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리베로가 리시브 33개를 받아 효율 0%? 정관장의 흥국생명전 패배는 어쩌면 당연했다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리베로에게 목적타 서브를 때리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리시브를 잘 하기 때문. 이를 반대로 뒤집어 리베로가 받은 리시브 개수가 많다는 것은? 그 리베로가 리시브가 그리 좋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리시브가 약한 아웃사이드 히터에게 집중되는 플로터 서브를 리베로가 대신 커버해줄 경우 리베로의 리시브 개수가 늘어나기도 한다)
이날 정관장의 패인은 여러개가 있었다. 주전 세터 염혜선이 무릎 통증으로 아예 경기에 출장하지 못한 게 컸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염혜선 대신 코트 위 야전사령관 역할을 맡은 김채나와 안예림의 토스나 경기운영에 합격점을 주기는 어려웠다. 아울러 정관장이 자랑하는 ‘쌍포’ 메가(공격 성공률 39.13%)와 부키리치(29.58%)는 각각 29점, 22점을 폭발시켰지만, 범실도 10개, 12개를 저질렀다. 둘이서 한 세트를 헌납할 점수에 필적하는 22점을 거저 내줬으니 정관장의 경기력이 일정할 수 없었다.
다만 이날 흥국생명의 경기력도 앞선 5경기에 비해 그리 좋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정관장이 승리할 수도 있었다.
이날 흥국생명이 팀 리시브 효율을 39.56%로 가져가며 일정 이상의 세트 플레이를 구사할 수 있었던 반면 정관장의 팀 리시브 효율은 18.63%로 흥국생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곧 메가와 부키리치가 잘 세팅된 공격보다는 하이볼을 때려야 하는 오픈 상황이 많았다는 얘기다. 오픈 상황에는 최소 투 블로킹, 많으면 쓰리 블로킹까지 따라붙어 공격수들의 부담이 커진다. 자연히 메가와 부키리치의 공격 범실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정호영-박은진으로 이어지는 V리그 정상급의 미들 블로커들의 공격옵션도 잘 사용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날 정관장의 주요 리시브 라인인 노란, 표승주, 부키리치가 받은 리시브 갯수를 살펴보자. 노란이 가장 많은 33개, 표승주가 32개, 부키리치가 24개. 노란이 공격수들이 받아야 할 서브를 커버해줬다손 치더라도 너무 많은 숫자다. 곧 흥국생명의 서버들이 노란에게 목적타 서브를 집중했다는 얘기다.
원래 노란은 리시브보다는 디그에 특장점을 가진 리베로다. 그래도 지난 시즌엔 37.37%의 리시브 효율로 7위에 올랐다. 그러나 올 시즌은 26.04%의 효율로 10위권 밖에 벗어나있다. 이날 경기 전까진 31.44%로 30%대는 유지했으나 이날 부진으로 무려 5% 이상이 하락했다.
고희진 감독은 “올 시즌 우리는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정관장이 올 시즌 챔프전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담보되어야 할 것 하나가 있다면, 바로 노란의 리시브 효율 반등이다. 과연 노란이 다음 경기에선 정관장의 주전 리베로다운 면모를 회복할 수 있을까.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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