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큰 장 열렸다”…K방산 기업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 이유

안두원 기자(ahn.doowon@mk.co.kr) 2024. 11. 1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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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휩싸인 유럽·중동서
K9자주포·천궁 주문 이어져
EU “수백억유로 국방 투자”
군사용 도로·교량 건설 강화
美해군 중국 견제작전 늘려
韓·日에 군함 정비요청 쇄도
앵거스 톱시 캐나다 해군사령관(해군 중장·왼쪽 둘째)이 12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함정 건조 현장에서 최신예 이지스함인 정조대왕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HD현대중공업]
‘K방산’이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단계 더 도약할 수 기회를 맞았다. 올해까지 한국 방위산업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이라는 ‘두개의 전쟁’이 몰고 온 무기 수요를 수출 증가에 활용해왔다.

앞으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더욱 격화될 미·중 해군 경쟁 속에서 한국 조선업체들을 향한 미 군함 정비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여기에 트럼프 발 미국우선주의에 대비해 무기고를 채워두려는 전세계적 수요가 겹쳐지면서 ‘K방산’의 르네상스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 재집권 이후 유럽의 나토국가들 국방예산 추가 규모가 최대 5000억달러(7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의 무기 도입예산까지 합산하면 보수적으로 접근해도 1000조원 규모는 훌쩍 뛰어넘을 것을 보인다.

당장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 해군의 MRO 수요도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미 해군이 아시아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작전이 더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에 따라 군함 정비수요가 늘면 동아시아 국가에서 해군함정 정비를 받도록 하는 미 국방부 정책에 따라 MRO 사업 자체의 규모가 동반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미 두차례 수주를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은 한국 조선업체의 집중적 수혜가 예상되는 이유다.

7함대 유콘함 MRO 수주 이후 한화오션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 해군 전력 증강과 함께 한미동맹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도 미 해군 MRO 사업에 참여할수있는 인증을 받아놓고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다. HD현대중 측은 “조선소에 이미 할당된 수주량을 고려해 MRO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조선업은 한국과 중국업체들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데, 미중간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해외 방산업체들의 선택지는 사실상 한국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캐나다도 ‘K 방산’에 관심을 보였다. 12일 앵거스 탑시 캐나다 해군사령관은 HD현대중공업 울산 사업장을 방문했다. 캐나다에는 사업비 약 60조원 규모의 잠수함 도입 사업이 예정돼있다. 방위사업청, 해군본부 관계자 등과 함께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한 탑시 사령관은 우리 해군 주력 잠수함의 창정비 현장과 잠수함 건조 시설을 살펴봤다. 탑시 사령관이 잠수함 건조능력을 갖춘 국내 조선업체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지난 10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이후 두 번째다. 캐나다는 3000t급 잠수함 8∼12척을 도입하는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를 진행 중이다. HD현대중공업 이상균 대표는 “HD현대중공업은 잠수함 획득 사업뿐만 아니라 캐나다 해군 전력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파트너가 될 역량을 갖췄다”고 말했다.

국내 4대 방위산업체를 중심으로 ‘두개의 전쟁’ 특수는 이미 지속되고 있다. 폴란드 이외에 루마니아도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의 위기감을 한국산 무기로 대비하고 있다. 루마니아는 올해 7월 K9 자주포 54문(약 1조3800억 어치)를 계약했고, K2 전차와 ‘신궁’ 대전차미사일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폴란드 수출을 계기로 동유럽 국가들에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일단 동유럽에 거점이 마련됐기 때문에 주변국으로 수출을 확대할 수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LIG넥스원이 수출한 ‘천궁II’ 방공미사일은 사우디아라비아·UAE·이라크 등이 원리주의 테러집단의 미사일 공격을 막아내는 중요한 방어자산이다.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전북대 방위산업연구소장)은 “유럽과 중동의 국가들이 눈앞에서 전쟁을 경험하면서 미래의 위협요인에 대비하기 위해 군비 증강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트럼프 당선으로 K방산에는 더 큰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군비 증강의 흐름 속에서 ‘K방산’만 수혜를 받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방위산업 강국인 미국과 유럽이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견제에 나설 것에 대비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 방위산업체들은 수출 마케팅에 적극 나서난 한편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대비해 현지 생산과 거점 마련에도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호주에 맞춤형 장갑차 ‘레드백’과 K9 자주포(호주용 모델 AS9)를 수출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8월 호주 질롱에 현지 생산시설을 완공하고 자주포와 장갑차 제작에 들어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7년까지 AS9를 30문, 탄약공급차량 AS10을 15대호주 육군에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129대의 공급 계약을 체결한 레드백 궤도형 장갑차는 2026년 상반기 시제품 납품 후 양산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현지화를 통해 미국·호주·영국 안보협의체(AUKUS) 시장에 진출도 노리고 있다.

폴란드에 K2 전차 2차 계약을 앞두고 있는 현대로템도 현지화를 통해 더 많은 유럽국가들에 진출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폴란드는 이미 한국한 K9 자주포의 차체만을 수입해서 보병전투차량으로 활용하고 있다. 폴란드 군수업체들은 한국의 방산 협력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K2 전차는 단순히 차체 뿐만 아니라 전투용 방어 시스템 등 한단계 높은 기술 지원을 폴란드에 제공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측 폴란드에서 K2 전차 면허생산을 통해 ‘K방산’ 제품 수출을 기술로열티 수출로 한단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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