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나폴리 수준 아니다"→세계 1위…이것이 콤파니 효과, 김민재 '월클' 만들었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바이에른 뮌헨 두 번째 시즌을 맞은 김민재가 '월드클래스' 수비수 출신 뱅상 콤파니 감독을 만나 한 단계 진화한 모습이다.
FIFA 산하의 국제스포츠연구소(CIES)는 11일(한국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올 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보이는 센터백 10인을 선정하면서 김민재를 1위에 올렸다.
CIES는 자체 지표로 경기력을 분석해 김민재에게 100점 만점에 센터백 10명 중 가장 높은 91.1점을 매겼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강호 맨체스터 시티의 후방을 책임지는 후벵 디아스도 89.7점에 머물렀다.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달리는 리버풀의 이브라히마 코나테, 버질 판데이크가 각각 89.5, 89.4점으로 3, 4위를 차지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의 에데르 밀리탕(89.0점)과 김민재와 짝을 이루는 다요 우파메카노(88.9점)가 5,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마누엘 아칸지(88.2점), 이니고 마르티네스(88.2점), 빌리 오르반(87.1점), 마르턴 더론(87.0점)이 그 뒤를 이었다.
다른 수비수들과 달리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치르기 위해 한국과 중동을 오가는 이동까지 해냈던 상황이라는 점까지 포괄하면 더 대단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부터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후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데뷔 시즌에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특히 시즌 후반기 전술적·체력적인 문제로 팀 내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었고, 벤치까지 밀리기도 했다.
독일 내에서도 꾸준히 비판을 받았다. 바이에른 뮌헨의 전설적인 선수 로타어 마테우스는 김민재가 "바이에른의 수준에 맞지 않는다"며 나폴리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재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언론 ‘빌트’까지 김민재의 활약에 대해 낮은 평점과 함께 비판적인 논평을 이어가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런데 콤파니 감독이 부임한 뒤로 상황이 달라졌다. 현역 시절에도 압도적인 피지컬 능력을 바탕으로 과감하고 공격적인 수비를 선호했던 콤파니 감독은 투헬 전 감독과 달리 김민재가 보이는 수비 스타일을 밀어 줬다. 투헬 감독에게 '욕심이 많다'고 지적받았던 김민재의 수비는 콤파니 감독의 믿음 아래 '괴물 수비'로 탈바꿈했다. 현지 팬들은 "나폴리 시절 괴물이 돌아왔다"는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시즌 김민재는 리그 10경기 1골, 독일축구협회 포칼(DFB) 2경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경기에 출전 중이다. 출전한 경기 모두 선발로 나섰고 5경기를 빼고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빡빡한 일정에 따른 출전 시간 조절의 전략적인 선택을 빼면 사실상 혹사 중인 김민재다. 지난 시즌에는 기초군사훈련의 여파로 애를 먹었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다요 우파메카노와 좋은 호흡을 보여주며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은 최근 김민재의 활약 덕분에 공식전 5경기에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김민재-우파메카노 조합으로 중앙 수비를 짠 바이에른 뮌헨은 리그에서도 올 시즌 치른 10경기에서 7실점에 그쳤다. 승률도 좋다. 김민재가 나선 경기 12승2무2패를 거뒀다. 2패는 모두 UCL 애스턴 빌라, FC바르셀로나전이었다. 두 경기도 김민재의 실수보다는 팀 전체적인 경기력 부실이 더 컸다.
190㎝의 신장에도 상대 공격수를 속도 경쟁에서 제압할 정도로 발이 빠른 김민재는 수비뿐 아니라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 전개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6일 벤피카와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4차전에 선발 출전한 김민재는 '철벽 방어'와 함께 패스 능력을 뽐냈다.
풀타임을 뛴 김민재는 6차례 그라운드 볼 경합을 모두 따내고, 패스 성공률은 100%를 기록했다. 113차례 패스를 시도해 모두 정확히 동료에게 공을 전달했다.
요주아 키미히는 벤피카전이 끝난 후 “우리는 시즌 초반 뒤에 많은 공간을 두고 높은 곳에서 수비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는 항상 (센터백들을) 도우려 했지만, 둘 다 매우 빠르고 경합에서 강하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는 상대와 경합할 때 매우 현명한 결정을 내리며 그것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라며 찬사를 보냈다.
이어 키미히는 김민재를 언급하며 “그를 늘 괴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김민재는 공을 다루는 면에서도 많은 발전을 했다. 감독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것을 실행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근 김민재의 활약에 대해 마테우스까지 호평에 나섰다. 맹활약 이후 “바이에른 뮌헨 수비수들이 자신감을 되찾았다. 지난 시즌 비판을 받았던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는 이제 자신감이 돌아왔다”며 김민재 활약상을 인정했다. 마테우스는 김민재가 2년 전 세리에A 최우수 수비수로 선정된 이유를 이번 시즌 경기를 통해 알 수 있다고 덧붙이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런데 정작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자신감이 있다. 완전히 집처럼 느껴진다"면서도"하지만 앞으로 해야 할 더 많은 것이 있다. 아직 나폴리에서 보였던 수준엔 도달하지 못했다"고 겸손해했다.
김민재가 CIES의 센터백 랭킹 1위에 오른 것은 그의 경기력이 단순히 안정적이라는 것을 넘어, 세계 정상급 수비수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랭킹은 김민재가 유럽 무대에서 최고 수준의 수비력과 팀 플레이를 바탕으로 팀에 공헌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자료가 되었다.
단순히 실수를 줄이거나 안정감을 찾는 것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의 흐름을 제어하고, 상대의 전술적 움직임을 차단하고, 볼을 전진시키는 역할까지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 공격 전술에서도 최후방에서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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