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파도 괴담 뿐..프리미어12 안하무인 개최국 대만, 가장 중요한 ‘대회 공정성’은 괜찮을까

안형준 2024. 11. 1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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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대만)=뉴스엔 안형준 기자]

'파도 파도 괴담' 뿐인 대만이다. 과연 대회 진행의 공정함은 기대할 수 있을까.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11월 13일 대만 타이베이의 타이베이 돔에서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라운드 첫 경기 대만전을 갖는다.

고척돔에서 약 2주간의 담금질을 마친 대표팀은 지난 8일 대만 땅을 밟았고 한 차례 평가전을 포함해 마지막 준비를 진행했다. 그리고 12일 타이베이 돔에서의 공식 훈련을 끝으로 대회를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 대표팀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슈퍼라운드 진출을 1차 목표로 삼고있다.

이번 프리미어12는 세대교체 중인 대표팀의 첫 '메이저 국제대회'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APBC가 있었지만 전 세계 프로야구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는 아니었다. 프리미어12도 WBC와 달리 메이저리거들은 참가하지 않지만 그래도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과 아시아 이외 국가의 마이너리거들이 참가한다는 측면에서 규모가 남다르다. 세대교체 중인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 그만큼 한국 야구에는 중요한 대회다.

하지만 조별라운드를 주관하는 개최국 대만의 행태가 대회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개최국 대만의 텃세는 훈련 장소 제공부터 여실히 나타났다. 최근에 개장한 신축 구장인 타이베이 돔은 대만 외 국가들에게는 낯선 장소다. 대회가 열리는 경기장에 대한 적응이 당연히 필요한 상황. 하지만 대만은 개막 하루 전에야 한국 대표팀에게 타이베이 돔 입장을 허락했다.

대표팀은 8일에 대만에 입국했음에도 12일 전까지 모든 일정을 야외 구장에서 진행했다. 일본을 제외하면 가장 위협적인 팀이자 개막전 상대인 한국에게 경기장에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치졸함'까지 엿보이는 텃세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12일 진행된 공식 행사들은 엉망진창이었다. 그야말로 '동네 시정잡배들의 짬짜미 행사'나 다름없었다.

한국 대표팀의 공식 훈련이 진행되던 타이베이 돔에서는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그라운드를 활보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이는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선수단 관계자만이 출입할 수 있는 그라운드와 덕아웃까지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어린 아이의 목에는 대회장 전 구역을 출입할 수 있는 출입증이 걸려있었다.

확인 결과 아이는 대만 야구협회 고위 직원의 딸이었다. 국제대회가 열리는 행사장, 그것도 엄격한 출입 통제가 이뤄져야 할 그라운드와 선수단 구역까지 '우리 애 구경 좀 시켜주겠다'며 철저한 신분 검증 후 지급해야 할 출입증을 어린 아이에게 그것도 최고 등급으로 발급해준 대만 야구계였다.

이는 일부에 불과했다. 대회 공식 일정이 시작됐음에도 타이베이 돔에는 오직 대만 미디어를 위한 공간만 마련돼 다른 참가국의 미디어, 홍보 관계자들은 전혀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12일 오후 타이베이 시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은 대만이 이번 대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는 자리였다.

대회 하루 전 열리는 공식 기자회견은 일본 나고야에서 개막전을 진행하는 일본과 호주를 제외한 4개국 감독과 주장이 모여 대회 출사표를 던지고 1차전 선발투수를 발표하며 각국 미디어와 질의응답을 갖는 자리였다. 아니, 그런 자리였어야 했다.

하지만 대만은 그 자리를 마치 타이베이 돔 개장 기념행사인 양 타이베이 시 고위 관계자들과 스폰서들을 위한 자리로 만들어버렸다. 대만 외에도 한국과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이 참석했음에도 중국어 외에는 어떠한 통역도 제공되지 않았다. 그나마 제공될 예정이었던 영어 통역마저 사회자가 자의적으로 생략해 대만인들 외에는 누구도 공식 기자회견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를 알 수 없었다. WBSC 관계자마저도 '사회자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당황했을 정도였다.

물론 딱히 통역까지 대동해 들을 가치가 없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명칭은 대회 전 공식 기자회견이었지만 각국 감독과 선수들은 사회자가 준비해온 질문 하나씩을 받은 것 외에는 입을 열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각국 미디어와의 질의응답도 없었다. 타이베이 시와 스폰서사들의 '높으신 분'들을 소개하는데만 30분이 소요됐고 그들을 위한 기념촬영, 스폰서사의 제품 홍보 등 대회와 무관한 일들이 행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감독과 선수들에게는 단상 아래 의자 하나씩만이 제공됐을 뿐, 단상 위에서는 그마저도 없었다.

1차전 선발투수의 발표도 이뤄지지 않았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공식 기자회견 직전에 진행된 미팅에서 선발투수를 발표하지 말자는 의견이 제시됐고 그대로 진행됐다. 대회 출사표를 비롯해 1차전인 대만전 선발투수 고영표의 이름을 부를 준비를 하고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던 류중일 감독은 "이럴거면 왜 불렀나"고 불쾌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류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이 '대만 사장님들 잔치'로 마무리된 후 한국 취재진을 따로 만나 대만전 선발투수가 고영표임을 발표했다. 류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선발투수를 공개한 유일한 감독이었다.

대만 쩡하오쥐 감독의 행태는 더욱 황당했다. 기자회견에서 끝내 한국전 선발투수를 공개하지 않은 쩡하오쥐 감독은 류 감독이 한국 취재진에 고영표의 이름을 공개하자 한국 취재진을 향해 '한국의 선발투수를 알려주면 대만의 선발투수고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취재진에게서 고영표의 이름을 듣자 '대만 선발투수는 WBSC의 공식 발표에서 확인하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일국의 국가대표팀 감독이 아니라 그야말로 '시정잡배'나 할 법한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었다.

사실 프리미어12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관여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대항마가 될 국제대회를 만들겠다는 일본 야구의 '야심'으로 시작된 대회였다. 그래서 초대 대회인 2015년에는 주최측인 일본이 자국의 '초대 대회 우승 타이틀'을 위해 경기 일정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등 비상식적 행동을 일삼아 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일본은 초대 대회에서 한국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고 명분과 실리를 모두 놓쳤다.

대만은 2015년 초대 대회부터 꾸준히 프리미어12 예선 라운드를 개최하고 있다. 초대 대회 당시에는 대만 야구의 위상이 낮아 큰 목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이제는 국제대회 성적을 끌어올리며 점차 '공동 개최국'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2015년 당시에는 낙후된 야구장 시설에서 경기 후 불이 나는 등 '야구 불모지' 같은 모습이었던 대만이지만 이제는 4만 명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최신 야구장도 개장했다. 하지만 야구의 위상이 오르자 대만은 마치 10년 전 일본도 무색하게 할 정도의 안하무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해외의 '손님'들을 초청해 진행하는 국제대회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런 안하무인 행태가 그저 일부 공식 행사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타이베이 라운드의 개최국인 대만이 10년 전 일본처럼 대회 주요 운영사항에 마음대로 개입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 각국 감독과 선수들을 '높으신 분들의 기념촬영 입간판' 취급한 것이나 통역을 제공하지 않는 것 정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공정성 훼손의 문제까지도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파도 파도 괴담' 뿐인 대만의 행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류중일호 대표팀은 13일 가장 중요한 대만전에 나선다. 과연 대표팀이 홈팀 대만과의 중요한 첫 경기를 어떻게 치를지 주목된다.(사진=프리미어12 타이베이 라운드 공식 기자회견)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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