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넘어 EPL까지 휩쓰는 ‘슬로트 강풍’, 그 끝은?[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우충원 2024. 11. 1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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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일과성 돌개바람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섣부른 예측을 농락함일까? 돌풍은 이제 태풍으로 격상한 듯하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를 휩쓸고 있는 ‘슬로트 강풍’이다. 2024-2025 EPL 초반부 최대 화두로까지 떠올랐다.

묘한 형세로 빚어지는 이번 시즌 판도다. 5연패를 꿈꾸는 맨체스터 시티가 선두에 자리한 모양새가 아니다. 11라운드가 끝난 지금, 당당히 그 자리를 꿰찬 주인공은 리버풀이다. 맨체스터 시티를 2위로 밀어내고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승점에서, 5점(28-23)씩이나 앞선 1위다.

누가 토를 달 수 없을 지경의 독주다. 이번 시즌 개막 전, 명장 위르겐 클로프 감독(57)의 사퇴와 변변찮은 전력 보강이 맞물려 짙은 불확실성의 암운에 둘러싸였던 그 리버풀이 아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5연패 야망을 꺾을 유일한 대항마는 리버풀밖에 없는 초반 형세를 빚어내고 있다.

‘The Reds(리버풀 별칭)’가 일으킨 회오리바람에 휩싸인 이번 시즌 EPL이다. 그리고 그 센바람의 중핵은 아르너 슬로트 감독(46)이다. EPL과 첫 연(緣)을 맺은 초보 사령탑의 어설픔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에서만 쌓은, 유럽 5대 리그에선 전혀 경험이 없는 지도자라곤 연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슬로트 체제’ 출범 시, 그의 지휘력에 대한 지배적 시각이었던 의문부호는 어느 틈엔가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슬로트 감독은 리버풀을 일신했다. 클로프 감독 시절 시달리던 고질인 강팀에 약한 면모를 탈바꿈했다. 13일 현재 3위(승점 19)인 첼시(8라운드·2-1 승)와 4위(승점 19)인 아스널(9라운드·2-2 무)과 맞붙어 1승 1무를 올렸다. 6위(승점 19) 브라이턴 & 호브 앨비언(10라운드·2-1 승)을 맞아서도 개가를 올렸다. 2위 맨체스터 시티와는 아직 겨루지 않았고, 5위(승점 19) 노팅엄 포리스트(4라운드·0-1패)에 이번 시즌 유일한 1패를 당했다.

2021-2022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클로프 감독이 사령탑에서 지휘하던 시절, 리버풀은 1~6위 팀과 벌인 경기에서 부진했다. 해당 세 시즌 동안 톱 6를 상대한 30경기에서, 11승 6무 13패에 그쳤다. 승수보다 패수가 많은 데서 쉽게 엿볼 수 있는 흉작이다. 경기당 승점은 1.3이었고, 승률은 36.7%로 저조했다. 반면 패배율은 43.3%나 됐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반면, 슬로트 감독은 상위권(3~6위) 네 팀을 상대로 2승 1무 1패를 거뒀다. 경기당 승점은 1.75로, 승률은 50%로 각각 높아졌다. 객관적으로 엿볼 수 있는 아킬레스건 치유다.


슬로트, 한 팀 이끌고 첫 EPL 11경기 최다 승점 사령탑 주인공으로 우뚝 서

무엇보다도 슬로트 감독이 일으킨 센바람의 강도는 기록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리버풀은 물론 외연을 전체로 넓혀 EPL 전 사령탑까지도 휩쓸 만큼 굉장히 강렬한 바람을 휘몰아치고 있다. 기록이 입증하기에, 그만큼 객관성이 엿보인다. EPL 한 팀을 지휘하며 치른 첫 11경기에서, 최다 승점을 쓸어 담은 사령탑은 곧 슬로트 감독이다(표 참조).

이번 시즌 11경기에서, 슬로트 감독은 승점 28(9승 1무 1패)을 수확했다. 리버풀을 지휘하며 맞이해 첫 11경기를 치른 역대 사령탑 가운데 단연 으뜸의 성적이다. 2위에 자리한 케니 댈글리시 감독보다 무려 8점이나 앞선다. 댈글리시 감독은 2011-2012시즌 승점 20을 올린 바 있다.

슬로트 강풍의 위력은 EPL를 통틀어서도 가장 거세다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EPL 팀을 맡아 처음 11경기에서 슬로트 감독과 비견할 만한 승점을 결실한 사령탑은 두 명이 존재한다. 존 그레고리 감독과 거스 히딩크 감독이다. 그레고리 감독은 애스턴 빌라를 지휘해 1997-1998시즌에, 히딩크 감독은 첼시를 이끌고 2008-2009시즌 중반에 EPL에 뛰어들어 각각 첫 11경기에서 승점 28을 챙겼다. 하지만 순도 면에서, 두 감독은 슬로트 감독에 다소 뒤처진다. 비록 획득한 승점은 같을지라도, 골 득실 차에서 뒤져 최선두를 슬로트 감독에게 내줄 수밖에 없었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과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은 승점 1점 차로 선두권을 이룬 3강 체제에 들어가지 못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연을 맺었던 EPL 팀 첼시에서 2009-2010시즌 첫 11경기서 27점을 수확했다. 사리 감독 역시 첼시를 디딤돌로 EPL에 입성한 첫 시즌(2018-2019) 11경기서 27점을 거둬들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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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테이블은 10경기가 지나면 형태가 잡히기 시작한다.” EPL 속담이다. 그렇다면 지금 순위표가 이번 시즌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하나의 가늠자가 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1992년 출범한 EPL이 서른세 번째 대장정을 펼치는 동안, 슬로트 감독만큼 개막 11경기에서 승점을 쌓은 사령탑은 아직 없다. 그만큼 슬로트 감독이 휘몰고 온 센바람은 거세디거세다. 과연 ‘슬로트 강풍’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물론 이번 시즌을 지켜보는 큰 흥밋거리임은 분명하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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