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만 연 8000억에 400억 수수료까지”…공멸 위기 몰린 면세업계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 2024. 11. 1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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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신라 등 적자늪 허덕
올해 특허수수료 경감 끊기고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이용객수 기준 전환, 부담 쑥
“수수료율 깎아달라” 하소연
서울의 한 면세점 앞에 쇼핑객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영업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면세점 업계가 사면초가 위기에 놓였다.

지난 4년간 한시적으로 제공된 특허수수료 감경 혜택은 올해부터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천공항 임대료까지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좀처럼 소비가 늘지 않아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린 상태다.

신세계·신라·현대·롯데 등 업계는 특허수수료 인하 등을 강력히 요구하는 한편으로 비용절감·효율성 강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12일 기획재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2020~2023년까지 적용한 보세판매장 특허수수료 50% 감경 조치는 올해부터는 연장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감경 혜택이 사라진 2024년치 수수료를 내년에 일제히 납부해야 한다.

현행 관세법에 따르면, 면세점 이익의 사회 환원을 도모하고자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특허 수수료로 징수한다. 수수료율은 매출액에 따라 0.1∼1.0% 수준(대기업 기준)이다. 면세사업자는 다음해 3월까지 특허수수료를 납부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코로나19로 불황을 겪고 있는 면세점업계 경영난을 감안해서 특허수수료를 절반 깎아줬다. 관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2020~2023년까지 감경혜택을 준 것이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특허수수료 감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면세사업자는 내년부터는 올해 매출분에 대해 감경 없이 정상적으로 내야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가 종식된 만큼 이제 감경 규정을 적용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허수수료 감경으로 면세업계는 연간 350억~400억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적자에 시달리는 면세업계는 “유례없는 위기”라며 특허수수료 감경 혜택 유지 또는 특허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액 기준으로 특허 수수료를 부과할 경우 적자를 내도 수수료를 내야 한다. 지금은 영업익 자체가 마이너스인데 여기에 특허수수료까지 전액 내라고 하면 정말 암담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서 “특허수수료 부과 기준을 영업이익 기준으로 바꾸던지 특허수수료율을 낮추지 않으면 면세업계가 다같이 공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면세업계가 직면한 또다른 ‘암초’는 인천공항 임대료다. 면세사업의 주요 매출처인 인천공항이 2년전부터 면세점 임대료 부과 기준을 ‘여객당 임대료’로 변경하면서 면세업계는 증가된 임대료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천공항은 2022년 면세사업자 입찰공고를 내면서 기존 고정 임대료 방식을 폐지하고 여행객수를 기준으로 임대료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여객 수에 응찰단가를 곱해 산정하는 만큼, 공항 이용자가 늘수록 임대료가 올라간다. 당시 신라, 신세계, 현대 등 면세점 3사는 이용자 1명당 최저 2000원~최고 9000원대 임대료를 써내 면세사업권을 따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출국장 승객수(연간 3500만명) 기준으로 면세업계가 인천공항에 내야할 연간 임대료는 최대 8000억원으로 추산된 바 있다. 기업별로는 호텔신라, 신세계가 각각 4000억원대, 현대백화점 390억원대로 추정된다. 신세계면세점 연간 인천공항 매출이 6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임대료 비중이 60%를 훌쩍 넘는다.

그런데 올해 인천공항 여객수가 팬데믹 이전 시기의 90% 가량 회복한 만큼, 이용객수 기준으로 임대료를 낼 경우 업계 실적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인천공항 입점 면세점 대부분이 여객수 연동 임대료가 적용되지 않았다. 인천공항이 확장 공사중이어서 면세점 대부분 임시 매장에서 영업한데다 코로나로 임대로 감경 조치를 받아 매출연동식으로 임대료가 책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7월부터 인천공항 확장 공사가 완료됨에 따라 면세점 업체들이 속속 정식매장으로 전환했고 여객수 연동 임대료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용자가 늘어난다고 면세점 매출이 따라서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같은 현상이 갈수록 굳어지고 있어 업계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면세점 이용 외국인은 2021년 66만명에서 코로나가 종식된 2023년 602만명으로 10배 가량 늘었다. 그러나 면세점 외국인 매출액은 17조에서 11조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중국 경기 침체로 중국인 단체 관광이 줄었고, 대량으로 물건을 사가던 중국 ‘따이공’(보따리상) 매출이 급감한 것이 핵심 이유로 지목된다. 단체여행에서 개별여행객 위주로 여행 패턴이 변한 것도 업계에 타격을 주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면세점 객단가가 크게 낮아졌다. 공항 이용자는 늘고 있어서 임대료는 올라갈텐데 매출은 늘지 않아 수익이 악화되고 있다”고 했다.

면세점 업계 실적은 내리막이다. 올해 3분기 국내 면세점은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3분기에 16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신라면세점은 387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현대면세점 역시 영업적자가 80억원에 달했다.

면세업계는 인력조정, 비용 절감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호텔신라는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창사 이래 최초로 1328억 원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한때 세계 경쟁력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황금알을 낳던 면세사업이 과다 경쟁과 높은 임대료로 지금은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글로벌 면세사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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