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계적 화석 산지 캐나다가 '고생물학 선진국'이 된 이유
9월 27일 금요일 새벽 캐나다 앨버타주 북부의 작은 도시 그랜드 프레리. 인구 6만 4000명의 도시에 30시간 걸려 도착한 이유는 이곳에 있는 '필립 J. 커리 공룡 박물관'의 연구자들과 화석 발굴 현장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고생물학 선진국' 캐나다는 어떻게 공룡을 연구할까. 이동거리 2만 km, 8박 9일의 공룡 취재는 발굴 현장에서 시작됐다.
9월 말의 캐나다는 눈이 내리기 직전의 늦가을이다. 1년에 3주 정도 볼 수 있는 자작나무의 노란 단풍이 절정에 다다른 시기다. 숲 속으로 5분만 걸어가면 화석 발굴 현장인 '파이프스톤 크릭 뼈층(Pipestone CreekBonebed)'에 도착한다. 그랜드 프레리에서 35km, 서울에서 8000km 떨어진 전화도 터지지 않는 숲 사이 말라붙은 계곡 위로 중생대 백악기 후기의 퇴적층이 드러나 있다.
"생각보다 좁죠? 처음 이곳을 본 사람들은 대개 그런 얘길 해요." 뱀포스 큐레이터가 웃으면서 말했다. 파이프스톤 크릭 뼈층은 앨버타주 북부에서 가장 중요한 공룡 화석 산지 중 하나다.
1974년 알 라쿠스타라는 고등학교 교사가 처음 화석을 발견했고 1986년부터 본격적인 발굴이 시작됐다.
파헤치고 보니 이곳은 제곱미터당 100~300점의 화석이 나오는 북아메리카 화석층 중 화석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었다.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화석 산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지정된 '공룡 주립공원(Dinosaur ProvincialPark)'보다도 3~4배 정도 높은 밀도다.
박물관의 수석 기술자인 잭슨 스웨더가 테니스 코트만한 흙바닥에 덮인 방수포를 벗겨내니 과연 수많은 화석이 모습을 드러낸다. 축축한 잿빛 이암 사이 골반뼈, 어깨뼈, 정강이뼈까지 여기저기에 뼈들이 튀어나와 있다.
'뼈층'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모습이다. "뼈밀도가 너무 높아서 발굴이 힘들 정도예요." 과장이 아니다. 뼈가 서로 섞여 층층이 쌓여 있어 다른 뼈를 건드리지 않고 화석을 꺼내기 어려울 정도다. 뱀포스 큐레이터가 그중 땅바닥에서 크게 튀어나온 넓적하고 얇은 뼈를 가리킨다. "파키리노사우루스의 어깨뼈입니다. 이곳을 대표하는 공룡이죠.”
파키리노사우루스는 트리케라톱스보다 오래전에 살았던 더 작은 친척 공룡이다. 큰 소처럼 식물을 뜯어먹는 초식 공룡이었고 얼굴을 장식하는 화려한 프릴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곳에서만 무려 50마리 이상의 파키리노사우루스가 발견됐고 지금도 발견되고 있다.
이 공룡에는 처음 공룡을 발견했던 교사를 기리는 의미에서 '파키리노사우루스 라쿠스타이(Pachyrhinosaurus lakustai)'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외에도 작은 수각류 공룡 드로마에오사우루스 등 총 16종의 생물들이 발견됐다.
"뼈가 너무 많이 나와 하마터면 박물관의 이름이 '죽음의 강(River of death) 공룡 박물관'이 될 뻔했어요." 뱀포스 큐레이터가 웃으면서 스웨더 수석과 함께 발굴 장비를 들고 온다. "오늘은 이 어깨뼈를 발굴해 박물관으로 가져갈 겁니다." 본격적인 발굴의 시작이다.
● 고생물학 연구 꽃피운 풍부한 화석
두 명의 연구자와 함께 3명이 흙바닥에서 드러난 어깨뼈를 향해 공손히 무릎을 꿇고 둘러앉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흙칼과 송곳으로 뼈 가까이에 붙어있는 이암을 떼어낸다. 물을 머금은 이암은 지점토보다 약간 단단한 정도의 강도다. 흙 여기저기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검은색 조각들이 붙어있다. 부서진 식물 잔해가 굳어져 만들어진 석탄이다.
취재하면서 만난 세계의 공룡 연구자들은 고생물학 선진국으로 캐나다를 강력하게 추천했다. 화석을 파고 있자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연구의 재료가 되는 화석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남한 면적의 100배가 넘는 넓은 땅을 가진 나라다.
여기에 풍부한 퇴적층이 자리잡고 있다. 고생대 캄브리아기 연구의 장을 연 버제스 셰일부터 신생대 끝자락을 산 매머드의 거대한 엄니까지 시대를 망라한 화석이 발견된다. 이 중에서도 캐나다를 고생물학 명소로 만들어준 화석은 중생대 백악기 후기의 공룡 화석이다.
"지금은 영하 52℃까지 떨어지지만 약 7200만 년 전 그랜드 프레리 일대는 현재보다 훨씬 따뜻했어요. 해수면도 지금보다 높아서 이곳 10km 앞까지 바다가 펼쳐졌죠.”
뱀포스 큐레이터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파이프스톤 크릭은 서쪽으로는 로키산맥, 동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진 곳이었다. 습하고 따뜻한 아열대 기후로 많은 식물과 숲이 자라났고 이런 환경에서 다양한 동물이 번성했다. 파키리노사우루스도 그중 하나였다.
"어린 개체부터 다 자란 성체까지 다양한 크기의 파키리노사우루스가 함께 발견됐어요. 이들이 현대의 소처럼 무리지어 생활했다는 증거입니다." 눈을 감자 백악기 후기의 어느 날이 바로 어제 있었던 순간처럼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아마도 이곳 일대에 엄청난 비가 내렸을 것이다.
비는 로키산맥의 동쪽을 타고 흘러내려 홍수가 됐을 것이고 범람원에서 식물을 뜯던 파키리노사우루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렸을 것이다. 깊은 물속 바닥 부러진 나뭇가지와 이파리 위로 떠내려온 공룡들의 사체가 쌓였고 그 위에 다시금 진흙이 쌓이면서 지금의 뼈층이 형성됐을 것이다. 장갑에 그러모은 흙이 백악기 비극의 생생한 증거인 셈이다.
"화석이 갈라졌네. 접착제 줄래?", "그건 호박(amber) 조각이에요. 여기 호박 튜브에 담아주세요." 가끔 나누는 몇 마디 대화와 다가오는 등산객을 보고 짖는 애스터의 울음소리 말고는 조용하다. 모두가 집중해 흙을 긁어낸다. 말 없는 연구자들이 적요한 숲에서 진행하는 발굴 작업은 과학보다는 명상에 가깝다.
어깨뼈 주변을 파낸 지 2시간이 넘게 흐르자 전체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지금부터는 화석을 꺼내 운반할 준비를 할 시간이다. 스웨더 수석이 석고붕대에 물을 묻혀서 화석을 감싼다. 운반 과정에서 화석이 부서지지 않도록 주변을 보강하는 작업이다.
40~50분 정도 지나 석고가 굳으면 뼈를 땅에서 꺼낸다. 벌써 오후 3시. 연구자들은 장비를 챙기고 발굴 현장을 다시 방수포로 덮은 다음 화석을 가지고 박물관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뱀포스 큐레이터가 마지막으로 발굴 현장을 둘러보며 설명한다. "이 발굴지는 다음 주면 닫힐 거예요.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발굴 작업을 진행하기 힘들거든요. 눈이 다 녹는 내년 6월이면 다시 화석을 파낼 수 있을 겁니다.”
발굴은 여기까지다. 연구자들은 긴 겨울 동안 박물관에서 보존 작업과 함께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 화석 매매 막는 엄격한 '역사 자원법'
풍부하고 다양한 화석은 캐나다를 고생물학을 선도하는 국가로 만든 중요한 이유 중 하나지만 그것만으로는 캐나다의 위상이 모두 설명되지 않는다. 화석이 풍부하게 발견되는 다른 나라인 몽골이나 아르헨티나는 캐나다보다 훨씬 낙후된 사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가 고생물학의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두 번째 이유는 화석을 공공의 자원으로 여기고 도굴이나 불법판매로부터 보호하는 법률을 엄격하게 시행한 덕분이었다. 화석을 보호하는 법적 근거는 '역사 자원법(Historical Resources Act)'이다.
앨버타주의 고고학적 가치를 지닌 유물과 유적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역사 자원법은 1978년부터 화석 또한 보호의 대상으로 포함했다. 뱀포스 큐레이터는 "앨버타주는 영토 내에서 발견된 화석을 주의 소유로 규정한다”며 "앨버타주의 화석을 무단으로 발굴하거나 판매하면 최고 5만 캐나다달러(약 5000만 원)의 벌금이나 1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강력한 법률이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10월 3일 취재팀이 머무른 캘거리에서 버스로 3시간 거리인 앨버타주의 주도 에드먼턴으로 출발했다. 역사자원법 개정에 참여한 고생물학자 필립 J. 커리 캐나다 앨버타대 생물학과 교수를 만나기 위해서다.
앨버타대의 연구실에서 만난 커리 교수는 "막 지난주에 몽골 발굴 탐사를 마치고 돌아온 참”이라며 인사를 건넸다. 커리 교수는 척추고생물학계에서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1980년대 이후 몽골에서 진행된 화석 탐사에 참여한 최초의 서방 인물 중 한명이었으며 중국에서 발견된 최초의 깃털 공룡 연구에도 참여해 지대한 업적을 남겼다. 영화 '쥐라기 공원'의 주인공 앨런 그랜트 박사의 모티브가 된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캐나다에) 이렇게 강력한 법률이 만들어진 이유는 오래전 앨버타주 주민들이 화석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커리 교수는 앨버타주에서 공룡 화석이 발견되기 시작한 것은 18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를 처음 발견한 바넘 브라운을 비롯해 세계의 많은 학자들이 앨버타주에 와서 발굴 조사를 진행하고 화석을 수집해갔습니다. 앨버타주에서만 발견되는 알베르토사우루스를 비롯해 수많은 화석들이 토론토, 온타리오를 비롯한 캐나다 동부의 박물관은 물론 미국 뉴욕까지 반출됐죠."
커리 교수는 "기존의 고고학적 유물은 물론 앨버타주 내에서 발견되는 소중한 화석 자원을 지켜야 한다는 합의가 이뤄지면서 법이 개정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강력한 규제는 캐나다와 비슷하게 풍부한 화석이 발견되는 미국의 상황과는 전혀 딴판이다. "미국에서 화석은 법적으로 광물의 지위를 갖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사유지에서 발견된 화석은 제한 없이 판매할 수 있죠."
10월 3일 커리 교수와 함께 앨버타대에서 만난 또 다른 공룡 연구자 코윈 설리번 앨버타 대 생물학과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커리 교수는 "특히 1997년 티라노사우루스 수(Sue)가 시카고 필드자연사박물관에 836만 달러(현 가치 기준 약 213억 원)에 팔리면서 미국에서는 화석 '골드 러시'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처음 제가 연구를 시작했을 때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은 12점이 안 됐습니다. 현재 30~40점에 가까운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이 발견됐지만 그럼에도 가격은 여전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왜 유독 최근에 화석 가격이 더 올랐을까. 두 연구자는 화석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화석의 공급이 그다지 줄어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가격이 올랐다는 것은 화석을 개인적으로 소장하려 하는 부유한 수집가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설리번 교수의 분석이다.
화석 가격 폭등의 결과 미국의 고생물학자들은 고생물학 연구가 제한받을까봐 우려하고있다. 미국의 고생물학자들은 심지어 로비도 불사하면서 화석 보호 법률을 청원하고 있다. 다행히 캐나다의 고생물학자들은 이런 걱정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설리번 교수는 "앨버타주 내의 화석은 역사 자원법에 의거해 매매가 금지되기 때문에 연구에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 화석의 가치 체감하는 고생물학 특화 박물관
물론 강력한 법률이 항상 화석의 보호로 연결 되지는 않는다. 꾸준히 몽골 탐사에 참여하고 있는 커리 교수는 "몽골의 경우 1925년부터 화석을 국가 재산으로 귀속하고 보호하는 법률이 있었지만 최근까지도 화석 도굴과 불법 매매가 번번이 자행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막고 화석 보호 법률을 실천하려면 화석이 귀중한 자원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시민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캐나다에서 화석이 귀중한 자원임을 널리 알리는 기관은 '고생물학 박물관'이다. 앞서 봤듯 고생물학은 계곡의 절벽이나 황무지, 공사장에서 우연히 발견된 화석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화석이 특별하게 생긴 돌을 넘어 본격적인 과학의 영역에 들어오려면 연구를 거치고 연구 결과는 전시돼야 한다. 이를 보고 자란 사람들이 신진 연구자가 되며 고생물학 연구가 이어진다. 화석 발굴, 보존, 연구, 전시. 캐나다의 고생물학 박물관은 이 모든 과정에 동시에 기여하고 있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앨버타주 드럼헬러의 '로열 티렐 박물관'을 10월 1일 찾아갔다. 1985년 약 8000명이 살던 드럼헬러에 개관한 로열 티렐 박물관은 앨버타주를 비롯해 캐나다 전역에서 발견된 16만 점의 화석 표본이 모여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티라노사우루스 표본인 '블랙 뷰티' 같은 '스타'는 물론 350개 이상의 홀로타입 표본을 소장하고 있다.
로열 티렐 박물관이 만들어진 이유는 앨버타주에서 발굴한 화석을 보관할 장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1978년 역사 자원법이 통과된 후 앨버타주의 화석이 모이면서 원래 쓰이던 앨버타 주립 박물관의 수장고는 금방 가득차버렸죠. 고생물학에 특화된 박물관이 필요해졌습니다."
커리 교수는 "놀랍게도 로열 티렐 박물관은 개관 2년 만에 건축비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연간 50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앨버타주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가 됐다. 드럼헬러의 관광 수입이 증가하고 '세계 공룡의 수도'라는 명성을 얻은 건 덤이다.
"처음 로열티렐 박물관을 개관했을 당시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을 줄 몰랐습니다." 로열 티렐 박물관의 개관을 주도한 커리 교수는 회고했다.
비가 내렸다 그치길 반복하는 어둑어둑한 날씨의 평일 오전이었지만 로열 티렐 박물관은 관람객으로 붐볐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 관람객들이 다양한 화석을 보면서 감탄했다.
커리 교수는 "고생물학 박물관은 대학과 비슷한 일을 하지만 방향이 약간 다르다”며 "대학이 후속 연구자 육성에 초점이 맞춰진 교육 기관이라면 박물관은 대중의 고생물학 이해와 대중화를 돕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로열 티렐 박물관에는 일반인들이 발견한 화석으로만 꾸려진 전시관이 있다. 등산로에서, 건설 현장에서, 유전 공사장에서 발견된 다채로운 화석들이 전시됐다. 설리번 교수는 "정부에서 화석을 발견한다고 따로 보상금을 주진 않는다”며 "대신 본인이 발견된 화석이 연구되고 신종이면 이름이 붙어 박물관에 전시되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고생물학 박물관이 화석의 가치를 전파하고 이를 통해 화석의 가치를 이해한 사람들이 연구를 위해 새로 발견한 화석을 기증하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 화석, 연구를 넘어 주민들의 자부심으로
앨버타주 남부에 전통의 로열 티렐 박물관이 있다면 북부에는 '필립 J. 커리 공룡 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2015년 그랜드 프레리 근교에 설립됐다. 파이프스톤 크릭 뼈층 발굴 작업에 처음부터 참여했던 커리 교수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이 박물관은 비교적 짧은 역사와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파이프스톤 크릭 뼈층의 발굴부터 연구와 전시에 이르는 복합 연구기관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전까지 앨버타 북부에서 발견된 화석들은 남부의 로열 티렐 박물관에 보관됐어요. 파이프스톤 크릭 뼈층에서 발굴된 화석을 고향에 두길 원했던 이곳 사람들이 박물관 설립 캠페인을 벌이면서 필립 J. 커리 박물관이 세워질 수 있었죠. 앞으로는 파이프스톤 크릭 뼈층은 물론 북부의 공룡 화석 연구를 담당하는 게 목표입니다."뱀포스 큐레이터가 필립 J. 커리박물관의 미래를 설명했다.
취재를 진행하면서 화석 자원에 접근하는 방식은 국가마다 천차만별로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됐다. 미국이 소유자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해 판매를 허락했다면 캐나다는 화석이 모두를 위한 자원이라고 인식해 강력하게 보호하는 법률을 마련했다. 캐나다와 비슷하게 강력한 화석 보호 법률을 마련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국가도 있었다.
특히 캐나다 앨버타주가 고생물학 명소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다. 우선 화석이 풍부했다. 다음으로 화석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법률이 지정됐다. 화석을 체계적으로 관리, 연구하고 전시할 수 있는 훌륭한 고생물학 박물관도 설립됐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화석과 상호작용하면서 생겨난 앨버타 주민들의 화석에 관한 자부심이었다. 화석은 한번 사라지면 돌이킬 수 없으며 개인이 소유하기보다는 공공의 관할에 있을 때 훨씬 많은 과학적 성과를 가져다주는 지질 자원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이런 관점이 역사 자원법의 개정은 물론 세계 최고의 고생물학 연구기관이자 관광 명소인 로열 티렐 박물관, 지역 중심의 복합 연구 기관인 필립 J. 커리 공룡 박물관의 운영을 가능하게 했다. 화석은 지구의 과거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
화석이 가질 수 있는 미적, 경제적인 다양한 가치가 있겠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화석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과학적 가치가 아닐까. 취재를 마무리하면서 뱀포스 큐레이터에게 우리가 왜 고생물학을 연구해야 하는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저는 고생물학이 지구라는 행성의 병력(medical history)을 보는 학문이라 생각합니다. 병원에 가면 의사들이 지금까지의 병력을 물어보고 진찰하듯 고생물학은 지구가 거쳐 온 대멸종을 연구합니다.
이를 통해 현재 벌어지는 일들 예를 들어 기후변화가 앞으로의 지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있어요. 이를 통해 인류가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 추측하죠. 고생물학자는 지구의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보는 겁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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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앨버타=이창욱 기자 changwoo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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