫 단추를 만들어줬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태수라는 인물이 모나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인물이 무너지는 걸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납득시킬지 고민이 있었어요. 선배님이 가진 이미지가 시청자분들에게 와닿을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느껴서 제안을 드렸어요. 저희가 신인 작가와 신인 연출자의 작품이라 배우 입장에서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텐데 흔쾌히 수락해 주셨어요. 이 작품의 시작이 될 수 있는 첫 단추를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오랜 시간을 거쳐 고향으로 돌아온 한석규는 이름값을 증명하는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 과정을 옆에서 본 송연화 감독은 "대본에 표현된 장태수를 완벽하게 표현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장태수라는 캐릭터를 훌륭히 표현해 주셨어요. 대본 자체가 문어체다 보니 어색한 부분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주시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어떤 설정을 했다기보다는 대본에 표현된 장태수를 완벽하게 표현하신 것 같아요."
한석규만큼이나 주목을 받은 건 채원빈이다. 채원빈은 신예답지 않은 연기력을 바탕으로 모든 것이 의뭉스러운 장하빈이라는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송연화 감독은 "채원빈을 만났을 때 확신이 섰다"라며 캐스팅의 이유를 밝혔다.
"하빈이 역할을 캐스팅하는 것도 고민이 컸어요. 이야기의 피사체처럼 그려지는 성향이 있는데 시청자분들이 매력을 느끼셔야 하고 한석규 선배님과 붙었을 때 텐션을 살릴 수 있는 연기력을 갖춰줘야 했거든요. 채원빈 배우를 만났을 때 확신이 섰고 회사에서도 지지를 해주셨어요."
채원빈의 연기는 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채원빈뿐만이 아니다. '이친자'에 출연한 많은 신예 배우들은 경력을 잊게 만드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겁이 많아 시청자 반응을 직접 살펴보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듣기만 한다는 송연화 감독은 가장 인상적인 시청자 반응으로 '신인 배우들을 향한 호평'을 꼽을 정도로 이들에게 많은 애정을 드러냈다.
"정말정말 뿌듯해요. 원빈이뿐만 아니라 신인 배우들에게 '내가 너희를 낳은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제가 한 건 없지만 열심히 준비한 건 알고 있거든요. 재능도 좋은 친구들인데 작품을 통해 빛을 발했다면 연출자 입장에서 진짜 기쁘죠."
배우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지만, '이친자'가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송연화 감독의 연출 때문이다. 송연화 감독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섬세한 연출로 작품의 묵직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러한 연출을 시청자들이 알아주지 못한다면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지만, 송연화 감독은 과감하게 자신의 판단을 밀어붙였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도 있어야 하지만, 한 발짝 떨어져서 '저건 무슨 의미지'라고 생각하는 장치도 드라마를 감상하는 재미를 높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청자분들이 알아봐 주시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던 것 같아요. 이런 연출을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을 만드는 게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 있어 훨씬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한 전체적으로 어두운 화면을 쓰며 작품의 분위기를 묵직하게 끌고 갔다. 여기서 사실상 유일하게 제외가 되는 공간이 있다면 바로 태수의 직장인 경찰서다. 송연화 감독은 이러한 연출 역시 의도한 것이라며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보통의 드라마에서는 집이 따뜻하게 그려지고 직장이 차갑게 그려지는데 태수의 시점에서는 두 공간이 바뀌었다고 생각했어요. 태수에게 경찰서는 익숙하고 답을 다 아는 공간이라 의도적으로 밝게 설정했어요. 반대로 태수에게 집은 미지의 공간이고 전혀 알 수 없는 공간이라 불을 켜지 않는 수준으로 어둡게 가려고 했어요."
이 밖에도 대칭적인 구도, 다양한 소품 배치 등 '이친자'는 섬세한 디테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베테랑 배우 한석규조차도 촬영 현장을 '지독하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송연화 감독은 "개인적인 성취를 도달하고 싶었다"며 이렇게 집요하게 집착한 이유를 설명했다.
"인물의 감정이 크다 보니 선배님과 세세하게 조정을 하려고 했던 부분이 있어요. 촬영적으로나 조명, 기술적인 부분에서 개인적인 성취를 도달하고 싶었어요. 그런 걸 이루기 위해서는 카메라와 배우의 합도 중요해서 여러 부분을 신경 썼어요. 선배님이 힘들었다고 말씀은 하셨지만 그래도 즐겁다고도 이야기는 해주셨어요. 결과적으로 그런 성취를 이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희가 노력해서 만든 결과물을 시청자분들이 재미있게 보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비 오는 날의 추격신 같은 경우에는 스스로 봤을 때도 좋은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이친자'는 2021년 MBC 드라마 극본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작품이다. 당초 4부작이었던 작품은 공모전 당선 이후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지금의 작품으로 탄생했다. 송연화 감독은 이 수정 과정에도 직접 참여했다. 그렇다 보니 더욱 작품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이 2021년도 극본 공모전에 당선된 후에 기획 PD님과 작가님이 1년 정도 수정을 하셨어요. 제가 대본을 만나고 6개월 정도를 다시 작업하면서 수정했어요. 태수와 하빈의 부녀 관계를 제외하고는 스토리가 많이 바뀌었어요. 저도 함께 작품을 개발하면서 이해도가 높아졌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연출하는 입장에서 몰입하기 쉬운 부분도 있었어요.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인데 작가님이 선뜻 해주셨어요. 회사에서도 이렇게 길게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가 쉽지 않은데 많이 이해해 주셔서 숙성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당초 '거북의 목을 노려라' 였던 제목 역시 지금의 제목으로 바뀌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라는 제목은 하버드 의대 정신과 교수인 마사 스타우트의 'The Sociopath Next Door'의 국내 번역서 제목이기도 하다.
"대본을 수정하고 나서 작가님이 제목을 바꿔야 할 것 같다고 하셨어요. 제가 소시오패스와 프로파일링에 대한 책을 보고 있었는데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라는 서적을 알게 됐어요. 원제는 너무 다른데 번역한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고 작품과 어울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해당 출판사에 양해를 구하고 제목을 쓰게 됐어요."
그렇다면 제목이 지칭하는 '배신자'는 누구일까. 시청자들 역시 제목이 의미하는 배신자의 정체를 두고 많은 추측을 했었다. 송연화 감독은 "모두에게 해당하는 제목"이라면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생각을 밝혔다.
"비단 태수와 하빈이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에게도 해당되어서 누구 한 명을 꼽기 어려워요. 그런데 태수가 태수 자신에게 해당하는 제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본인의 삶에 대한 후회, 잘못되고 어리석었던 삶을 살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대본과 연출, 연기가 골고루 맞아떨어진 '이친자'는 마지막 1화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금까지 탄탄하게 끌고 온 덕분에 많은 시청자들은 '용두용미'의 '용두용ㅁ'까지 완성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송연화 감독은 남은 'ㅣ'를 완성해 시청자들에게 두 시간이 아깝지 않은 드라마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ㅣ'가 됐으면 좋겠어요. 시청자분들이 보시는 일주일의 두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는 생각, 재미있게 잘 봤다는 생각이 드셨으면 좋겠어요. 그 시간 내내 좋은 드라마가 되셨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송연화 감독은 '용두용미'를 완성하기 위해 시청자들의 남은 궁금증을 모두 해소시켜줄 것이라며 끝까지 많은 시청을 당부했다.
"시청자분들께서 아직 물음표가 남아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회는 그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회차가 될 것 같아요. 모든 것이 회수될 것 같아요. 시청률적인 측면에서는 최고 시청률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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