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러시아 SNS 속 ‘파병 북한군’ 모습, 진짜일까?

이은기 기자 2024. 11. 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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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소식이 알려진 뒤부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각종 소셜미디어에서는 파병 북한군 관련 사진과 동영상이 퍼지고 있다. 대개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다.
10월19일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공개한 영상 캡처.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 ⓒSPRAVDI 엑스(X) 계정

북한군의 움직임을 국제사회가 주시하고 있다. 10월18일 국가정보원, 10월23일(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 10월28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차례로 파병 사실을 확인했다. 온라인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파병 소식이 알려진 뒤부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각종 소셜미디어에서는 파병 북한군 관련 사진과 동영상이 퍼지고 있다. 대개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가장 적극적으로 알린 건 우크라이나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월13일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무기뿐만 아니라 병력도 파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러시아는 이를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사실 관계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더라도, 북한군 파병의 심각성을 하루빨리 알릴 필요가 있었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10월19일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는 엑스(X·옛 트위터)에 “북한군이 세르기옙스키 훈련소에서 우크라이나 배치에 대비해 러시아 장비를 갖추고 있다”라는 설명과 함께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는 “넘어가지 말거라” “나오라 야” 같은 북한 억양의 목소리가 담겼지만, 이들이 북한군인지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추가 정보는 없다. 10월29일 국정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파병된 군인들의 경우, 10대 후반도 일부 있고 주로 20대 초반이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파병 북한군 규모는) 현재까지 3000명 이상으로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운영하는 유튜브 ‘프로젝트: 살고 싶다(Проект «Хочу жить»)’가 10월23일 공개한 영상 ‘조선인민군 병사들에게 전하는 말씀’ 화면 캡처. “포로수용소의 전쟁포로들은 고기, 신선한 야채 등 하루 세끼의 식사를 받는다”라며 북한군의 투항을 촉구했다. ⓒ유튜브 ‘Проект «Хочу жить»’

‘친우크라이나 팀’이라고 소개하는 한 텔레그램 채널(Exilenova+)은 10월17일 “이 해방자는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체포된 포로 영상을 공개했다. 하지만 영상 속 남성은 북한어를 사용하지 않는 데다가, 이름이나 부대 등 다른 정보도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군을 상대로 한 우크라이나 당국의 온라인 심리전도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 군을 상대로 투항을 권유하는 유튜브 채널 ‘프로젝트: 살고 싶다(Проект «Хочу жить»)’를 운영한다. 이 채널은 10월23일 한국어로 제작한 ‘조선인민군 병사들에게 전하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북한군에게 “다른 나라의 땅에서 무의미하게 죽을 필요가 없다”라며 전투에 가담하지 말고 투항하기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지 매체를 통해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이 이미 우크라이나 군과 전투를 벌였고, 전사자가 나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0월28일(현지 시각) 리투아니아 공영방송 LRT는 우크라이나 군을 지원하는 리투아니아 비영리단체 ‘파랑/노랑(Blue/Yellow)’의 요나스 오만 대표를 만났다. 오만 대표는 우크라이나 소식통을 인용해 “10월25일 접경지대인 러시아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 군과 북한군이 처음으로 충돌했다. (···) 북한군(Korean)은 한 명 빼고 전부 사망했고, 생존한 한 명은 ‘부랴트인(Buryat)’이라는 서류가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북한군이 외모가 흡사한 몽골계 민족 부랴트인으로 위장했다는 설도 퍼져 있다. 10월30일 국방부 국방정보본부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군이 아직 정식으로 (전선에) 투입됐다는 정확한 정보는 없지만, 쿠르스크 등 전장 이동이 임박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10월29일 ‘라이브 우크라이나’가 공개한 북한군 추정 군인들 사진.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가 있다.ⓒ라이브 우크라이나(Live: Ukraine)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모습을 살펴보자. 10월29일 텔레그램 채널 ‘라이브 우크라이나(Live: Ukraine)’는 “북한군이 이미 러시아 쿠르스크에 배치됐다”라는 설명과 함께, 북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앞에 두고 모여 앉은 남성 3명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들이 실제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이들의 복장이 텔레그램 채널 ‘아스트라(ASTRA)’가 10월22일 공개한 영상 속 북한군 추정 남성들의 복장과 비슷하다. 해당 영상 속에서 남성들은 북한 억양으로 “힘들다 야” “늦었어?”라고 말한다. ‘러시아 독립언론’이라고 소개하는 아스트라는 이 영상이 “연해주 세르게예프카(Сергеевка)에 있는 러시아 제127 자동차소총사단 예하 44980부대 기지에 북한군이 도착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10월22일 텔레그램 채널 ‘아스트라(ASTRA)’가 공개한 북한군 추정 영상 캡처. 해당 영상 속에서 남성들은 북한 억양으로 “힘들다 야” “늦었어?”라고 말한다. ⓒ‘아스트라(ASTRA)’

심리전과 가짜뉴스에 활용되기도

친러시아 채널에서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을 내세우는 모습이 포착된다. 대표적인 게 텔레그램 채널 ‘작전 Z: 러시아 봄의 군사통신원(Операция Z: Военкоры Русской Весны)’이 10월21일 올린 북한 인공기와 러시아 국기가 나란히 꽂힌 사진이다. 이 채널은 “인공기가 최근 해방된 (우크라이나 동부전선) 포크로우스크에 게양됐다”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군의 동향도 공유됐다. 같은 채널은 10월26일 “우크라이나 군이 북한군의 도착에 대비해 매뉴얼을 발행하기 시작했다”라며, 우크라이나 군이 전선에서 북한군과 마주치거나 생포할 경우이 대응 지침을 담은 문서 사진 3장을 게시했다. 문서에는 ‘무기 버려!’ ‘우크라이나 군에 포로로 잡혔어’ ‘너와 너의 부대가 여기 어떻게 오게 됐어’ ‘알고 본 거 다 말해’ 등 한국어 문장의 뜻과 발음이 우크라이나어로 적혀 있다.

10월21일 ‘작전 Z: 러시아 봄의 군사통신원(Операция Z: Военкоры Русской Весны)’이 북한 인공기와 러시아 국기가 나란히 꽂힌 사진을 공개했다. ⓒ텔레그램 채널 ‘Операция Z: Военкоры Русской Весны’

우크라이나 군만 아니라 러시아 군도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친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Exilenova+)은 10월27일 “쿠르스크 지역, 매우 걱정스럽다”라는 설명과 함께 러시아 군으로 추정되는 병사가 바닥에 앉아 한국어를 공부하는 영상을 올렸다. 병사가 든 종이 맨 왼쪽에는 ‘무슨 일이 있습니까?’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등 한국어 문장이 적혀 있고, 차례로 해당 문장의 발음과 뜻이 러시아어로 적혀 있다. 10월29일 엑스의 한 계정(RWApodcast)에는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쓰인 군사용어 책자 사진도 올라왔다. 책자에는 ‘이름이 뭐야’ 등의 일상적인 표현에 더해 ‘엎드려’ ‘공격해’ ‘무기를 내려놔’ ‘소총’ ‘수류탄’ ‘우리는 포로로 잡히지 않는다’ 등 전장에서 쓰이는 표현이 담겨 있다. 10월29일 국정원은 이와 관련해 “러시아 군이 북한군에게 러시아 군사용어 100여 개를 교육하고 있다. 북한군이 어려워한다는 후문이 있는 상태라 소통 문제 해결이 불투명한 것으로 추측된다”라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밝혔다.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쓰인 군사용어 책자. ⓒ엑스(X) ‘RWApodcast’ 계정

러시아와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우크라이나는 고비 때마다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결집하는 수단이자 전 세계에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수단이 됐다. 동시에 전쟁 시기 소셜미디어는 심리전을 벌이거나 가짜뉴스를 유통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왜곡된 정보가 무분별하게 퍼져 있다. 앞서 언급한 북한군 관련 정보들은 대부분 진위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현재 전쟁 중인 두 국가의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러시아 파견 북한군이 화젯거리라는 점이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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